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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윤의 스탯토리] 강민호, 2000년대 최고의 공격형 포수

조회수 2016. 9. 25. 08: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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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는 현재 439타석에서 타율 .335(13위) 출루율 .442(4위) 장타율 .563(9위)를 기록 중이다. OPS 1.0이 넘는 6명의 타자 중 하나다. 하지만 그의 진짜 가치는 포수라는 포지션을 고려할 때 더 명백해진다. 포수나 유격수처럼 수비부담이 높은 포지션에서는 공격력이 떨어지기 쉽다.  공격과 수비 두 분야의 재능을 함께 갖는 것은 그만큼 희소하기 때문이다.

wRAA는 공격기여도를 득점가치로 환산한 지표다. 이를 이용하면 각 포지션의 평균적인 공격력 수준을 정확히 비교할 수 있다. KBO리그 2016년의 1루수 평균 wRAA는 +23.6점이다. 1루수들은 리그평균보다 팀득점을 +23.6점 증가시킨다는 뜻이다. (1시즌 550타석 기준) 공격력이 가장 낮은 포지션은 역시 포수다. -14.0점이다. 각 팀의 포수들로 인해 팀득점은 1시즌 -14.0점 감소한다.

강민호는 포수다 

KBO리그에 강민호보다 더 뛰어난 공격력을 가진 선수는 있다. OPS를 기준하면 4명이다. 이들 중 포수는 없다. 1루수, 지명타자, 코너외야수다. 이들은 뛰어난 공격력을 가졌지만 경쟁팀의 같은 포지션 선수도 그렇다. 따라서 한 선수의 객관적 가치는 동 포지션의 다른 팀 선수보다 “얼마나 더” 좋은 타격지표를 가졌는가로 평가되어야 합리적이다. 팀에 좋은 타자가 많다해도 그라운드에 서는 것은 포지션 당 1명 씩 뿐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리그 최상위 공격지표를 나타내는 타자의 포지션 평균 대비 득점기여도+ 수치다.

2016년 KBO리그 포지션 고려 실질 득점기여도 순위

wRAA가 가장 높은 테임즈의 득점기여도는 +61.5점이다. 그런데 그는 1루수다.  1루수 평균 득점기여도는 +23.6점이다. 따라서 테임즈는 다른 팀의 1루수보다 +37.9점 더 높은 득점기여도를 기록한 것이다. 강민호의 득점기여도는 +42.5점으로 테임즈보다 20점 정도 낮다. 하지만 그는 포수다. 포수 득점기여도 평균은 -14.0점이다. 그래서 강민호의 실질 득점기여도는 +56.5점이다. 테임즈보다 오히려 20점 가까이 높다.

KBO리그의 포지션 평균 대비 득점기여도에서 강민호를 앞서는 선수는 없다. 2016년 강민호가 리그 최고의 타자는 아니지만 리그에서 가장 “가치있는 타자”인 이유다.

2000년대 이후 공격형 포수의 계보

강민호가 작년과 올해 보여준 공격력은 당대 뿐 아니라 역대 포수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wRC+라는 지표는 앞에서 본 평균대비 득점기여도 wRAA를 해당 시즌의 평균으로 조정한 수치다. 타고 또는 투고성향과 상관없이 서로 다른 시즌의 성적을 동등하고 공평하게 비교할 수 있다. 다음은 2000년 이후 포수 공격력 탑10의 이름이다.

2000년 이후 포수 wRC+순위 (스탯티즈)

1위는 KBO리그 마지막 포수 홈런왕이었던 2004년의 박경완이다. 2위는 2015년의 강민호다. 올해의 강민호는 4위다. 탑10 중 강민호의 이름이 절반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포수일 뿐 아니라 이미 역대 최고의 포수와 경쟁하는 중이다.

그는 예전에도 좋은 타자였다. 풀타임 첫 해를 제외하면 2007년 이후 10년동안 wRC+ 100 이하였던 해가 2번 뿐이다. wRC+ 100은 리그평균을 뜻하는데 여기서 ‘평균’이란 보통이라는 뜻이 아니다. 이런 타자로 팀을 구성하면 승률 5할을 예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5할 승률이란 팀의 가을야구를 뜻한다.

커리어 내내 꽤 좋은 타자였던 강민호는 FA 1년차의 슬럼프를 거친 후 ‘압도적인’ 타자가 되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타석의 결과는 2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공을 때려서 그라운드로 보낸 결과다. 다른 하나는 공을 때리지 않고 삼진이나 볼넷으로 마친 결과다. 강민호는 최근 2년동안 커리어 최고의 타율과 장타율을 기록 중이지만 타고성향을 고려할 경우 2010-2012년 기간과 큰 차이는 없다. 그의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공을 때려서 얻은 결과로부터 오지 않았다.

차이는 주로 볼넷 증가에서 왔다. 07-14시즌 중 그의 타석 당 볼넷비율은 9.9%였는데 15-16시즌에는 13.8%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리그전체 볼넷비율이 9.5%>9.3%인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다. 볼넷과 관련된 세부지표 변화는 더 있다.

볼넷은 늘었는데 삼진은 늘지 않았다

타석 당 투구수가 늘었다. 07년의 강민호는 타석당 3.3개의 공을 보는 아주 성미급한 타자였다. 이후 08년 이후 3.4개-3.5개-3.8개-3.7개-3.9개-4.0개-3.9개로 변하다가 14년 4.2개 15년 4.0개로 늘어났다. 초구 타격시도가 줄었다. 07년 초구에 배트를 낸 비율은 35%였다. (헛스윙, 파울, 타격 포함) 07-14시즌 동안의 평균은 32%로 여전히 높았다. 그런데 14-15시즌에는 21%로 낮아졌다.

강민호는 지난 2년 동안 휠씬 신중한 타자가 되었다.  팬들은 보통 공을 많이 보는 타자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볼넷을 늘릴 수 있지만 삼진도 함께 늘어나는게 보통이다.  2스트라이크에 몰리는 빈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KBO2010-2015 기간 중 타석 당 투구수가 4.0개 이상이었던 타자 중 삼진비율이 리그평균보다 낮은 선수는 딱 1명 뿐이다. (그는 이용규다)

강민호는 컨택보다 파워가 강점인 타자다. 이런 타잎은 헛스윙이 많고 그래서 공을 많이 보려하면 이득보다 손해가 커지기 쉽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볼넷은 리그평균보다 휠씬 늘었는데 삼진은 리그평균에 비해 거의 늘지 않았다.

강민호에게 생긴 변화의 진짜 본질은 그래서 ‘볼넷을 많이 골라냈다’가 아니라, 그러면서 어떻게 ‘삼진을 억제할 수 있었나’에서 찾아내야 한다.

강민호는 7:3 정도의 비율로 루킹삼진보다 헛스윙 삼진이 많은 타자다. 특히 '떨어지는 공'에 속수무책이었다.  그가 ‘강풍기’라 불렸던 이유다. 통계에도 나타난다. 14년 스플리터에 손을 냈을 때 헛스윙한 비율이 41.8%다. (리그평균 31.0%) 공을 맞춘 경우도 제대로된 컨택은 별로 없었다. 인플레이 타구비율이 13.9%에 불과하다. (리그평균 37.7%) 헛스윙을 피했다 해도 파울은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만든다.

2스트라이크 이후 스플리터 대응의 변화 (2014-2016) 

2스트라이크 이후가 되면 더 처참해진다. 스플리터에 대한 헛스윙 비율은 45.2%(리그평균 30.2%) 인플레이 타구비율은 12.9%(리그평균 38.3%)다.

스플리터를 극복한 그는 더이상 강풍기가 아니다

그런데 15년과 16년 이것이 극적으로 변한다. 헛스윙 하나에 바로 타석에서 쫒겨나는 2S 상황을 기준으로 할 때, 헛스윙 비율이 45.2%에서 19.4%로 절반 넘게 낮아졌다. 인플레이타구%는 12.9%에서 51.6%로 4배 가까이 높아졌다.   헛스윙은 줄었고 컨택의 질은 좋아졌다.  최근 2년동안 강민호는 리그평균보다 오히려 '떨공'에 더 강한 타자였다.  약점이 도리어 강점이 되었다. 이것이 지난 2시즌 동안 강민호가 기록한 무시무시한 성적의 배경이다. 

강민호의 가치에 고려할 요인은 하나 더 있다.  최근 리그 내야수 공격력이 크게 높아졌다. 올 시즌 3루수는 1루수와 지명타자 다음으로 공격력이 강한 포지션이었다. 과거 1루수나 코너외야수에 한정되었던 외국인 선수 포지션 변화 때문이다. 하지만 포수는 대체되기 어렵다. 

그는 이제 만 31살이다. 그리고 스탯은 그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롯데팬에게 올해도 가을은 없었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최고의 포수일 뿐 아니라 리그에서 가장 가치있는 타자 강민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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