[민기자 PO리포트4] 다이노스 첫 한국시리즈와 성공 트윈스

조회수 2016. 10. 26. 08:4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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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노스는 29일부터 두산 베어스와 7전4선승제 돌입, 성공적인 시즌의 트윈스는 휴식 후 내년 준비

2016 KBO리그의 가을 잔치 3번째 매치업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PO) 격돌은 결국 정규 시즌 2위 팀인 다이노스의 3승1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25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4차전에서 다이노스는 선발 해커의 분투와 단단한 수비, 그리고 살아난 장타력이 뒷심을 발휘하며 8-3으로 완승, 1군 진입 4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지난 3년간 정규 시즌 3-3-2위로 호성적에 꾸준한 발전을 보여준 저력을 과시했습니다.

지쳤지만 마지막까지 혼신을 힘을 다한 트윈스도 4경기 내내 투지 있는 플레이로 맞섰지만 체력 열세와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는 못했습니다. 이틀 연속으로 외국인 선발을 구원 등판시키는 강수까지 동원했지만 현재의 가을 잔치 대진 시스템에서 상위팀 다이노스를 뛰어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정규 시즌을 4위로 마친 후 5위 KIA와 와일드카드, 3위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의 벽은 잘 넘어섰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3회말 무사 만루에서 NC 2루수 박민우가 몸을 날려 공을 잡은 후 2루에 토스하고 있습니다. 이 위기를 1점으로 막았고, 분위기는 NC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NC는 3일 휴식의 해커를 선발로 내세웠고, LG는 11일 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우규민이 나섰습니다. 1회초 우규민은 NC 1번 박민우의 초구 강한 타구가 2루수 정면 아웃된 것을 시작으로 삼자 범퇴로 산뜻한 출발을 했습니다. 공은 낮게 깔렸고 130km대 후반의 속구는 구속에 비해 움직임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반면 1차전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97개의 공을 던졌던 해커의 초반 컨디션은 그리 좋아보이진 않았습니다. 투구 동작도 평소보다 약간 무거워보였고 구속도 초반 패스트볼이 141-142km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1번 타자 문선재에게 좌측 2루타를 맞고 힘들게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2번 이천웅의 희생 번트로 주자는 3루, 그리고 PO 들어 12타수 무안타에 빠진 3번 박용택은 볼넷을 골라 나갔습니다. NC로서는 전날 무수한 4사구의 악몽이 떠오를 수도 있는 대목.그러나 해커는 4번 히메네스에게 3-0의 볼카운트에 몰리고도 2루 쪽에 크게 튀는 땅볼 병살을 끌어내며 이닝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합의 판정까지 갔지만 유격수 손시헌의 송구가 강력했습니다.


그리고 이날도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수비로 꼽고 싶습니다.

0-0이던 3회말 LG는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갈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아, 물론 전날 3차전을 생각하면 꼭 절호의 기회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를, 무사 만루가 왔습니다. 선두 9번 손주인이 아슬아슬한 볼넷으로 나간 후 문선재의 안타로 1,3루에서 이천웅이 해커의 공에 맞으면서 다가온 노아웃에 주자가 가득 들어찬 큰 기회. 타석에는 이번 PO에서 아직 안타가 없던 3번 박용택이었고 2-0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중앙을 뚫을 듯한 강한 땅볼 타구를 쳤습니다. 투수 해커의 곁을 휙 지나 중견수 앞으로 구를듯한 이 공은 그러나 다이빙 수비를 펼친 NC 2루수 박민우의 글러브에 잡혔습니다. 그리고 바닥에 누운 상태로 유격수에게 토스했고, 토스를 받은 손시헌은 베이스를 밟고 360도 회전하며 1루로 공을 쏘았습니다.

1루에서 아웃된 박용택이나 심지어 홈을 밟고 선취 득점한 손주인 마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때까지도 박민우는 아직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어 4번 타자 히메네스가 3루 땅볼로 물러나면서 노아웃 만루에서 단 1점으로 이닝이 종료됐고, 득점한 LG의 기쁨보다 실점한 NC가 더욱 안도하는 그런 묘한 기류가 흘렀습니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고 늘 말하면서도 ‘만약’이라는 유혹을 견뎌낼 수 없는 게 또 야구입니다. 만약 박용택이 친 그 공이 박민우의 글러브를 피했더라면 LG는 2-0의 리드와 함께 노아웃에 주자 두 명을 둘 수 있었습니다. 1회의 병살 따윈 잊을 수 있었을 테고, 계속 불안하던 해커를 거기서 바로 무너뜨릴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입니다.

전날 무수한 위기를 견디기 위해 불펜을 총동원했던 NC가(그리고도 패했던 NC가) 일찍부터 다시 구원 투수들을 올린다면 이날 승부는 물론 패하면 5차전까지도 위험할 수 있는 수순이었습니다. 그러나 박민우의 이 수비는, LG 타선엔 이번 시리즈에서만 만루 기회에서 7타수 연속 무안타라는 큰 중압감을 안김과 동시에 해커에게는 새로운 생명을 주는 단비였습니다. 전날 트윈스에 안익훈이 있었다면 이날 다이노스에는 박민우가 있었습니다. 


야구의 흐름은 그렇게 바뀝니다.

LG가 초반 3이닝 내내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고 무사 만루 기회도 있었지만 단 1득점에 그친 후 역시 NC가 기회를 잡습니다. 4회초 1사 후  NC 4번 타자 테임즈가 주자 없는 가운데 타석에 나섰습니다. 정규 시즌 막판부터 PO 1차전까지 징계로 못 나온 테임즈는 이번 시리즈 두 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로 침묵이었고, 이날 첫 타석에서도 삼진으로 타격감은 심각한 물음표였습니다. 게다가 KBO리그 진출 후 우규민 상대로는 12타수 무안타.

그런데 테임즈가 8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126km의 휘어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걷어 올렸습니다. 초속 152km의 스피드로 출발한 이 타구는 115미터를 날아가 우측 관중석에 떨어졌습니다. 테임즈의 파워였습니다. 1-1로 승부는 원점이 됐는데, 원정팀 다이노스의 사기는 치솟았고 홈팀 트윈스는 아쉬움을 곱씹는 순간이었습니다. 분위기는 분명히 NC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박민우의 그 짜릿한 수비가 선발 해커는 물론 그간 숨죽이던 NC 주포들마저 깨운 것일까요?


4회 테임즈의 동점 홈런으로 시작된 NC의 공격은 5회 손시헌 좌전 안타, 6회 테임즈의 내야 안타로 잔잔히 이어지다가 6회에 폭발하면서 승부를 가르고 맙니다. LG는 이미 5회초 1사후부터 선발 허프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선발 등판 후 이틀 쉬고 등판했지만 여전히 힘 있는 피칭으로 6회까지 무난히 마친 가운데 7회초 허프가 만난 NC 선두 타자는 6번 박석민. 2차전 스튜어트와 치열한 명품 투수전을 펼치던 허프를 상대로 7회에 2점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를 결정지었던 바로 그 박석민이었습니다.

허프는 자존심을 앞세운 강력한 승부를 걸었습니다. 초구 149km 스트라이크, 그리고 곧바로 허프는 147km 또 다시 강속구로 공격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번 대결에서 148km 패스트볼로 박석민에게 홈런을 맞았던 허프의 자존심 강속구 승부는 이번에도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공이 가운데 약간 높은 실투성으로 날아들자 박석민은 순간 하체를 오픈하며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를 힘차게 돌렸습니다. 타구 속도가 무려 165km가 나올 정도로 제대로 걸렸고, 115미터 비행 끝에 1-1의 균형은 깨졌습니다. 2차전에 이어 이날도 결승 홈런을 친 박석민은 KBO리그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낭패를 본 허프는 1사 후 8번 김태군(이번 시리즈의 숨겨진 영웅)을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내보내며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6회부터 대수비 9번 타순에 배치된 김성욱과 다시 풀카운트 승부로 가더니 148km 강속구를 던졌다가 다시 좌측 담장을 살짝 넘기는 2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그것이 4차전 허프가 던진 마지막 공이었습니다. 정규 시즌 후반기에 가세해 LG 선발진을 이끌던 허프는 총 74와⅔이닝 동안에 단 2개의 홈런만 내주며 짠물 피칭을 했습니다. 그러나 홈런도, 안타도, 볼넷도 좀처럼 내주지 않던 허프가 NC와의 PO 두 경기 총 9이닝 동안에 결정적인 3개의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4-1의 점수차는 지친 LG에게 큰 부담이었습니다. 


7회 박석민과 김성욱의 홈런 이후 슬럼프이던 3번 나성범은 2안타를 추가했고, 허리가 아픈 이호준은 적시 2루타를 치며 추가 득점에 기여했습니다. 나-테-이-박은 이날 2홈런 포함해 6안타 3타점 4득점을 하며 깨어났습니다.

또한 작년까지 3번의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 3패를 당하며 힘을 쓰지 못하던 해커는 연속 7이닝을 던지며 총 3실점만 내주는 2연속 QS+(7이닝 이상 3자책 이하)로 가을 징크스를 벗어났습니다. NC 다이노스는 박민우-손시헌의 탄탄한 키스턴 콤비와 촘촘한 외야 수비, 그리고 마침내 터진 특유의 힘 있는 타선이 살아났습니다. 해커-스튜어트의 원투 펀치와 함께 힘 있는 불펜 투수진도 원활하게 가동되는 분위기 속에 첫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선발층이 두텁지 못하지만 강한 불펜 승부를 펼칠 수 있습니다. 막강한 전력의 정규 시즌 1위 두산 베어스에 객관적으로 다소 밀리지만, 상승세를 이어가며 초반 주도권을 잡는다면 대단히 흥미로운 한국시리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이날 패하면서 시즌을 접게 된 LG 트윈스지만 전체적인 시즌 평가는 소중한 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의 포스트 시즌 시스템 하에서 트윈스는 이날까지 10번의 가을 경기를 치렀습니다. 한 경기가 정규 시즌 10경기의 중압감과 피로도가 있다는 경기를 그렇게 많이 치렀으니 PO에서 득점권 30타수 2안타(6푼7리)의 타선을 마냥 탓할 수만도 없습니다. 타자들도 지쳤고, 투수들도 지쳤습니다. 그러나 체력적인 열세와 전반적인 전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노력과 투지는 전혀 밀리지 않았습니다.

시즌 전반기를 마쳤을 당시 8위에 떨어져있던 트윈스지만 젊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면서, 갈수록 투수진의 구색도 맞춰가며 후반기 놀랍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허프의 가세도 큰 힘이 됐고, 젊은 선수들은 부지런히 성장했습니다. 스프링 캠프 때 LG 트윈스의 분위기를 보면 5강 진입을 예감했었는데, 위기를 넘기고 가을 잔치에 3위까지 오르는 기대 이상의 결과를 나았습니다. 


1990년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리빙딩을 하면서도 NL 동부조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자 당시 슈홀츠 단장은 보비 콕스 감독을 극찬하며 ‘120km 고속 질주를 하면서 타이어를 모두 안정적으로 갈아 끼우는 신기를 펼쳤다.’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트윈스 역시 리빌딩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고, 가을 잔치에서도 마지막까지 선전을 펼쳤습니다. 내년 구상이 기대됩니다.


이제 트윈스는 당분간 휴식에 돌입하고, 다이노스는 구단 사상 가장 중요한 시리즈를 앞두고 있습니다. 한국시리즈 1,2차전은 29,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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