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PO리포트]결정과 결단 끝에 나온 NC 대역전극

조회수 2016. 10. 22. 10: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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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투수전과 감독의 수싸움이 이어졌지만 결국 대수비로 나선 후보 포수 결승타

야구 감독의 가장 큰 임무는 ‘결정’입니다.

수도 없이 긴박하게 반복되는, 끝없이 이어지는 결정의 연속이 감독의 가장 큰 임무입니다, 아니 실은 업무의 전부입니다. 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이자 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야구 운영총책을 맡고 있는 토니 라루사 씨를 다룬 한 기사를 인용하면 야구 감독이 책임져야할 그 수많은 결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무거운 일인지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은 경기 준비 때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5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대략 300번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얼마나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도 몹시 놀랍지만, 그냥 단순한 결정이 아니라 피할 수 없이 필수적이며 또한 곧바로 책임이 돌아오는 결정의 연속이다. 과연 500대 기업의 CEO 중에 하루는커녕 1주일에라도 그렇게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가 있을까? 찰나의 순간에 제로섬이 될 수 있는 그런 반복되는 결정을 수없이 내려야 하는 야구 감독의 일상과 흡사한 날은 대기업 총수에게도 1년에 단 5일도 안 될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양 팀 감독의 결정과 결단의 와중에 결국 승부를 가른 것은 9회말 후보 포수 용덕환의 좌선상 적시타였습니다. 야구는 끝없이 이어지는 결정과 함께 이어지는 우연과 필연의 드라마입니다. 


21일 마산 구장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1차전,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과 LG 트윈스 양상문 감독의 결정은 시작부터 많이 달랐습니다.


일찌감치 언론에 발표된 다이노스 라인업은 다시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었습니다. 4번 타자 테임즈가 징계로 나올 수 없는 것은 알았지만 그 자리에 박석민도 이호준도 나성범도 아닌 권희동이라니. 군복무 마치고 9월 하순 돌아와 1군 14경기에서 2할6푼8리에 1홈런 9타점의 권희동이 4번에 배치됐고 3번에는 정규 시즌 3홈런의 박민우, 그리고 시즌 막판 슬럼프였지만 22홈런 113타점의 나성범이 2번이었습니다. 베테랑 이종욱이 1번이니 이종욱-나성범-박민우 라인은 올 통틀어 2번째, 그리고 4번 권희동 라인까지 하면 2016시즌 처음 보는 라인업이었습니다. 이호준은 허리 통증으로 빠졌고, 컨디션이 가장 좋다던 모창민도 라인업에 없었습니다.


반면 트윈스 타선은 상대가 오른손 선발이 나오면 종종 보던 라인업이었습니다. 다만 베테랑 정성훈(1루수)-정상호(포수)-손주인(2루수)가 하위 타선에 배치돼 경험과 노련미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보다 약간 의외는 전날 발표된 선발 투수였습니다. 1차전의 비중을 감안하면 4일 휴식 후 허프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양 감독은 무리하지 않고 정상적인 로테이션으로 간다는 결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해 소사는 6과⅓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응답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결정을 내린다 해도 감독의 결정과는 전혀 무관한 여러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또한 야구입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0의 행진이 전반기 22홈런 기세가 후반기 4개로 완전히 수그러들었고, 포스트 시즌 6경기에서 2할8리에 1타점에 그친 히메네스에 의해 깨질 줄 누가 알았을까요? 변함없이 4번에 기용한 것은 양 감독의 결정이었지만 홈런 사인을 낼 수는 없는 것. 이날도 힘없는 내야 땅볼 2번에 그쳤던 히메네스는 7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해커의 높게 걸린 슬라이더 실투를 받아쳐 좌측 관중석에 공을 날려 보냈습니다. 히메네스 자신을 비롯해 거의 모두가 파울일줄 알았던 이 타구가 페어 지역에 떨어지며 트윈스는 소중한 선취점을 뽑았습니다. 해커는 그 전까지 단 1피안타로 역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1-0이던 8회초 이번에는 8번 타자 정상호가 한 건을 합니다. 삼진과 투수 땅볼로 물러났던 정상호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해커의 2구째, 이날 96구째 135km 커터를 받아쳐 역시 좌측 폴 안쪽을 살짝 지나가는 대형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이날 소사를 잘 리드하며 다이노스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가던 것만도 수훈이었는데, 당시 분위기로서는 거의 쐐기포처럼 여겨지던 묵직한 한 방이었습니다. 역시 홈런 사인이 나온 것은 아니었지요.



야구에서 감독의 역할은 과연 어느 정도의 비중일까요?

과거 10년 넘게 MLB를 현지에서 취재하면서 많은 관계자들에게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걸어 다니는 야구 백과사전인 텍사스 레인저스 부사장 존 블레이크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공통적인 대답은 ‘5경기 정도’였습니다. 뛰어난 감독은 한 시즌 5승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겨우 5승?’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통계가 대거 도입되며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Wins Above Replacement의 약자)이라는 기록이 점점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STATIZ에 따르면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WAR를 기록한 타자는 삼성의 최형우로 7.76이고, 2위가 NC의 테임즈로 5.97입니다. WAR 5점이 넘는 타자는 총 8명이었습니다. MLB에서는 WAR 1의 비중을 700-800만 달러로 평가합니다. 1승 추가의 의미는 그 정도로 큽니다.

그러니까 명감독이 5승 정도를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의 의미는 정말 대단한 것이고, 역으로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감독은 5승 정도를 까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감독에 따라 같은 전력으로 10승 차이가 날 수도 있는데, 그건 포스트 시즌을 갈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엄청난 차이가 됩니다.



야구 감독은 끊임없이 고심하고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경기의 결과가 뒤바뀌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21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 후반에 계속 이어진 숨 가쁜 결정들은 참 극적인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이날 계속된 결정의 순간들을 되돌아보겠습니다.



7회말 트윈스 1-0 리드

계속 기회를 놓치던 홈팀 다이노스의 선두 타자 5번 박석민이 소사의 공에 맞으며 진루합니다. 이날 강약조절이 뛰어났던 소사는 6번 조영훈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김성욱에게 변화구 실투로 좌전 안타를 허용했습니다. 주자는 1,2루에 공이 자꾸 높아지는 소사. 양 감독은 결정을 내리고 정찬헌을 두 번째 투수로 투입합니다. 올 시즌 앞두고 마무리 후보에서 4월 경추 수술로 시즌 대부분을 재활로 보낸 정찬헌은 시즌 막판 돌아와 트윈스 불펜에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날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친 8번 손시헌을 3루 땅볼로 끌어내 5-4-3의 병살로 위기를 간단히 처리했습니다. 양 감독 결정의 대성공. 반면 김 감독은 그나마 라인업에 남은 주포인 박석민을 대주자 김종호로 교체하는 강수까지 뒀지만 득점 실패.



8회말 트윈스 2-0 리드

김 감독은 주전 포수 김태군을 빼고 출루가 탁월한 김준완을 대타로 세웁니다. 그리고 김준완은 계속 빠지는 정찬헌의 공에 미동도 않고 볼넷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다이노스는 이날만 4번째 선두 타자 진루. 정찬헌은 1번 이종욱은 3루 파울플라이로 잡으며 원아웃을 잡았는데 이때 트윈스 벤치가 움직입니다. 같은 왼손 타자지만 2번 나성범 상대로는 좌완 진해수를 선택했습니다. 곧이어 내야 땅볼, 4-6-3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끌어내면서 LG 투수 교체는 성공했고 다이노스의 분위기는 더욱 암울해집니다.진해수는 지난 8월27일 kt전을 시작으로 이번 포스트 시즌 3경기까지 22경기 연속 무실점의 대단한 기세를 이어갔습니다.



9회초 트윈스 2-0 리드

이미 8회초 해커가 2번째 홈런을 맞자 이재학의 빈자리 선발 후보로 꼽히던 좌완 구창모를 투입해 일단 안정을 끌어낸 김 감독은 9회초 김진성을 투입했습니다. 올해 NC 불펜에서 가장 많은 69경기를 던졌고 14홀드와 함께 가장 어려운 순간마다 마운드를 지켰던 김진성은 그러나 히메네스에게 투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고도 볼넷을 내줬습니다.

0-2도 버거운데 추가 실점이라면 전의 상실도 우려될 수 있는 상황에 좌타자 5번 오지환을 앞두고 다시 투수 교체 결정이 납니다. 좌완 임정호가 마운드에 올랐고 오지환은 다소 소극적인 희생 번트로 주자를 2루로 보냈습니다. 그러자 김 감독은 다시 마무리 임창민을 투입했습니다. 6번 채은성이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전 이닝 정성훈 대수비로 나왔던 양석환은 첫 타석에서 2루수 뜬공으로 LG는 추가 득점에는 실패했습니다. 투수 3명이 투입되고 새 타자도 한 명 나선 9회초는 그러나 예고편에 불과했습니다.



9회말 트윈스 2-0 리드

트윈스의 마무리 임정우 투입 결정은 당연했습니다. 올 가을 3경기에 나서 1승 2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00의 완벽투의 사나이. 정규 시즌 NC와 6경기에서 1패에 3세이브 그리고 10.13으로 고전하기도 했지만 포스트 시즌은 전혀 다른 리그입니다. 임정우는 후반기에 15세이브에 2.27을 기록할 정도로 확실한 마무리로 자리를 잡으며 시즌 28세이브로 리그 2위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날 시즌 단 7번째로 3번에 배치된 선두 타자 박민우가 중전 안타로 희망의 불씨를 살렸습니다.  다음 타자는 올해 처음 4번에 배치된 것이 못내 부담스러운 듯 3타수 무안타에 삼진 2개를 당한 권희동. 벤치에는 여전히 이호준, 모창민 등이 대기하고 있었기에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러나 김 감독의 결정은 무결정, 즉 그대로 권희동이었습니다. 폭투가 나와 박민우가 2루로 질주했고, 이어서 권희동은 임정우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좌전 안타를 쳐 무사 1,3루로 이어졌습니다. 3루 이광길 코치가 발 빠른 박민우를 막은 것은 중요한 결정이었고 막연하던 NC의 희망은 구체적인 반격 의지로 살아났습니다. 1루 주자 권희동 자리엔 대주자 이상호가 투입됐습니다. 숨가쁜 결정들.


다음 타순 예정이던 박석민은 이미 7회에 대주자로 교체됐고 3루 대수비로 들어간 지석훈 차례였습니다. 다이노스의 아주 중요한 유틸리티맨인 지석훈의 올 시즌 타율은 2할1푼9리로 작년보다 많이 떨어졌고, 득점권에서도 2할3푼2리에 그쳤습니다. 모창민이나 이호준이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또 결정은 무결정, 그리고 지석훈이 우전 안타를 치면서 1-2로 따라붙었습니다.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LG 트윈스 배터리는 계속 변화구 승부를 선택했고, 임정우가 지석훈에게 던진 132km 슬라이더는 높게 걸린 실투였습니다.

마무리의 연속 3안타 허용과 실점으로 리드는 절반으로 줄었고, 양 감독은 어쩔 수 없는 교체를 선택했습니다. 후반기에만 16홀드를 기록한 막강 셋업맨 김지용이 임정우의 마운드를 이어받았습니다. 셋업맨과 마무리의 순서가 바뀌기는 했습니다. 게다가 2010년 1군 데뷔 후 단 하나의 세이브도 없던 김지용. 그러나 때론 야구 감독의 결정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할 때도 있습니다.


김지용은 5번 조영훈을 삼진으로 잡으며 한 숨 돌리고 김성욱을 맞을 채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날 2안타를 친 김성욱의 타석에서 김 감독은 베테랑 이호준을 선택했습니다. 계속 대타 기회에 안 나오기에 허리 통증이 심한가 싶었던, 만 40세 8개월의 KBO리그 사상 포스트 시즌 최고령 선수는 극적인 순간의 압박용이었습니다. 그리고 풀 카운트 끝에 바깥쪽 떨어지는 공을 순리대로 결대로 밀어 쳤고, 결국은 우전 안타를 터뜨리며 이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고 말았습니다, 9회말에.

1사 주자 1,3루 손시헌 타석에 양 감독은 두 번 연속 피치아웃을 했습니다. 상대의 스퀴즈 작전에 대비책 끝에 볼카운트가 몰리자 아예 고의 볼넷으로 만루 작전을 결정했습니다. 역시 확률적으로 충분히 납득할만한 결정이었습니다. 게다가 다음 타자는 주전 포수 김태군이 대타 교체되며 9회 대수비로 들어왔던 용덕한으로 시즌 타율은 2할1푼2리에 7타점.


그러나 한 경기 300번의 감독의 피를 말리는 결정보다, 숙명처럼 이어지는 야구의 흐름이 승부를 결정지을 때가 더 많다는 건 이 경기에서도 증명이 됩니다.

볼카운트 1볼에서 김 감독은 스퀴즈를 결정했지만 몸 쪽에 바짝 붙는 공이 들어오며 용덕한은 가까스로 파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강공 전환, 바로 다음 공을 때려 좌측 선상으로 빠지는 결승타를 쳤습니다. 마산 구장은 순식간에 축제의 장으로 변했고, 믿기 어려운 대역전극이 그렇게 완성됐습니다.

9회초에 양 팀 4명이 투입됐는데, 9회말에는 7명의 교체가 있었습니다. 9회에만 총 11명이 새로 투입된 막판 혈투는 결국 NC 다이노스의 포스트 시즌 3번만에 첫 1차전 승리로 이어졌습니다.


2차전은 선발은 허프와 스튜어트. 22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될 이 경기는 또 어떤 야구 드라마가 펼쳐질까요?  2차전에는 테임즈가 출전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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