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스타일이 비슷하면 차이는 결국 디테일에서 발생한다.

조회수 2016. 10. 20. 13: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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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 UEFA 챔피언스리그 매치데이 #3 바르셀로나 v 맨체스터시티 리뷰
메시=헤트트릭=챔피언스리그 통산 87호골 (uefa.com)

4-0

오늘 새벽 이 경기를 해설하면서 여러번 당황했다. 예상한 것 보다 훨씬 많은 변수가 경기 중계의 난이도를 점점 향상시켰다. 경기 초반 맨체스터시티의 접근 방법, 페르난지뉴의 사고, 피케의 부상, 브라보와 마티유의 퇴장까지. 이번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 경기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모은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시티의 경기는 반복된 변수의 향연이였다.

관전포인트, 양 팀의 불안요소 (spotv)

# 경기 포인트 & 불안요소

바르셀로나의 불안요소는 오른쪽 풀백이였다. 세르지의 공백을 메울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있었지만 모두 확실하진 않았다. 움티티의 풀백 활용, 지난 주말 데포르티보 전 과 같이 하피냐를 활용한 백스리, 아니면 잊혀진 비달의 출전? 정작 엔리케 감독은 마스체라노를 풀백으로 배치했다. 나머지 포지션은 문제가 없었다. 메시의 복귀로 9월 중순 AT마드리드 전 이후 처음으로 MSN이 선발 라인업에 함께 이름을 올렸고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라키티치와 움티티의 상황도 좋아보였다.

불안요소는 맨체스터시티가 많았다. 최근 에버튼을 상대로 공격적인 백스리를 사용했지만 MSN을 상대로 백스리는 리스크가 있었다. 때문에 콜라로프, 사발레타 두 명이 백포의 측면을 담당하며 시즌 초반 신선했던 풀백 동선과 달리 클래식한 풀백의 역할을 수행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앞선 인터뷰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은 바뀌지 않음을 재차 강조했다. 누캄프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공을 더 오랜 시간 갖기 위해 과르디올라 감독은 공격수 아구에로를 벤치에 앉히고 미드필더 데브라이너를 선발로 출전시켰다.

테크니컬 라인업 (uefa.com)

# ‘스타일’이 비슷하면 차이는 결국 ‘디테일’에서 발생한다.

경기 초반, 카메라가 벤치에 있는 과르디올라 감독을 비출 때, 순간 ‘바르셀로나의 과르디올라 감독입니다.’라고 소개 할 뻔 했다. 아무리 경기 하루 전 공식 인터뷰에서 매치업의 주제를 선수로 돌려도 결국 이 만남의 중심에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있었다. 공격 라인에 포진된 선수들의 성향과 플레이 스타일은 달랐지만 양 팀의 기초 빌드업 과정은 비슷한 점이 있었다. 양팀은 서로 공을 오래 갖고 있기 위해 노력했고 동시에 높은 지점에서 수비를 시작했다.

한 팀이 골키퍼로부터 시작된 짧은 골킥으로 기초 빌드업을 시작하면 다른 한 팀은 위에서 수비 작업을 시작했다. 압박과 탈압박의 싸움은 경기 내내 인상적이였다. 이 과정에서 양 팀 모두 서로의 골키퍼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바르셀로나의 테어 슈테겐과 맨시티의 브라보. 불과 두 달여 전까지 이들은 동료였다. 어쩌면 두 골키퍼들은 자체 경기를 뛰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4-4-2 포맷을 사용하는 팀과 3-4-3 포맷을 사용하는 팀의 대결처럼 축구 경기에서 양 팀의 스타일이 상반될 때, 재미는 더욱 커진다. 반대로 비슷한 스타일로 접근하는 팀들의 경기 또한 재밌다. 하지만 보통 이런 경기는 세밀함, 즉 디테일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하프라인을 넘어갈 때 바르셀로나와 맨시티의 전개 방법 차이는 있었다. 하지만 골키퍼로부터 시작되는 기초 빌드업 방법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양 팀의 차이가 느껴졌다.

1. 압박의 디테일

2. 탈압박의 디테일

3. 골키퍼의 디테일

맨시티는 꽤 좋은 템포로 경기를 시작했다. 데브라이너가 전방에서 활발하게 수비를 시작했고 2선에 배치된 실바, 놀리토, 스털링도 빠르게 반응했다. 때문에 경기 초반에는 바르셀로나가 한 칸 앞으로 양질의 패스를 좀처럼 투입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반 17분 페르난지뉴의 사고에 의한 메시의 골로 상황은 급격하게 변했다.

바르셀로나는 되찾은 안정감을 바탕으로 맨시티의 전방 압박을 풀어나오기 시작했다. 전방에 위치한 MSN을 향한 패스의 질은 점점 향상되기 시작했다. 압박과 탈압박은 같은 맥락이다. 맨시티 공격진은 어느 순간 압박을 시작할 타이밍을 설정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경기 중 압박을 통해 상대가 실수를 하고 곤란함을 느끼면 자신감은 배가 된다. 하지만 강한 압박을 시도했는데 상대가 훌륭한 볼 터치와 포지셔닝으로 풀어나오면 반대로 두려움이 생긴다. 그렇게되면 압박하기 위해 도전하는 장면보다 견제하는 장면이 더 많이 발생하는데 이럴수록 상대 수비는 여유로워지며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진다. 맨시티에게는 쉽지 않은 상황이였다. 적극적으로 나가서 압박하면 바르셀로나는 그것을 풀어나왔고, 조금 소극적인 수비를 취하면 어김없이 공간에 대한 공략을 허용했다.

바디 포지션, 퍼스트 터치, 포지셔닝이 기본이 된 탈 압박

맨시티는 바르셀로나에게 전방 압박을 당하면 골키퍼(브라보)와 풀백(사발레타, 콜라로프)을 통해 미드필드(페르난지뉴,실바,귄도간) 포지션으로 공을 연결했다. 페르난지뉴가 그 중심을 잡는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맨시티의 전방 압박이 강하거나 라인 간격이 다소 멀게 느껴지면 미드필드를 거치지 않고 전방 MSN을 겨냥하여 다이렉트 플레이를 몇 차례 시도했다. 과거 펩 시절 바르셀로나와 현재 루초 바르셀로나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경기 기록 이상의 점수 차이가 발생했다. (uefa.com)

# 피케

전반 28분, 피케의 부상이 감지되었다. 실바의 태클 상황에서 부상을 당한 피케는 결국 전반 종료 직전 마티유와 교체되었다. 교체 시기를 전후로 바르셀로나의 수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동안 오픈플레이와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맨시티는 귄도간과 스톤스가 득점에 가까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킥오프 10분 만에 조르디 알바가 부상으로 뤼카 디뉴와 교체되었지만 수비에 큰 문제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피케가 아웃된 이후 바르셀로나는 제공권, 빌드업, 수비 라인설정 등 많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피케의 부상은 바르셀로나에게 가장 큰 변수가 되었다. 만약 11 대 11 싸움으로 90분이 진행되었다면?

# 퇴장

전반 35분부터 하프타임까지 맨시티의 흐름이 좋았다. 미드필드에서 회복된 영향력을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했고 득점에 근접했던 장면도 있었다. 후반에도 그 기세를 이어가려던 찰나, 8분 만에 브라보의 퇴장이 발생했다. 테어 슈테겐과 브라보 모두 현대 축구 흐름에 맞춰 진화된 골키퍼들이지만 결국 이 대결에서 디테일이 차이를 만들었다. 한 명의 차이로 많은 변화를 볼 수 있었다. 맨시티는 더 이상 점유율 싸움을 하기 힘들었다. 전방 압박은 물론 모든 지역의 빌드업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숫적 열세에도 미드필드 과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을 간파한 바르셀로나는 페르난지뉴를 집중 공략하며 맨시티 공수의 연결 고리를 차단했다. 이 팀들의 레벨에서 한 명의 숫적 열세는 치명적이다. 후반 8분까지 맨시티에 발생한 두 차례 사고 (첫 실점 때 미끄러진 페르난지뉴, 브라보의 실수에 의한 퇴장)는 준비가 철저한 과르디올라도 대응하기 어려웠다.

바르셀로나는 맨시티의 연결고리, 페르난지뉴를 공략했다.

후반 28분, 제레미 마티유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지만 그 사이 바르셀로나는 한 명의 차이로 두 골을 더 만들었다. 과르디올라는 뒤늦게 아구에로를 투입했지만 아마도 이 경기를 준비하며 구상했던 교체 상황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을 것이다.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팀이 만나면 항상 변수가 발생했다. 그리고 그 변수는 항상 맨시티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몇 년간 맨시티는 클럽 내에 바르셀로나의 색깔을 하나씩 이식했고 정점은 역시 이번 시즌 이루어진 과르디올라 감독의 영입이였다. 양 팀 모두 세계적인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네 골의 차이가 발생했다. 물론 많은 변수가 있었음을 기억해야 하지만...

바르셀로나, 맨체스터시티, 그리고 리오넬 메시.

우리가 흔히 말하는 ‘클럽의 DNA’는 어린 시절부터 형성되는 것 같다. 해설을 하면서 느꼈지만 경기 중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풀어나오는 방법에 대한 생각에서 바르셀로나가 앞섰다. 즉, ‘이 상황에서는 우선 이렇게 해보고 그게 안되면 이렇게 해야 해.’ 라는 방법의 순위가 맨시티 보다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더 잘 정리되어 있는 것 같았고 여기서 차이가 만들어진 것 같다.

두 팀은 2주 후, 네 번째 매치데이 때 맨체스터에서 다시 만난다.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두 팀의 경기를 다시 볼 수 있기에 벌써부터 마음이 설랜다. 2주 후에는 부디 ‘퇴장’이라는 변수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아! 양 팀의 차이를 만든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

리오넬 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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