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MLB리포트] '무너진 제국'에 등장한 희망의 빛, 개리 산체스

조회수 2016. 8. 30. 09: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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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포수 개리 산체스, 메이저리그 신인 선수로는 최초로 2주 연속 수상

지난 8월3일(이하 미국시간) 이래 뉴욕 양키즈는 14승9패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습니다.

양키즈 팬들은 지난 7월말로 올 시즌은 사실상 끝났다고 봤습니다. 브라이언 캐시맨 단장은 트레이드 시장에서 가장 분주한 사람이었습니다. 트레이드 마감일이 다가오면 각 팀은 ‘사는 이(buyer)’와 ‘파는 이(seller)’로 구분됩니다. 가을 잔치를 노리는 팀은 선수를 수집하기 때문에 ‘바이어’가 되고, 시즌을 포기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팀은 거물들을 팔고 유망주들을 보상 받는 ‘셀러’가 됩니다. 양키즈는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만과 앤드루 밀러, 선발 이반 노바, 외야수 카를로스 벨트란 등을 모두 팔았습니다. 그리고 지명 타자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팀의 영향력으로 조기 은퇴를 선언하고 운동장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양키즈의 2016시즌은 끝났습니다. 아니, 끝났다고 모든 이들이 단정했습니다.

그런데 8월 3일, 이 선수가 나타나면서 정황은 극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23세의 산체스는 8월 빅리그 승격 후 22경기에서 4할2푼5리 11홈런 21타점을 기록하며 양키즈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습니다. @NYY SNS


이 선수는 작년 9월에 확대 로스터를 틈타 빅리그에 데뷔했습니다.

그러나 두 경기 단 두 타석에 나서 삼진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올해도 트리플A에서 대부분 시즌을 보냈습니다. 5월에 딱 한 경기 빅리그에 올라와 4타수 무안타. 그러나 8월 들어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으로 방향을 정한 양키즈가 가장 먼저 메이저리그로 불러간 선수는 바로 포수 개리 산체스(23)였습니다.

8월 3일 메츠전에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로 빅리그 첫 안타를 기록한 산체스는 다음날부터 3경기 연속으로 2루타를 치며 은근 펀치력을 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8월 승격 후 6번째 경기이자 빅리그 9번째 경기인 8월10일 라이벌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5타수 4안타로 폭발하며 데뷔 후 첫 홈런을 치더니 그날부터 16경기에서 무려 11개의 홈런포를 가동했습니다.

빅리그 데뷔 86타수 만에 11홈런이라니!

루키 포수가 각종 타격 기록을 갈아치우는 놀라운 기세를 보이는 동안 양키즈는 11승6패의 급격한 상승세를 탔을 뿐 아니라 경기 외적으로도 놀라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하나는 완전히 포기했던 포스트 시즌에 대한 희미한 불씨가 타오르기 시작했다는 점이고(사실 29일 현재 와일드카드 선두에 3.5게임차로 뒤졌고 앞에 5팀이 버텨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합니다만 희망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양키즈 팬들이 다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야구팀’으로 군림하던 양키즈는 최근 몇 년간 우승 대신 유명 스타들과 줄줄이 작별 인사를 하는 것으로 근근이 팬을 동원하며 버텨왔습니다. 그러나 알렉스 로드리게스와의 불편한 이별과 함께 그 ‘이별 레퍼토리’도 이제 바닥이 났고, 올 들어 양키스타디움에는 유독 빈자리가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개리 산체스라는 젊은 선수와 함께 팬들은 새로운 희망을 보기 시작했고, 특정 선수의 성적을 일부러라도 찾아보게 되는, 어려서부터 프랜차이즈가 키워낸 영건의 출현에 흥분하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로 아끼고 보살피고 싶은 선수가 참 오랜만에 나타난 것입니다.

팬들과 함께 팀에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자체 팜 시스템에서 제대로 키워낸 타자로는 2005년 로빈슨 카노가 거의 마지막입니다. 투수 스타를 마이너부터 제대로 키워낸 것은 거의 기억에 희미할 정도입니다. 선발 중에는 앤디 페티트가 마지막으로 여겨지는데 1995년 4월에 데뷔했으니 기억이 아스라할 만도 합니다. 포수로는 호르헤 포사다가 마지막 홈타운 히어로였습니다. 데릭 지터, 마리아노 리베라, 포사다, 페티트, 버니 윌리엄스가 함께 활약하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전반의 전성기에 대한 향수가 양키즈 팬들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근래의 추억입니다.

그런데 이제 애증의 대상이던 에이로드가 떠날 바로 그 즈음에 팬들이 모두 눈여겨보고 싶은 영스타가 출현한 것입니다. (심지어 타격시 마지막 자세마저 에이로드와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개리 산체스의 출현에 흥분한 뉴욕 언론에서는 ‘미키 맨틀 이후 처음으로 팜 시스템이 배출한 거포’라는 표현까지 하고 있습니다. 맨틀의 전성기는 1950년대였습니다. 좀 과하다 싶은 부분도 있지만 130미터 넘는 홈런을 연일 펑펑 쳐대니 팬들이나 언론이 흥분할 만도 합니다.

공교롭게도 에이로드가 떠난 시기와 맞물려 오른손 거포 유망주 산체스가 등장했습니다. 스윙의 피니시 동작은 에이로드를 연상시킨다는 평도 듣습니다. @NYY SNS

8월 승격 후 산체스는 22경기에서 11홈런 21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작년 포함 빅리그 첫 3경기에서 1안타도 없었음에도 그는 많은 공격 기록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한국 시간 29일 볼티모어전에서 홈런을 치지는 못해 3경기 연속 홈런에서 중단됐지만 이날 2루타와 함께 2안타를 쳤습니다. 데뷔 후 첫 24경기에서 친 19개의 장타는 전설 조 디마지오와 양키즈 타이 기록입니다.

그는 1913년 이후 데뷔 첫 21경기에서 9개 이상의 홈런을 친 5번째 선수가 됐습니다. 올해 트레버 스토리(10홈런), 1966년 조지 스캇(10홈런), 1984년 알빈 데이비스(9홈런), 1925년 맨디 브룩스(9홈런) 등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거포를 배출한 양키즈에서는 처음입니다.

첫 20경기에서 27안타를 친 것은 양키즈 역사에서 조 디마지오(37안타)와 오스타 아소카르(28안타)에 이어 역대 팀 3위의 기록입니다. 29일까지 올 성적은 23경기에서 84타수 34안타, 4할5리에 11홈런 21타점 그리고 OPS는 1.361입니다.

지난 주 시애틀 원정, 빅리그에서 채 한 달이 안 되는 이 짧은 기간 동안에 개리 산체스가 얼마나 깊은 인상을 남겼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3번 타자로 출전한 루키 산체스를 시애틀 서비스 감독이 두 번이나 고의 볼넷으로 거르고 대신 4번 타자 마크 터셰어러와의 승부를 선택한 것입니다. 당시 MLB 경력이 총 21경기에 불과한 23세의 포수를 거르고, 통산 405홈런-1286타점의 4번 스위치 타자를 선택했다는 것은 이 젊은 선수가 짧은 기간에 보여준 활약의 여파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첫 타석에서 이와쿠마 히사시에게 장거리 홈런을 뽑고 팀에 선취점을 안겨주면서 다음 두 번의 대결은 아예 이루어지지도 않은 것입니다.

게리 산체스는 1992년 12월 2일 도미니칸 공화국에서 태어났습니다.

2009년 7월 만 16세 소년에게 양키즈가 안긴 계약금은 300만 달러. 당시 이미 웬만한 대학 선수 이상의 체격에 놀라운 운동 능력을 과시했기 때문에 그를 원하는 MLB 팀이 줄을 섰고, 양키즈는 혹시라도 큰 관심을 보이던 크로스 타운의 메츠에 산체스를 빼앗길까봐 거액을 투자를 불사했습니다.

그리고 그 투자는 곧바로 결과는 보이기 시작합니다. 2010년 루키리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산체스는 하위 싱글A에서 첫 시즌을 마치며 47경기에서 .329/.393/.543에 8홈런 43타점으로 맹활약했습니다. 당시 그는 17세였습니다. 프로 첫 해를 마치고 이미 마이너의 최고 유망주 중 하나로 꼽히기 시작했는데, 2년차에는 싱글A에서 82경기에서 2할5푼6리-17홈런-52타점으로 성장하다가 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접기도 했습니다. 2012년 상위 싱글A를 거쳐 더블A까지 순조롭게 성장한 산체스는 2013시즌을 마치고 40인 로스터에 포함됐습니다, 더 이상 다른 팀에 숨길 수 없는 팀내 최고 유망주 중 하나로 성장한 것입니다.

2015시즌 중반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처스게임에 출전 후 빅리그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인 트리플A까지 진출한 산체스는 9월 빅리그에서 대타로 2타수의 맛을 봤습니다. 그리고 유망주들의 집합소인 애리조나 폴리그에 나서 16홈런을 치며 리그 MVP에 선정됐습니다. 산체스의 능력에 확신을 갖게 된 양키즈는 또 다른 포수 유망주 존 머피를 트레이드했습니다. 양키즈는 서두르지 않고 산체스를 2016시즌 전반기 내내 트리플A에서 경험을 쌓게 한 후 결국은 8월 초 빅리그로 다시 호출했습니다.

그리고 개리 산체스는 빅리그 데뷔 첫 23경기에서 11홈런과 31안타를 기록한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됐습니다.

놀라운 홈런 파워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산체스지만 정작 그의 수비에 대한
평가가 더욱 미래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Wikimedia Commons

그런데 거의 베이브 루스 급의 공격력이 주목을 끌고 있는 개리 산체스에 대한 라이벌 볼티모어 오리올스 벅 쇼월터 감독의 코멘트가 눈길을 끕니다. “정말 멋진 선수이며 특히 그의 수비는 대단히 인상적이다. 수비만으로도 항상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선수라고 본다. 뛰어난 포수였던 조 지라디 감독이라면 분명히 수비적으로 뛰어난 포수를 원할 것은 명백하다. 특히 가장 두드러진 것은 송구능력이다.”라며 산체스의 수비를 높이 샀습니다.

지라디 감독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적인 수비력이 정말 좋아졌다. 포구 능력, 블로킹, 투수 리드 등 모든 면에서 많이 발전했다. 강한 어깨는 늘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풋워크도 더 좋아질 수 있고 얼마큼 정신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느냐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부분이 없었지만 필요한 건 경험이었을 뿐이다. 매일 매일 경기에 나서 투수들과 호흡을 맞출 필요가 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지금까지 보여준 여러 수비 지표는 산체스가 같은 나이 때의 호르헤 포사다보다 훨씬 앞서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짧은 기간 동안 상대 주자들은 이 젊은 포수를 많이 테스트했습니다. 9명이 도루를 시도했는데 그 중에 6명이 잡혔습니다. 시즌 14경기 만에 ‘수비WAR’이 벌써 0.5를 기록했을 정도입니다. 지라디 감독은 주로 산체스를 포수로 기용하고, 주전 포수 브라이언 매켄은 지명 타자로 많이 뛰게 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매켄 트레이드설이 나올 정도입니다.

아직 영어가 서툰 산체스는 위대한 선수들과 비교된다는 것이 송구할 뿐이라며 통역을 통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단지 아주 좋은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정말 열심히는 했지만 (놀라운 성적에 대해)그 외의 다른 어떤 설명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직 한 타석, 한 타석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 말을 들으니 상황에 대한 대처가 현명하고 적절하다는 지라디 감독의 평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때 개리 산체스의 기록은 당연히 떨어집니다. 시즌을 3할 이상으로 마칠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양키즈 팬들은 새로운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공격과 수비의 토털 패키지를 지닌 완벽한 포수의 탄생이 기대됩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Wikipedia, New York Post,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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