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우의 메이저? 메이저!] MLB는 왜 불펜 운영에 심혈을 기울일까?

조회수 2016. 8. 31. 16: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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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중요해지는 불펜 운용

최근 국내 특정 구단의 투수 운용을 두고 설왕설래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다. 여타 팀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투수 기용으로 혹사론이 대두되고 있고 별문제가 없다는 의견 등 격한 대립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와는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메이저리그의 기본적인 불펜 운용 방식을 소개하며 현대 야구 흐름을 짚어 보고자 한다.

8월 31일 기준 MLB 세이브 1위를 기록중인 제리스 파밀리아 (뉴욕 메츠)

불펜투수 비중이 높아진 MLB

우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선발 투수가 소화하는 이닝을 짧아지고 불펜의 책임감이 커지고 있다. 세이브란 기록이 메이저 리그에서 공식화된 것은 1960년부터이다. 그로부터 4년 후인 1964년에는 한경기를 기준으로 등판되는 투수의 수는 선발 투수 포함해서 2.64명이었다. 하지만 50년이 흐른 2014년에는 3.92명으로 한 경기당 거의 4명의 투수를 한 팀이 마운드에 올리고 있다. 그리고 불펜이 책임지는 경기당 이닝은 이미 3이닝을 넘어섰다. 과거 당연시되던 선발 투수의 6이닝 이상 투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당연히 선발 투수의 완투 경기는 사라지는 멸종 위기 동물과 같은 특이한 기록이 되고 있다. 올시즌까지 3년 연속으로 완투 경기율은 2%에 그치고 있다. 90년대만 하더라도 7% 가량의 완투 경기가 나왔다. 80년대는 무려 15%에 달했다. 30여년 사이에 완투율은 1/7이 안되는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당연히 선발 투수가 소화하지 못한 이닝은 불펜 투수가 부담해야 한다. 이런 추세는 로스터의 변화와 선수들의 포지션 변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메이저리그는 25인 로스터를 기본으로 한다. 과거의 경우 일반적인 투수진의 구성은 5명의 선발 투수와 6명의 불펜 투수를 기본으로 했다. 하지만 최근 불펜 투수가 소화하는 이닝이 길어짐으로 보통 7명의 불펜 투수를 포함시키고 심지어 8명을 데리고 다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되었다.

영상설명: 오승환은 셋업맨으로 시작해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로 자리잡았다

이들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불펜 에이스라 불리우는 마무리 투수가 있다. 이기는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까지 연결 고리 역할을 하는 셋업맨들이 존재한다. 현대 야구에서 셋업맨은 마무리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이다. 마무리가 연투나 부상등으로 등판이 어려우면 이들 셋업맨들중에 한명이 보편적으로 마무리를 책임지게 된다. 보통 상황이 허락하면 좌우 투수 각 한명씩 두 명이 상대 타자 유형에 따라 8회를 책임지게 된다. 만약 좌투수가 확실치 않으면 우투수 가운데 좌타자 공략이 가장 능숙한 투수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 두 명 중 한명이 7회를 책임지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마무리, 셋업맨보다는 비중이 떨어지지만 흔히 말하는 ‘승리 계투조’ 소속으로 7회에 나오는 투수들이 존재한다. 이들 4명 정도가 이기는 경기나 팽팽한 경기 상황에서 경기 후반을 책임지며 팀의 승리 기회를 높인다.

이미 언급된 바와 같이 선발 투수가 소화하는 이닝이 짧아짐으로 중요한 역할로 부각되는 보직이 롱맨이다. 말 그대로 이들은 1이닝 정도를 소화하는 다른 불펜 투수와는 다르게 1이닝이상, 즉 2이닝 혹은 상황에 따라 3이닝까지 공을 던지며 ‘이닝 이터(Inning Eater)’ 역할을 하여 동료 불펜 투수들의 불필요한 소모를 줄여주는 임무를 맡는다. 역시 선발 투수의 소화 이닝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요즘 팀 상황에 따라서는 2명의 롱맨이 있는 경우도 흔해졌다. 롱맨들은 선발이 조기 강판등을 당하거나 승부가 일찍 갈리게 되면 넉넉한 이닝을 소화하며 다른 불펜 투수들의 체력적 방전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이다.

영상 설명: 좌우 스페셜리스트의 중요도가 커지면서 베데트 같은 양손 투수도 등장했다

여기에 여유가 된다면 좌투수만 전문으로 상대하는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가세한다. 즉 좌투수 두명 중 한명은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등판하여 한이닝 정도는 가볍게 소화할 수 있다면 좌완 스페셜리스트는 철저하게 좌타자만 상대를 하게 된다. 이들이 맡은 임무는 거의 변화가 없다. 경기 흐름에 따라 자신이 언제 등판할지 굳이 코치가 말하지 않아도 등판 간격을 알고 준비를 한다. 선발 투수가 한시즌을 부상없이 치루면 32-33경기 정도를 등판하지만 이들은 일반적으로 60경기 전후를 등판하며 70경기 이상 등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선발 대비 짧은 이닝과 적은 투구수를 던지지만 잦은 등판으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등판 간격과 투수수이다.

오승환은 2016시즌 가장 많은 경기수와 이닝수를 기록한 불펜 투수 중 한 명이다.

철저하게 관리되는 MLB 투수 운영

최근에는 3일 이상의 연투를 거의 보기가 어렵다. 롱맨과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면 한번 등판에 보통 15개에서 25개 사이의 투구를 하며 만약 3일의 연투가 있다면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투가 이어지면 몸은 불펜에 존재하지만 당일 경기 등판이 제한된다는 것을 이미 통보받게 된다. 이렇게 보호를 받아야 긴 시즌 동안 무리 없이 완주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롱맨은 더 많은 투구수를 던지기 때문에 등판 간격이 더 길다. 보통 30개 이상을 던지면 그 다음날은 바로 휴식을 취하게 되고 40개 이상을 던지면 이틀 이상의 휴식을 갖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이들 불펜 투수들은 등판 경기 평균 투구수가 17개에 그친다. 그리고 평균적으로 아웃 카운트 3개를 책임졌다. 작년 불펜 투수로 단 한경기라도 던진 투수는 모두 565명이고 이들 중 70경기 이상 던진 투수는 37명에 그쳤다. 그리고 최다 이닝은 뉴욕 양키스의 델린 베탄시스가 84이닝을 던지며 80이닝 이상을 소화한 두 명중 한명이었다. 7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모두 21명에 그친다. 앞서 언급된 모든 사례는 메이저리그 기준이다.

당연히 우리 선수들과 신체 조건과 체력 그리고 인프라등 차이점이 크다. 하지만 140년간 쌓인 경험에서 우러나온 운영 방식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투수들에게 가장 두려운 팔꿈치 인대 이식 수술이나 류현진 선수가 고생하고 있는 어깨 수술등은 선수 생명을 위협한다. 이런 수술은 짧아도 1년 길면 15개월 이상의 고통스러운 재활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

남들이 가는 길이 다 옳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왜 그 길을 가는지는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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