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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예의 MLB현장] 끝판왕 오승환이 말하는 투구, "구속이 아닌 코스가 중요"

조회수 2016. 8. 30. 13: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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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 4월 초. 피츠버그 홈구장인 PNC파크에서 치렀던 메이저리그 첫 경기. 이날 오승환은 1이닝 2탈삼진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투구수는 27개로 다소 많았고, 볼넷도 두 개나 됐습니다. 반면에 삼진으로 두 명의 타자를 돌려세웠고, 실점도 하지 않아 나쁘지 않은 데뷔전이었습니다.

물론 한국과 일본 리그에서 ‘끝판왕’이라 불리던 오승환이 0-3으로 뒤지고 있던 7회에 마운드에 올랐다는 건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벽이 높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규리그 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확신하지 못했던 오승환은 데뷔전을 치른 직후, 이같이 말했습니다.

“불안함도 있었고, 긴장도 됐지만, 마운드를 내려오니 메이저리그에서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ML 데뷔전을 치른 뒤, 오승환이 전한 ‘자신감’은 거짓도 과장도 아니었습니다. 카디널스 패전 조에서 시작해, 추격 조와 승리 조를 오가더니, 어느새 이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파이널보스의 면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도, 팬들도, 전문가들도 그의 투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법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디셉션을 최대 장점으로 꼽기도 하고, 회전수와 제구를 말하기도 합니다.

이중 킥으로 보이는 독특한 동작이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고 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오승환은 본인의 투구를 어떻게 생각할까. 왜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까.

한국 시각으로 27일 세인트루이스 홈경기가 열리기 전, 기자는 오승환과 투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도 정말 모르겠어요.” “메이저리그에서도 ‘제대로’ 통하고 있는 파이널보스의 투구 비결이 궁금하다.”고 물으니 오승환은 “정말 모르겠다. 회전수가 많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데이터로 보니 별 차이 없더라.”라고 말한 뒤,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투구할 때 가장 중점에 두는 부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오승환은 이같이 말합니다. “구속보다는 코스, 컨트롤에 신경을 쓴다.”라고.

“처음엔 힘으로 승부하려 했고, 위기 상황이 오면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런데 150km나 160km라는 구속은 타자 입장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 빠른 볼에 약한 선수도 있고, 강한 선수도 있겠지만, 모든 타자가 치기 힘든 건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인 것 같다. 그래서 위기 상황이 오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구속을 올릴 생각보다는 코스를 생각하고 던지는 편이다.”

경기장 전광판에 96마일, 97마일이 찍히면 팬들과 투수코치는 박수를 보냈지만, 오승환은 “구속이 더 나왔다고 해서 큰 의미는 두지 않는다. 다만 컨디션이 좋다는 의미기 때문에 그 정도로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구속보다는 코스에 더 신경을 썼던 것.

오승환은 “공격적인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성향에 대응하기 위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가려고 노력 하고 있다.”라며 추가 설명을 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오승환이 좋은 피칭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투구는 타자를 완벽하게 속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같은 동작에서 다른 공이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즉, 모든 구종을 같은 지점을 통과한다면 이보다 좋은 투구는 없다. 같은 지점을 통과하는데, 떨어지는 위치가 다르면 타자는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투구를 한다는 건 생각처럼 쉽지 않다.”라고. 

오승환은 30일 밀워키 전에서 1점 차로 앞선 9회말 등판해 2K 무실점으로 파이널보스 진면목을 보여줬습니다. 이럴 땐 웨인라이트식으로 축하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쩔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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