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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레티코와 시메오네는 여전히 더 발전 할 수 있다.

조회수 2016. 9. 29. 18: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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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 UEFA 챔피언스리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v 바이에른 뮌헨

지난 5월 29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또다시 패했다. 최근 세 번의 시즌 중 치른 두 번째 결승 무대 였지만 아틀레티코와 빅이어의 인연은 이어지지 못했다. 승부차기가 끝난 뒤 아틀레티코 시메오네 감독의 표정이 기억난다. 깊은 실망감은 물론 항상 시메오네에게 느껴지던 강렬한 에너지가 사라진 모습이였다.

사실 나는 이번 여름에 시메오네 감독이 아틀레티코를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1년 12월 시메오네 감독이 팀을 맡은 이후 아틀레티코는 확고한 스타일을 바탕으로 유럽 축구 중심에 섰지만 지난 시즌이 ‘시메오네 아틀레티코’의 최고 정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세대 교체를 잘 이루어냈지만 시메오네는 PSG와 꾸준히 연결되어 있었고 결승에서 당한 두 차례 패배는 클럽과 시메오네 감독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커다란 데미지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메오네는 아직 아틀레티코에서 할 일이 남아 있다.

아틀레티코가 리그 초반 승격팀인 알라베스와 레가네스를 상대로 연속 무승부를 기록할때만 해도 예상이 맞는 듯 했다. 하지만 리그 3R 셀타 전 승리를 시작으로 아틀레티코는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PSV를 상대한 지난 조별리그 1차전과 리가 바르셀로나 전,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 전 까지, 강팀들을 상대로 ‘시메오네 아틀레티코’는 오히려 자신들의 발전을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내 생각이 틀렸다. 적어도 챔피언스리그의 아틀레티코는 지난 시즌보다 더 강했다. 아틀레티코와 시메오네는 여전히 서로를 더 성장 시킬 수 있다. 경기 중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서 아틀레티코는 바이에른보다 적극적이며 냉정했다. 이미 아틀레티코는 지난 두 번의 결승전 패배를 회복해야 할 난관이 아닌 극복 할 수 있는 숙명으로 받아들인 듯 했다.

양 팀의 테크니컬 라인업
전반전 아틀레티코는 바이에른 보다 5km 더 활동했고 여기서 많은 차이가 발생했다.

# 공수 전환

“현대 축구에서 공수전환은 마법이 일어나는 순간”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FIFA 공식 보고서에 적힌 내용이다. 대륙별 각종 메이저 대회 때마다 FIFA는 자체적으로 각 국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연구그룹(T.S.G/Technical study group)을 운영하며 현대 축구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보고서에서 비중이 높았던 부분은 ‘공수 전환’과 ‘멀티 포메이션’이였다. 아틀레티코와 바이에른은 세계적 레벨의 팀 답게 공수전환 상황에서 대단히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에른 역시, 지난 시즌 준결승에서 아틀레티코에 당한 패턴을 기억하기에 아틀레티코가 공격으로 전환하는 순간 빠른 접근과 과감한 태클로 역습을 차단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는 전 세계에서 공수 전환 능력이 가장 우수한 팀이다. 아틀레티코는 경기 내내 바이에른 보다 밸런스를 잘 유지했고 전후, 좌우 간격을 잘 압축 시켰다. 특히 공격이 실패하여 그 위치에서 압박이 진행되지 못하면 매우 빠른 속도로 복귀하여 수비 블록을 형성했다. 전반전 아틀레티코는 58km, 바이에른은 53km를 활동했다. 경기 내내 점유율은 바이에른이 높았지만 45분 동안 5km의 활동거리 격차는 많은 차이를 발생하게 한다. 바이에른은 90분간 총 108km를 활동했다. 앞서 열린 경기의 평균은 107km 였으니 결코 적게 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는 116km를 뛰었다. 아틀레티코는 여전히 영리하게 잘 뛰는 팀이였다.

# 수비와 공격은 하나의 개념

5승 3무, 14득점 2실점, 무실점 경기 6회

올 시즌 아틀레티코의 공식전 기록이다. 리그 1R 알라베스와 5R 바르셀로나에게 각각 한 골 씩 실점했다. 경기 전 팀 기록은 바이에른이 더 나았다. 시즌 개막 후 공식전 8연승을 달리며 실점은 단 한번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역대 바이에른 감독 중 카를로 안첼로티보다 훌륭한 출발을 한 감독은 없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골대를 맞은 토레스의 헤더와 그리즈만의 페널티킥을 포함하여 바이에른 골문에 16차례의 슈팅을 시도했다. 카라스코의 한 골로 결과가 갈렸지만 추가 골의 기회는 아틀레티코 쪽이 더 많았다.

아틀레티코 4-4-2 의 특징 중 하나는 미드필드 포지션에 있다. 카라스코 같이 측면 역량이 뛰어난 유닛도 있지만 대부분 중앙과 측면 모든 위치에서 영리하게 활동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 능력은 공수 전환 상황 시 커다란 장점이 된다. 중앙이던 측면이던 공백이 발생하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 커버 또는 서포트 하면 팀 밸런스가 유지된다. 아틀레티코의 미드필더들은 대부분 중앙과 측면 모든 부분의 전술적 동선이 익숙하기에 위치에 따른 어색함도 없다. 그렇기에 위치를 잘못 서서 발생하는 실수 또한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바이에른을 상대로 아틀레티코 선수들은 공수 모든 상황에서 상대보다 더 좋은 위치에 서 있었다.

# 세밀한 분석+선수의 이해= 이상적인 경기력

지난 시즌 UCL 준결승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바이에른을 이끌고 비센테 칼데론을 방문했을 때도 바이에른은 고전했다. 최근 3년 연속 UCL에서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은 스페인 클럽을 넘지 못했고 좋지 않은 리듬은 안첼로티에게도 이어졌다. 오히려 지난 시즌 준결승 1차전 때 보다 더 고전한 느낌이다. 물론 뮬러, 리베리에게 득점과 매우 가까운 기회가 있었고 만약 그것이 골로 연결됬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포츠에 ‘만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결정적인 기회였던 경기 초반 뮬러의 슈팅은 티아고 알칸타라의 개인적인 천재성에서 비롯된 장면이였다. 바이에른의 장점인 ‘넓은 좌우 형태에 이은 중앙과의 연계’에 의한 공격 루트는 대부분 아틀레티코에게 차단되었다. 최근 몇 년간 유럽 대항전을 중계하면서 바이에른의 공격이 무기력하게 느껴진 것은 오늘이 처음이였다.

아틀레티코의 수비라인은 결코 낮지 않았다. 적절한 전방 압박은 바이에른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첫 번째 수비수는 압박, 두 번째 수비수는 커버" 아틀레티코는 수비의 기본을 90분간 잘 수행했다.

아틀레티코는 바이에른의 패턴을 완벽하게 분석한 것처럼 보였다. 수비 라인은 결코 낮지 않았다. 전방에 위치한 토레스와 그리즈만은 알론소와 비달이 편하게 빌드업 할 수 없도록 방해했고 네 명의 미드필더들은 유기적으로 람과 알라바의 패스 동선을 차단했다. 바이에른은 늘 하던대로 좌우 형태를 넓게 잡고 리베리와 뮬러의 돌파, 그리고 미드필드 2선과 최전방 레반고프스키의 콤비네이션을 시도했지만 좀처럼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습을 좀처럼 찾기 힘들었던 뮬러는 후반 14분에 로벤과 교체되며 경기장을 떠났고 왼쪽 측면의 리베리는 꾸준히 돌파를 시도했지만 ‘첫 번째 수비수는 압박, 두 번째 수비수는 커버‘ 기본에 충실한 아틀레티코의 수비 블록을 뚫지 못했다.

바이에른은 2선과 최전방의 연계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이어진 아틀레티코의 역습은 날카로웠다.
경기 내내 레반도프스키는 최전방에서 어렵게 싸웠다.

오히려 리베리의 저돌적인 개인 돌파나 중앙 미드필더들이 최전방 레반도프스키에게 전진 패스를 시도 할 때 바이에른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도 했다. 어태킹 서드 중앙 지역에서 공을 잃으면 아틀레티코는 곧바로 바이에른의 측후방을 공략했다. 비달, 알론소 등 중앙 미드필더은 편안한 상태에서 패스를 투입하지 못했고 자연스레 패스의 질과 정확도는 떨어졌다. 이는 고스란히 레반도프스키에게 어려움이 되었고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의 볼 터치는 아틀레티코 센터백에게 부담을 주지 못했다.

바이에른은 로벤, 훔멜스, 킴미히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고 람을 미드필더로 이동시키며 중앙 패스 동선의 활성화를 시도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챔피언스리그 두 번째 매치데이의 중심에 선 경기는 시메오네 감독이 구상한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철저하게 분석된 상대의 정보를 자신의 선수들이 확실하게 이해하여 감독이 원하는 것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줄 때, 축구가 얼마나 완벽해 질 수 있는지 확인한 경기였다. 지난 PSV와의 1차전에서는 확신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오늘 바이에른을 상대한 경기는 달랐다. 더 단단해졌고 놀랍도록 차갑다. 분명 아틀레티코와 시메오네는 지난 시즌보다 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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