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인사이드]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스타 프로리그

최민숙 2016. 10. 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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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스포츠와 역사를 함께하며 14년간 진행됐던 스타 프로리그가 지난 18일부로 종료됐다. 이와 함께 SK텔레콤 T1 등 대부분의 스타크래프트팀이 해체를 발표했다. 프로리그의 중단과 팀들의 해체 소식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특히 프로리그가 차기 시즌에도 계속 열릴 거라고 생각했던 해외 팬, 관계자들은 "한국 e스포츠에서 매우 슬픈 날이다"라며 매우 비통해했다.


2003년 시작된 프로리그

2003년 KTF EVER 프로리그 우승을 차지한 동양 오리온


스타크래프트로 진행된 프로리그의 원년 리그는 지난 2003년 3월 1일부터 6개월간 온게임넷(현 OGN)에서 열린 KTF EVER 온게임넷 프로리그다. 당시 KTF 매직엔스, 한빛 스타즈, 동양 오리온, G.O, KTEC 플러스, AMD 드림팀, 삼성전자 칸, KOR 8개 팀이 참가했다.


경쟁 방송국이었던 MBC게임도 팀리그를 진행했지만, 온게임넷이 열린 프로리그가 더 인기가 많았다. 당시에는 동양 오리온이 9승 3패를 기록하면서 1위로 결승에 진출한 한빛 스타즈를 꺾고 초대 우승팀에 이름을 올렸다. '괴물'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최연성 전 SK텔레콤 T1 감독은 다승왕과 신인왕을 동시에 수상했다.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결승전도 사연이 많았다. 폭우가 내리면서 일주일 연기된 것. 당시 중계를 맡았던 전용준 캐스터가 직접 사과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주일 후 재개된 결승전에서도 폭우가 내렸지만, 많은 팬이 우의를 입고 현장을 떠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광안리 10만 관중 신화

프로리그를 통해 e스포츠의 성지가 된 광안리.


2004년 7월 17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벌어진 SKT 프로리그 2004 1라운드 결승전에 10만 명에 가까운 관중이 몰렸다. 이후 SKY 프로리그 2005 전기리그 결승전에서도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광안리 해수욕장은 e스포츠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프로리그는 한국 e스포츠의 주춧돌이었다. 한국이 e스포츠 종주국뿐만 아니라 메카로서 인정받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가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선수를 지망하는 게이머들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클랜과 정식 프로팀이 만들어졌고 단체전의 성격을 띤 프로리그가 탄생하게 됐다.


프로리그를 통해 많은 기업 팀이 탄생했다. 마케팅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한 SK텔레콤, CJ 등 대기업들이 동양 오리온, G.O 등을 인수해 창단했고 온게임넷과 MBC게임 두 게임 방송사도 POS와 KOR팀을 인수해 팀을 만들었다. 또한, 공군에서는 처음으로 e스포츠 팀을 만들어서 참가하면서 선수들의 병역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프로리그의 위기


급속하게 발전했던 프로리그는 2011년 스타 1, 2 병행기를 맞이하면서 혼란을 겪었다. 이때 OGN과 함께 프로리그를 중계하던 MBC 게임이 폐국되고, 스타2가 스타1만큼 대중적인 사랑을 받지 못했다. 2013년에는 STX 소울과 웅진 스타즈 등 프로리그 우승까지 기록했던 프로게임단들이 줄줄이 해체하면서 해외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많아졌고, 국내 선수 풀과 프로리그 참여 팀 수가 점차 감소했다.


스타 프로리그 폐지 이유는?


오랜 시간 동안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프로리그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인기가 시들해졌다. 가장 먼저 시작은 블리자드와의 중계권 갈등이었다.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리그오브레전드(LoL)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것도 원인 중에 하나였다.


이에 협회는 EG와 팀 리퀴드의 연합팀을 초청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LoL에 쏠린 팬들의 반응을 갖고 오는 데 실패했다. 더불어 스타 플레이어의 은퇴 러시가 이어진 가운데 새롭게 유입되는 게이머들은 전무한 상황에서 팀을 꾸리는 것조차 무리가 있었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승부조작이었다. 2010년 인기 있는 선수들이 대거 가담해서 충격을 안긴 승부조작으로 인해 많은 팬이 돌아섰다. 당시 e스포츠는 공중파 방송에 소개되고 프로야구를 위협할 정도로 인기를 구가했다. 또 정식 종목 채택을 위한 노력도 승부조작으로 인해 빛이 바랬다.


이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인기를 되찾는 듯했지만, 지난 해 터진 승부조작은 프로리그 존립에 치명타를 날렸다. 리그를 후원해주는 후원사 섭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리그를 계속 지속시킬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협회는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03년 3월을 시작으로 올해 2016 시즌까지 14년 동안 지속됐던 전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팀 단위 e스포츠리그인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운영을 10월 18일부로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국 e스포츠와 함께 했던 스타 프로리그는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포모스 김용우 기자 kenzi@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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