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인사이드]CJ 엔투스의 이유 있는 강등

강영훈 입력 2016. 8. 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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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명가 CJ 엔투스를 더 이상 롤챔스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27일, CJ가 비교적 신생팀이라 할 수 있는 ESC 에버에게 패하면서 창단 후 첫 강등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이뤄지면서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수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수뇌부부터 코칭스태프 그리고 선수단까지 모든 부분에서 최악이라는 악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살펴본다면 CJ의 강등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CJ는 몇몇 관계자들 사이에서 "장점이 없는 팀"으로 낙인 찍혔고, 실제로 최악의 경기력이 반복되면서 3승 15패(득실 -20)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박정석 감독과 장누리 코치가 CJ의 기존 선수들과 신예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했는지다. 대개 많은 코칭스태프가 팀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 중 하나가 스타 플레이어 콘트롤이다.

 

분명 박정석 감독과 장누리 코치는 '스타 지도자'들이다. 스타크래프트 선수 시절부터 나진 e엠파이어 감독까지 모두 우승을 맛본 박 감독과 '프레이' 김종인과 함께 국내 최고의 바텀 듀오로 자리매김했던 장 코치는 분명 인재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이들은 같은 시기에 '샤이' 박상면 그리고 '매드라이프' 홍민기와 경쟁해왔다. 그만큼 CJ를 대표하는 박상면과 홍민기가 오래됐다는 뜻이며, 소위 말하는 '이미 머리가 큰 선수'라는 뜻이다.

 

오랜 기간 자신만의 플레이가 확립된 선수들은 메타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스스로 바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중 빠른 적응력으로 살아남는 이들이 존재하지만, 보통은 코칭스태프의 지도에 따라 변화에 발맞춰 간다. 그런 점에서 CJ의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을 발전 시켰는지 의문점이 생긴다.

 

비단 박상면과 홍민기뿐만 아니라 신예들의 성장도 더뎠다. '스카이' 김하늘은 트위스티드 페이트의 달인이었으나, 서머 시즌에 들어 탈리야를 추가한 정도에 그쳤다. 두 시즌 동안 확실한 승리 카드가 하나밖에 추가되지 않았다면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김하늘은 '비디디' 곽보성에게 주전자리를 내주면서 챔피언 폭을 넓힐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말이다.

 

불안정했던 엔트리도 부진의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을 예로 들면, 지난해 OMG는 지금의 CJ와 유사한 상황에 처했었다. 고고잉-러브링-쿨-우지-클라우드로 이어지는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지만, 어째서인지 OMG 코칭스태프는 저들을 제대로 기용하지 못하면서 미드 라인을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로테이션 시스템을 가동했다.

  

연습 환경에서 OMG 선수단은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는데다 잦은 엔트리 변화로 선수단 사이에서 미묘한 파벌 기류가 생겨났다. CJ 역시 팬들 사이에서 불화설이 불거졌다는 것은 팀원들 간의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CJ 출신 중 한 선수는 "내가 있을 때도 팀원들 간에 불편한 상황이 많았다"고 답했다. 과연 이것을 코칭스태프가 해결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코칭스태프만의 문제로 CJ가 강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수단의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보통 경기 내에 들어가면 브리핑과 오더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각 라이너들은 맞상대의 스킬 혹은 소환사 주문 그리고 정글러와 서포터 개입에 따라 위치를 팀원들에게 알린다. 세세하게는 상대의 와드 위치 역시 알려야 하며, 이것을 브리핑이라 표현한다. 탑 라이너 혹은 원거리 딜러가 "라인 관리를 하겠다" 또는 "레드 버프를 챙기겠다"를 말하는 것도 이에 해당된다.

 

그리고 흐름을 읽고 팀원들의 플레이를 돕는 것이 오더인데 굉장히 범위가 넓은 편이다. '마타' 조세형의 경우면 "탑 지금 체력 많이 빠졌으니까 잠시 뒤로 빠져", "정글러 지금 상대 정글로 들어가 봐" 라는 식으로 오더를 내린다.

 

여기서 CJ 선수단과 비교하면 확실한 오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CJ의 경기 도중 음성이 잠깐 공개된 적이 있다. 이때 '버블링' 박준형이 상대에게 물리는 상황이 나왔고, 팀원들은 "아 거기 있으면 안 되는데"와 같은 결과적인 말만 남긴다. 다수의 프로 게임단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결과적인 말'을 꼽는다. CJ는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을 하거나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 보이는 플레이를 반복했다.

 

빡빡한 경기 운영으로 악명이 자자한 롤챔스 무대에서 대화 단절은 패배를 의미한다. 그러나 CJ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그 누구 하나 이를 고치지 못했고, 스프링 시즌 8위와 서머 시즌 10위라는 성적으로 2016년 롤챔스를 마쳤다.

 

CJ가 다시 롤챔스 무대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난세의 영웅이나 선수단 및 코칭스태프 교체라는 충격 요법이 필요하지 않다. 원활한 소통을 토대로 원팀-원스피릿의 정신을 일깨우는 것이 급선무다.

 

포모스 손창식 기자 safe@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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