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김현수는 그래도 아웃 1개를 잡아낸다. 성실하게.

조회수 2016. 8. 26. 1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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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한국시간 25일) 경기 막판. 홈 팀 덕아웃에서 누군가 상대편 타자들을 째려보고 있었다. 맥스 슈어저였다. ‘아, 내일 선발인가보구나.’ 큰 일이다. 눈 빛이 심상치 않다. 칼을 갈고 있는 것 같다. 그걸 아는 지, 모르는 지. 오리올스 타자들은 10점을 뽑아내며 철없이 신바람을 내고 있다.

신나는 타자 중에는 25번도 있었다. 모처럼 2안타를 쳤다. 그래봐야 6타수여서 타율에는 큰 도움 안된다. 그나마 타격감이 조금 올라오는 것 같다는 게 위안거리다.

- 8/25 볼티모어 vs 워싱턴 ㅣ김현수 주요장면(6타수 2안타 2득점)


하지만 걱정이다. 슈어저 만나면 (타율) 까먹기 십상인데…. 괜히 그런 ‘약한’ 마음이 든다.

근심이 전해진 걸까? 벅 쇼월터 감독이 모처럼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워싱턴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좌익수는 스티브 피어스를 냈다. 그러니까 우리의 ‘사못쓰’는 슈어저의 공을 벤치에서 편안하게 봐도 괜찮다는 뜻이다. 아마 벅 감독은 강속구를 상대로 피어스가 더 나은 매치업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기록 관리면에서는 나쁠 거 없다. 9회 대타로 나와 2루타 하나 추가했으니 오케이, 땡큐다. 우리에겐 그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팩트가 불리하면, 역설을 대입하자. 그럼 조그만 위안거리라도 얻을 수 있으리라. 오늘 <…구라다>의 테마다.


반박 불가, 수비력에 대한 비판

며칠 전이다. 기분 상하는 기사 하나가 전해졌다. 오리올스의 수비력에 관한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볼티모어의 올 시즌 수비는 별 볼일 없다. 30개 구단 중 UZR(Ultimate Zone Rating, 수비능력 활용 기여도)은 19위, DRS(Defensive Runs Saved, 수비 런세이브)는 26위로 하위권이다.”

특히 외야 수비에 대해서 안 좋았다. “조이 리카드에게는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플라이볼 처리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괜찮은 좌익수라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의 25번에 대해서는 최악의 평을 남겼다. “타석에서는 뛰어난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건 분명하다. 그러나 수비적인 면에서는 메이저리그 수준의 외야수라고 보기 어렵다.”

스포츠전문 웹진 ‘SB NATION’에 실렸던 이 기사는 한국의 한 매체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전해졌다. 반응은 양극이다. ‘그런 소리 할만하네’ vs ‘언제 수비 보고 데려갔냐?’

아시다시피 그의 수비력은 KBO 시절부터 칭찬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볼티모어에 가서도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지적됐다. 쇼월터가 리카드를 예뻐할 때도 늘 하던 소리가 “수비폭이 넓다”였다. 물론 앞에 그 말이 빠졌다. ‘김현수 보다…’.

물론 ‘SB NATION’의 주장은 반박 불가다. 데이터를 조금 더 뒤져보면 사실은 더 명확해진다.

올해 100이닝 이상 출장한 좌익수는 총 85명이다. 그들을 DRS(수비 런세이브) 순서대로 줄을 세워보자. 맨 뒤에서 두번째가 그의 자리(-12)다. 다행히 미네소타의 로비 그로스먼(-17)이 있어서 꼴찌는 면했다.

UZR(수비능력 활용 기여도)도 마찬가지다. 그(-6.0)와 그로스먼(-7.2)이 맨 뒤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다. 세이버매트릭스 시대에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수치는 모두 그의 수비력에 낙제점을 줬다. (fangraphs.com)


어제 경기에서 보여준 중계 플레이

하지만 <…구라다>가 애초에 제시한 테마를 기억하시라. ‘팩트가 불리하면, 역설을 대입하자.’ 그런 관점에서 하나의 반론을 제기한다. (아마 국뽕이라는 소리를 듣겠지만…)

평가에서 다뤄야 할 부분은 정서적/감성적인 부분이다. 데이터로 수치화 할 수 없는 곳이다. 그걸 단어로 표현한다면 성실성, 안정성 쯤일 것이다.

실증하는 플레이 하나를 제시한다.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이다.

1회 말이었다. 4-0으로 앞서던 오리올스가 2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여기서 5번 렌던의 안타가 나왔다. 좌익수 왼쪽으로 빠질듯한 타구였다. 3루 주자(터너)는 당연히 홈을 밟았다. 문제는 1루 주자 머피였다. 일찍 출발한 그는 2루, 3루를 거쳐 홈까지 노렸다. 만약 득점이 된다면 2점차. 그리고 2사 2루가 계속된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워싱턴의 공격은 여기서 맥이 끊겼다. 수비수들의 유기적인 팀 플레이가 홈에서 3번째 아웃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 8/25 볼티모어 vs 워싱턴ㅣ 1회말 추격의 불씨를 살린 렌던의 적시타


시작은 좌익수부터였다. (타구의) 1차 저지선에 대한 판단이 정확했다. 애초에 좋은 수비 위치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펜스까지 빠질 뻔한 공을 막아냈다. 깔끔한 슬라이딩 캐치가 동반됐다.

다음은 중계 플레이다. 오리올스는 여기서 독특한 포메이션을 구축했다. 보통은 좌익수-유격수-포수로 배달이 이뤄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중간에 2루수(조나단 스쿱)를 투입했다. 김현수가 출발시킨 공은 스쿱을 거쳐서 포수 위터스까지 완벽하게 배달됐다. 홈으로 달려오던 머피는 5미터 앞에서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물론 1차적인 원인은 무리한 주루플레이였다. 아니, 도대체 상대편 외야수를 뭘로 보고 그 정도 타구에 홈으로 돌리냐는 말이다.

그건 그들 사정이라고 치자. 감상해야 할 부분은 좌측 펜스 앞 부분에서 홈까지 이어진 깔끔한 배송 라인이다. 군더더기 없는 직배 구조였다. 그런 내ㆍ외야간 중계 플레이야 말로 그 팀의 수준을 나타내는 바로미터 중 하나다.


499이닝 무실책 - ErrR은 85명 중 무려 12위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의 수비력에 칭찬은 어색할 지 모른다. 하지만 지나치게 폄하할 필요도 없다.

특히 외야 수비는 안정성이 중요하다. 더 이상 뒤를 받쳐줄 동료가 없기 때문이다. 파인 플레이, 슈퍼 캐치 같은 화려함이 갈채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성실함, 견고함 같은 개념도 중요하다.

관련된 세이버매트릭스의 데이터가 있을까? ErrR(Error Runs)라는 수치를 보자. 리그 전체 평균과 비교한 실책률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는 올해 499이닝을 좌익수로 뛰면서 단 1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다. ErrR을 계산하면 0.4가 된다. 아까처럼 100이닝 이상을 뛴 좌익수 85명을 한 줄로 세워봤다. 그랬더니 0.4는 공동 12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상당한 상위권이다. ‘SB NATION’이 언급하지 않은 부분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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