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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기자 준PO리포트] 의욕과 과욕 사이, 그리고 수비

조회수 2016. 10. 17. 06: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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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채은성, 박동원 등이 펼친 순간 순간의 반전으로 얽힌 드라마

공격적이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는 운동선수에게 필수입니다.

야구에서도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나 공격적인 피칭, 과감한 타격 등은,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질책을 당할 일은 아닙니다. 거의 대부분 경우에 그렇습니다. 특히 정규 시즌에는 실수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으니 과감하라는 주문까지 듣습니다.

그러나 한 경기, 한 플레이의 비중이 대단히 묵직한 포스트 시즌에는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습니다. 의욕이 지나쳐 과욕이 되면 흐름이 끊어지거나 심지어 상대 팀에 넘어가는 경우가 나옵니다. 오늘 경기를 내줘도 내일 이기면 되는 정규 시즌이 아니기에 상황에 맞는 플레이가 절실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순간에 찰나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의욕이 과욕이 되면 안 되는 순간인지, 혹은 적극적이어야 하는데 소극적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그 찰나의 결정은 결과가 좋든 나쁘든 다시 돌이킬 수는 없습니다.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요.

2-1로 앞선 7회초 무사 2루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넘긴 허프가 포효하고 있습니다. <사진=LG트윈스>

인생이 타이밍이듯, 야구도 타이밍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각 타이밍에서의 각자의 선택입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치른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준PO 3차전은 사실상 3전2선승제의 1차전이었습니다.

이미 치른 두 경기를 나눠가진 두 팀은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느냐 패배하느냐에 따라 ‘한 경기만 더 이기면 NC 다이노스를 만나러 가느냐’ 혹은 ‘한 경기만 더 패하면 시즌이 끝나느냐’의 크게 상반되는 기로에 서게 됩니다.

3회까지 양 팀은 잽을 날리며 탐색전 양상. LG 선발 데이빗 허프는 1,2회 주자를 내보냈지만 피해는 없었고, 3회초는 세 타자로 간단히 끝냈습니다. 삼자 범퇴로 1회를 시작한 넥센 선발 신재영도 2회 2사 1,2루에서 8번 유강남을 삼진으로 잡았고, 3회말에는 1사 주자 1,2루 위기에서 박용택을 삼진 잡은 후 유격수 김하성의 실점을 막는 호수비에 이어 2루수 서건창의 재빠른 상황 판단으로 3루를 지나친 주자 손주인을 잡으며 이닝을 끝냈습니다. 그러자 허프도 밀리지 않고 넥센의 4회초를 공 11개로, 그것도 2,3,4번을 간단히 처리하며 마쳤습니다.

역시 팽팽한 0의 행진을 끊는 것은 큰거 한 방일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4회말 트윈스 선두 타자 6번 오지환이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6번 채은성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자 7번 양석환이 번트를 댄 것이 투수 땅볼이 되며 투아웃에 주자는 2루. 한 방이 있는 타자의 번트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또 이닝이 끝날 수도 있다는 느낌의 흐름을 깬 것은 바로 유강남이었습니다.

올 시즌 주전 포수 자리를 꿰찬 유강남이었지만 가을 잔치 들어서는 마음고생이 좀 있었습니다. 돌아온 베테랑 정상호가 좋은 수비와 함께 공격에서도 쏠쏠한 역할을 하며 시선을 집중시켰습니다. 와일드카드 1차전과 준PO 2차전, 유강남이 선발 포수로 나선 경기는 모두 패했습니다.

그러나 유강남은 주눅 들지 않았고 공격적인 마음 자세를 잃지 않았습니다.

2회말 주자 둘과 2만5000명 만원 관중이 주시하던 타석에서 신재영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후 볼카운트에 몰린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던 유강남. 속구의 평균 구속이 130km대 중반인 신재영의 생존법은 빼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이끌며 좀처럼 볼넷이나 집중타를 내주지 않는 것. 이날도 1회 세 타자를 모두 스트라이크로 시작했고, 유강남에게도 첫 타석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두 번째 타석 역시 초구 스트라이크존을 치고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최고의 제구력을 자랑하는 신재영의 138km 속구는 아뿔사, 타자가 딱 치기 좋은 스트라이크존 중앙 위쪽에 걸렸습니다.

유강남은 미리 작심한 듯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타구는 줄기차게 내리던 빗속을 뚫고 좌측 담장을 빠르게 넘어 관중석에 꽂혔습니다. (습도가 60% 이상이면 비거리가 5% 정도 줄어듭니다. 이 경기 내내 비가 내렸습니다. 물론, 실투였지만 실투를 홈런으로 연결하는 건 타자의 능력입니다.) 선취점을 그것도 8번 타자의 극적인 홈런으로 뽑으면서 2-0으로 앞선 홈팀의 분위기는 한껏 고무됐습니다.

그러나 만나기만 하면 치열한 대결을 반복하는 두 팀이고, 넥센도 곧바로 반격에 나섭니다.

5회초 1사후 6번 이택근이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리며 호투하던 허프를 흔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타석은 7번 김지수. 히어로즈의 중요한 백업 내야수인 김지수는 채태인과 대니돈이 무릎 부상으로 빠지고, 주전 3루수 김민성마저 장염으로 컨디션이 떨어지자 이날 3루수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가을 잔치의 유일한 안타가 2013년 준PO 2차전의 끝내기였던 추억이 있는 김지수입니다.

볼카운트 2-2에서 김지수는 허프의 몸쪽 낮게 파고드는 147km 강속구를 정말 잘 받아쳤습니다. 타구는 우중간 빈 공간으로 날아갔고 2루 주자 이택근은 여유 있게 홈으로 질주, 1-2로 리드는 절반이 됐습니다. 그런데 김지수는 1루에서 멈추지 않았고 곧바로 2루를 노렸습니다. 외야 꽤 깊은 타구라 홈 승부는 불가능했고 중견수 김용의는 곧바로 2루로 쐈습니다. 합의 판정까지 거치는 접전이었지만 원심대로 김지수는 아웃. 정확한 송구에 이어 오지환의 태그도 좋았고, 김지수의 슬라이딩 타이밍은 약간 빨랐습니다.

의욕과 과욕 사이에서 1사 주자 1루 대신에 2사 주자는 사라졌습니다. 다음 타자 박동원의 3루 선상 빠른 타구를 히메네스가 처리하며 추가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7회초에는 상반된 상황이 발생합니다.

선두 4번 윤석민이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를 치면서 넥센은 다시 기회를 잡았습니다. 대주자 유재신으로 바뀐 타이밍은 약간 아쉬웠던 것은 윤석민의 강타가 필요한 순간이 다시 올 수도 있었기 때문.(9회 윤석민의 타석은 채태인이 대타로 안타를 쳤습니다.) 그러나 김민성이 번트 실패 끝에 진루타를 치면서 주자는 3루에 갔고, 이 고비에서 허프는 이택근을 1루 뜬공으로 잡아 2아웃이 됐습니다.

여기서 다시 김지수에게 기회가 왔습니다. 허프는 김지수에게 볼 3개를 연속으로 던지며 흔들렸습니다. 그리고 4구째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오는 145km 속구는 공격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도 있었지만(특히 5회에 적시타를 터뜨린 바로 그 코스였기에) 김지수의 참을성이 이해가 가는 부분. 그런데 이어서 130km의 체인지업이 참 밋밋하게 정 가운데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김지수의 방망이는 나가지 않았고, 곧바로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놓쳤구나!’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리고 허프와 유강남 배터리는 궁지에 몰린 타자에게 바닥에 떨어지는 130km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습니다. 허프는 포효했고, 김지수는 머리를 감싸 쥐었습니다. 과욕이 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소극적인 자세를 만들었고, 그렇게 기회는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김지수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

5회 김지수의 안타가 있었기에 1점을 따라붙었습니다. 그리고 7회 동점 기회는 김지수 앞에 김민성도, 이택근도 있었습니다. 시즌 타율이나 타점 등으로 보면 확률적으로 더 좋은 기회를 가진 타자들도 앞선 득점권에서 허프를 공략하지 못하고 물러났고, 배턴이 김지수에게 넘어갔을 뿐입니다. 그러나 넥센 입장에선 의욕과 과욕 사이를 넘나들며 나온 결과의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치만 야구가 또 그렇습니다.

이날 계속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좋은 수비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그러나 두 번의 결정적인 수비 플레이는 이날 경기의 명암을 확실히 가르고 말았습니다.

6회초에 나온 우익수 채은성의 수비는 결정적인 한 순간이었습니다.

준PO 2차전에서 올 가을 잔치 통틀어 첫 홈런을 친 넥센 선두 타자 임병욱은 허프의 높게 걸린 체인지업을 힘차게 받아쳤습니다. 총알 같은 타구는 다소 스타트가 늦었나 싶은 채은성의 머리를 넘어갈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몸을 360도 회전하며 끝까지 타구 방향을 추격한 채은성은 껑충 뛰며 넘어가는 공을 잡아챘습니다. 가장 처리하기 어렵다는 외야수 정면으로 날아드는 직선타구를 채은성이 가까스로 잡아내자 허프는 양팔을 치켜들었습니다.

넘어갔다면 임병욱의 스피드로 2루타는 확실했고, 공이 어떻게 튀느냐에 따라 3루타도 가능했습니다. 놀란 허프가 다음 타자 서건 창을 이날 첫 볼넷으로 내보내기도 했으니 채은성이 파인 플레이는 정말 높은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7회말.  방금 전 무사 2루의 위기를 넘긴 트윈스는 선두 타자 김용의가 큰 바운드로 3루수를 넘어가는 안타로 추가점의 기회를 잡습니다. 1점이 절실한 순간 2번 이천웅은 희생 번트를 댔고 포수 박동원이 공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1루로 송구, 아 그런데 너무 강하게 던진 공은 라이징 패스트볼처럼 솟아오르며 외야로 흘렀습니다. 1사 2루 대신 무사 2,3루로 이어졌고 결국 트윈스는 8회에 2점을 추가하며 4-1로 달아났습니다. 이 대목에서 내준 비자책점 2점은 넥센에게 넘어설 수 없는 벽이 됐습니다.

다시 2승1패로 앞서 다음 라운드 진출에 1승만 남긴 트윈스는 17일 4차전에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류제국을 내세웁니다. 5차전으로 가야 밴헤켄을 다시 투입할 수 있는 히어로즈는 1차전에서 5이닝 4실점한 맥그레거를 3일 휴식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립니다.

선발 매치업은 홈팀이 좀 유리해 보입니다. 그러나 야구는 예측을 거부하는 드라마. 17일 잠실벌에서는 또 어떤 극적인 순간들이 펼쳐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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