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콘서트장을 방불케 한 상암벌의 빛 그리고 그림자

조회수 2016. 8. 16. 23: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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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13일)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슈퍼매치가 펼쳐졌던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밤은 뜨겁고도 따뜻했다. 말은 안 되지만 정말 그랬다. 정말로 땀이 쏟아지는 무더운 날씨에 선수들의 열정까지 더해져 그라운드에서는 평소보다 더 뜨거운 한판 승부가 펼쳐졌다. 그런데 하프타임에 마련된 깜짝 이벤트 덕분에 더위로 후끈거렸던 경기장은 어느덧 따뜻하고 달콤하고 훈훈한 광경으로 바뀌었다.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말라'는 가수 전인권의 애절한 목소리는 그곳에 자리한 수많은 이들의 근심과 걱정을 모두 품은 느낌이었다.

불꺼진 축구장을 밝힌 수백 개의 불빛. 그곳은 더이상 축구장이 아니었다. 한편의 영화 같았던, 아름다웠던 서울의 밤을 감상해보자.


#불빛이 수놓은 아름다웠던 상암벌


전인권 <걱정말아요 그대> ​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이에게 노래 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취업 걱정에 잠 못드는 청년, 직장 생활에 어깨 처진 아빠, 고된 육아가 버거운 엄마, 더위에 지친 아이까지. 각자 사연이 다른 수많은 이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따뜻한 시간이었다.

이날의 무대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한 사람이 아닌 모두가 함께 꾸몄기 때문이다. 또 있다. 가수 전인권은 그라운드가 아닌 일반 관중석에서 등장했다. 축구장의 축하 공연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그라운드 중앙 혹은 VIP석이 가까이에서 진행되지만 이날은 달랐다. 팬들과 함께 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도 신경 써서 준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중석에서 뿜어내는 좋은 기운이 그라운드까지 전해진 것인지 FC서울은 후반전 수 차례 위기에도 불구하고 윤일록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마지막까지 집중했고, 운도 따랐던 결과였다.

경기 종료 후 강철 코치와 두 손을 맞잡는 황선홍 감독
팬들과 함께 기쁨을 함께 하는 FC서울 선수들 
경기 종료 후에도 많은 팬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모두 빠져나간 뒤 일반 관중석에서는 또 한 번 뜨거운 파티가 시작됐다. ​
 

90분의 열정적인 경기와 감동적인 하프타임 공연, 화끈한 경기 종료 후 댄스파티까지. 단지 축구를 보러왔을 뿐인데 그곳에서 콘서트장의 감동을 느끼고 클럽의 화끈함까지 맛볼 수 있다니 그 누가 상암벌 직관을 마다할 수 있을까. 친구를 자신있게 축구장으로 부를 있도록 만드는 FC서울의 '흥'나는 마케팅은 K리그 팀 중에서 최고였다.



#불빛에 가려진 상암벌의 그림자

 ​감동은 잠시 접어두고 이제 조금 딱딱한 이야기를 꺼내보려한다. 서울의 '흥'나는 마케팅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따뜻한 빛 이면의 아쉬운 그림자를 들춰본다. 이런 것들에 대한 보완이 있어야 진짜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마치 콘서트장 같았던 이날의 하프타임 행사가 모든 이에게 100점 이벤트는 아니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그라운드로 들어오는 수원 선수들
선수들이 모여서 화이팅을 외치고 자신의 포지션을 찾아가는 동안에도 계속되는 공연
주변을 서성이는 김종혁 주심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심판과 선수들

그라운드의 불이 켜지고 후반전을 뛰어야하는 선수들이 모두 나온 후에도 노래는 끝나지 않았고 김종혁 주심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난감한 표정으로 공연을 지켜봤다. 그라운드라는 무대에서 진짜 공연을 펼쳐야 하는 선수들은 하릴없이 그라운드 주변을 서성여야 했다. 

축구장은 어디까지나 축구를 위한 것이다. 아무리 감동적인 공연도 메인 이벤트를 방해한다면 결코 좋은 공연이라 할 수 없다. 노래 공연과 감상은 기분 좋은 '덤'이어야한다.


문제는 한 가지 더 있었다.

후반전을 알리는 축포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잔디 위에서 타들어가고 있다. 

후반전 시작 후 그라운드 주변에서는 계속해서 타는 냄새가 났다. 후반전 시작을 알리는 축포에서 떨어진 파편에 불씨가 남았던 것이다. 

지난 6월18일 슈퍼매치에서 후반전 시작과 함께 축포가 터지고 있다.

FC서울은 홈 경기 때마다 전반전 시작과 후반전 시작, 그리고 골이 터지는 순간에 축포를 쏘아올려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다른 구단들도 많이 하는 퍼포먼스다. 사실 이 '축포'는 진작부터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시각적으로 멋진 광경을 자아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라운드 가까이에 설치되는 축포가 과연 얼마나 안전한가에 대해서는 늘 의문이다.

2016년 6월 18일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A보드 뒤에 설치된 폭죽
2016년 7월 31일 FA컵 8강전. A보드가 설치되지 않은 이날 경기에도 그라운드 가까이에 폭죽이 설치됐다.
2014년 7월 12일, 그라운드 밖 스태프 사이로 안전장비 없이 설치된 폭죽를 볼 수 있다
2012년 5월 5일, FC서울 선수가 폭죽이 설치된 것을 모른 채 A보드를  뛰어넘고 있다. 

이번 슈퍼매치에서의 작은 불씨가 사실 화재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는 법이다. 더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하는 이유는 이런 우려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슷한 장면은 2012년에도 있었다.

2012년 11월 4일, 수원과의 경기 중 폭죽이 터진 후 비닐이 타들어가고 있다.
2012년 11월 21일, 제주와의 경기 중 폭죽이 터진 후 남은 불씨가 계속해서 타들어가고 있다.  

당시 축포가 터진 후 남은 불씨는 전선을 따라 계속 타들어가고 있었다. 다행히 가까이 앉은 취재진이 발견하면서 사고없이 조치를 취할 수 있었으나 만일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찔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장면이다. 경기 진행을 돕는 누군가가 하필 그 앞을 지나갈 때 폭죽이 터진다면? 일이 터진 뒤 수습하는 것은 늦다. ​

결국 배려의 문제라는 생각이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데 작은 것을 놓쳐 누군가는 마음이 상한다면 열심히 준비한 보람이 없어진다. 폭죽 같은 경우는 단순히 눈살을 찌푸리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

앞서 언급했듯 FC서울의 마케팅은 K리그를 선도하는 수준이다. 여름밤 넘실거리는 불빛은 본 사람들만 아는 장관이다. 이 멋진 이벤트가 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작은 것도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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