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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원사이드컷]무엇이 첼시를 이토록 섹시하게 하는가?

조회수 2016. 10. 26. 07: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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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콘테는 첼시에 아주 잘 맞는 옷을 입혔다.

‘이탈리아 축구는 섹시하다.’

지난 여름, 유로 대회에서 이탈리아는 자신들의 매력을 아낌없이 발산했다. 피를로, 마르키시오, 베라티 등 중원 핵심 자원들의 부재로 최근 메이저 대회 역사상 가장 약한 아주리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탈리아는 8강에서 독일을 끝까지 괴롭혔다. 아주리를 섹시하게 만든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유로 대회를 마치고 첼시에 합류했다. 첼시는 무리뉴 감독과 클래식한 수트를 입고 14/15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했지만 지난 시즌 그들은 철저히 벌거벗겨 졌다. 나는 콘테라는 스타일리스트가 첼시를 다시 런던에 걸맞는 멋쟁이로 변화시키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즌 초반 경기 내용과 6라운드 아스널에게 사정없이 터질때만 해도 예상대로 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10월부터 첼시가 달라졌다. 백스리, 완벽한 공수 밸런스, 3연승, 무실점까지.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섹시한 팀은 첼시다.

첼시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내 에서 가장 섹시한 팀이다.

# 3-4-3, 그 어려운 걸 첼시가 해냅니다.

올 시즌 첼시의 시작은 괜찮았다. 웨스트햄, 왓포드를 상대로 극장골을 터뜨리며 4연승을 달렸다. 번리 전 대승을 거두긴 했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느낌은 부족했다. 결국 그 부족함은 리버풀과 아스널 전 연패로 이어졌다. 첼시는 아스널 전 후반전에 백스리로 전환했다. 이미 전반에 3골을 잃었지만 후반전 추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하며 가능성을 봤다. 이어진 헐시티, 레스터시티, 맨유 전에서 첼시는 계속 3-4-3 포메이션을 사용하며 실점없이 연승을 달리고 있다.

첼시와 백스리는 제법 잘 어울린다. 각 포지션 별로 가장 적합한 선수가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백스리를 기반으로 연승을 거둔 지난 세 경기에서 첼시의 경기력은 매 경기마다 향상되었다. 특히 최근 맨유를 상대한 전반전 45분은 올 시즌 첼시가 보여준 가장 좋은 경기력이였다.

축구 선수와 지도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포메이션을 경험했다. 그 중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포메이션은 3-4-3 이였다. 3-5-2 는 수비 성향이 강하기에 포메이션에 대한 이해가 어렵지 않았지만 3-4-3 은 달랐다. 3-4-3 은 다른 포메이션보다 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포지션 별로 선수들의 이해도가 높아야 하며 왕성한 활동량도 필수 조건이다. 첼시는 시즌 도중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를 보면 마치 오래전부터 3-4-3 포메이션을 사용한 것 같이 느껴진다. 능숙하고 자연스럽다.

이번 시즌 첼시는 유럽대항전 일정이 없다. 때문에 온전히 리그에 집중 할 수 있다. 첼시가 처음으로 3-4-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한 건 10월 1일 있었던 헐시티 전이다. 그 다음 경기는 A매치 데이를 넘어 보름 후인 15일에 열린 레스터시티 전이였다. 그리고 레스터 전을 마치고 맨유 전까지 첼시에게는 또다시 일주일 넘는 시간이 주어졌다. 콘테 감독은 이 시간을 굉장히 귀하게 사용했을 것이다. 콘테 감독에게 8월은 시즌 개막과 동시에 팀을 관찰하는 시간, 9월은 파악하는 시간, 10월은 본격적인 수정과 적용을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항상 느끼지만 세계적인 감독들은 팀 운영, 훈련 프로그램 적용에서 확실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 대중이나 인터넷상에 공유된 명문 클럽들의 훈련 영상은 특별하지 않다. 내가 알기론 명문 클럽들은 중요도가 높은 훈련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콘테 감독은 확실한 스타일을 갖고 있다. 유벤투스와 이탈리아를 이끌며 플랜A로 사용한 백스리 조련에 대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것처럼 첼시는 헐시티 전을 기점으로 매 경기 발전했다. 감독은 세밀하게 관찰하게 정확하게 진단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계획된 훈련을 통해 선수들은 감독이 하고자 하는 것을 이해했다. 10월, 첼시의 코밤 트레이닝 센터는 마치 전지훈련이 진행되는 느낌이었을까?

첼시 v 맨유, 포지셔닝과 패싱 네트워크 (opta)

# 수비

아스필리쿠에타-루이스-케이힐 로 이루어진 백스리는 최근 세 경기에서 골을 내주지 않았다. 두 명의 센터백과 한 명의 풀백 자원으로 만들어진 조합이지만 가장 큰 영향력은 오히려 아스필리쿠에타로부터 발생한다. 세 명의 조합은 서로가 갖고 있는 단점을 커버한다. 최근 루이스와 케이힐은 잔실수가 줄었다. 두 명이 상대 스트라이커를 방어하면 측면에서 들어오는 유닛은 일대일 방어에 강한 아스필리쿠에타가 체크한다. 민첩한 아스필리쿠에타는 수비 타이밍이 다소 늦은 상황에서도 기어코 커버 동작을 성공해낸다. 여기에 존 테리가 최근 부상에서 복귀했다. 아직 벤치에서 대기하고 있지만 캡틴의 복귀는 아스필리쿠에타가 다시 측면으로 나가는 등 콘테 감독에게 추가적인 옵션을 줄 수 있다. 1월 이적시장에서 추가 영입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무서운 속도로 회복 중인 퀴트 주마를 잊어선 안된다. 콘테 감독이 이탈리아 무대에서 보유했던 보누치-바르잘리-키엘리니 백스리 유닛과는 분명 느낌이 다르다. 루이스는 결코 보누치가 될 수 없지만 아스필리쿠에타 역시 이탈리아에 없던 유형의 유닛이다.

# 미드필드

은골로 캉테, 네마냐 마티치의 중앙. 마르코스 알론소, 빅토르 모제스의 측면. 내 생각에 3-4-3 포메이션의 핵심은 미드필드다. 언제 올라가야 하는지, 언제 내려와야 하는지, 언제 벌려야 하는지, 언제 좁혀야 하는지, 이 상황들을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최근 캉테와 마티치의 중원 영향력이 향상됬다. 마티치는 견고함을 되찾았고 캉테는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시즌 초반보다 자유로워졌다. 사실 캉테나 마티치, 모두 미드필더로서 능력이 검증된 선수들이기에 이들의 활약은 놀랍지 않다. 장신에 밸런스도 좋은 알론소 역시 왼쪽 윙백이 익숙한 유닛이였다.

가장 눈길이 가는 선수는 오른쪽 윙백으로 나서는 빅토르 모제스다. 그동안 ‘윙어’ 모제스는 빠르고 저돌적이지만 지능적이지 않고 단순했다. 하지만 최근 윙백으로 나선 모제스는 기존의 장점을 유지한 채 전술적으로도 매우 영리하게 움직였다. 심지어 수비 상황에서도 어색함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모제스의 기량은 오른쪽 윙백 포지션에서 만랩을 찍을 것이다.

아자르는 '한창 좋았을 때' 의 퍼포먼스로 돌아오고 있다. (첼시 홈페이지)


# 공격

현재까지 디에고 코스타가 7골, 에덴 아자르가 4골을 기록했다. 두 선수는 첼시의 팀 득점 19골 중 11골을 합작했다. 코스타가 톱에 위치하고 아자르와 속도와 기술을 겸비한 페드로, 또는 윌리안이 측면에 선다. 코스타는 과거보다 좌우 윙어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최전방에서 어렵게 버티더라도 이전 보다 동료 선수들이 더 빠르게 서포트한다. 지공과 속공 모든 상황에서 최전방 공격수가 등을 진 상태로 2~3초만 버틸 수 있다면 다양한 공격 옵션이 가능하다. 코스타는 공이 있을 때나 없을 때 모두 상대 수비 블록을 파괴 할 수 있는 유닛이다. 여기에 군살이 쏙 빠진 아자르가 한창 좋았을 때의 퍼포먼스를 보이기 시작했다. 아자르는 플레이에 자신감을 느끼면 더욱 저돌적으로 도전한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며 조합 플레이도 할 수 있고 드리블을 통한 마무리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빼앗긴 후 수비로 전환되는 속도와 자세로 우수하다. 최근 경기를 보면 시즌 초반보다 태클 시도 및 인터셉트 위치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최근 첼시는 더 이상 공을 뺏기 위해 40~50 미터를 이동하지 않는다. 그 대신 공을 뺏긴 순간 곧바로 100% 힘을 발휘하여 10미터 안에서 승부를 본다. 첼시에게 다이나믹함이 느껴진다.

# 불안 요소

최근 3연승은 분명 훌륭한 성과다. 특히 맨유 전 4-0 승리는 두고두고 회자 될 것이다. 하지만 헐시티, 레스터시티, 맨유 모두 최근 공격 퍼포먼스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스리백 첼시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우스햄튼, 에버튼을 상대한 후 첼시는 A매치로 인해 또다시 2주의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 콘테 감독은 다시 한번 이 시간을 귀하게 사용 할 수 있다. 첼시는 11월 말, 토트넘과 맨시티를 차례로 상대한다. 단기적으로 이 두 경기가 첼시의 겨울 흐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미 선두권인 리버풀과 아스널에게 패했기에 이 두 경기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렇지만 나는 크리스마스에도 첼시 축구는 여전히 섹시할 것 같다. 맨유를 상대할 때의 퍼포먼스에서 더 발전하지 않아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 경기 문제가 생기더라도 수정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다. 첼시의 포커스는 리그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맨유 전 후반전에도 나타났듯이 첼시의 3-4-3은 공 점유율이 높을 때와 낮은 때 모두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한다. 지공 상황에서는 지공 대로, 속공 상황에서는 속공 대로 골이 터진다.

무엇보다 첼시는 앞으로 더 진화 할 수 있다. 일정이 진행될수록 첼시도 팀 밸런스가 깨지는 시기가 올 수 있다. 이 때 첼시는 백스리를 유지하되 공격수를 한 명 줄일수 있다. 콘테 감독은 이탈리아에서 3-5-2를 주로 사용했다. 그리고 현재 첼시 스쿼드도 두 명의 스트라이커를 배치 할 수 있다. 시즌 초반 긴박한 상황에서 골이 필요할 때, 콘테 감독은 코스타에 이어 바추아이를 투입하며 두 명의 공격수를 활용했다. 만약 첼시가 이번 시즌 3-5-2 포메이션까지 선보인다면 바추아이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는 최근 몇 시즌과 달리 확실히 흥미롭다. 세계적인 명장들이 집결했고 순차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맨시티, 맨유, 토트넘, 레스터시티 모두 마찬가지다. 아스널, 리버풀 만이 초반 혼란에서 빠르게 벗어났지만 언제 또 어려움이 닥칠지 모른다. 첼시는 분명 중요한 시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옷으로 갈아 입었다. 언급한것처럼 첼시가 지금 입고 있는 옷은 당분간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꽤 먹힐 것 같다. 지금 섹시하다고 해서 석달 뒤에도 그런 것은 아니지만 첼시는 분명 지금 리그 내에서 가장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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