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한 지붕 두 감독, 그저 웃픈 우리네 K리그
'바람 잘 날 없는 K리그. 그저 웃프다...'
스플릿 라운드 첫 경기를 앞두고 난데없는 뉴스가 날아들었다. K리그 클래식 그룹A에 진출한 제주와 전남이 아시아축구연맹(AFC) 규정에 따라 P급 자격증을 보유한 새로운 감독을 임명하고, 이전까지 팀을 이끈 감독을 수석코치로 보직 변경한다는 어리둥절한 내용이었다. 하루 아침에 시즌 내내 팀을 이끌던 감독은 코치가 되고, 낯선 이가 갑자기 지휘봉을 잡는 웃지 못할 상황에 팬들은 많은 비난을 쏟아냈다. 그중 가장 공감이 가는 댓글은 '그저 웃프다'는 표현이었다. '우습다'와 '슬프다'를 합친 신조어 '웃프다'. 신조어를 썩 좋아하지 않지만 이 상황에서 그보다 적절한 단어가 또 있을까 싶다.
불과 며칠 전 미디어데이에서 승리에 대한 야심찬 포부를 밝힌 제주 조성환 감독과 전남 노상래 감독은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에서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수석코치라는 직함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보는 이(팬)도 낯설고, 하는 이(감독)도 낯설었던 그저 웃픈 주말이었다.
휘슬이 울리자 두 사람 사이의 어색한 공기가 드디어 민낯을 드러냈다. 전북을 만나면 유난히 더 뜨겁게 타올랐던 조성환 수석코치는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선수들을 진두지휘했고, 김인수 감독은 조성환 수석코치와 그라운드를 번갈아 바라보며 눈치껏 감독의 자세를 취했다.
전반전이 끝난 후에도 곧바로 라커룸으로 향하지 않고 어색한 표정으로 벤치를 지키던 김인수 감독은 조성환 코치가 자리를 뜨자 그제야 발길을 옮겼다.
김인수 감독은 후반전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했는데, 조성환 코치 뒤에서 자신의 임무를 찾으려 무던히 애쓰는 모습이었다.
조성환 코치의 지시가 끝나면 뒤에서 기를 불어넣고, 판정이 잘못되면 함께 목소리를 보탰다.
교체되어 들어오는 선수들은 가끔 당황하기도 했다.
경기가 종료된 후에는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전북의 무패 기록을 깨는 대단한 승리를 거두고도 당당하게 앞으로 나설 수 없었던 하루 전 감독과 눈치보기 바쁜 신임 감독. 어색하고 불편한 한 지붕 두 감독의 모습은 프로답지 못한 한국 프로축구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팬들에게는 배려와 존중을 바라면서 과연 그들은 얼마나 프로답게 리그를 준비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일이다. 더 이상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는 '웃픈 축구 이야기'는 진지하게 사양한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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