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야구는 구라다] "넌 좀 맞아야 돼" Mr. 허들, 강정호 가슴에 잽을 날리다

조회수 2016. 7. 29. 10:16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상황이야 뭐 나쁘지 않다. 크게 부담 가질 일 없다. 이미 한 점 더 보태서 4-1. 종반(7회)이니 넉넉한 여유다. 그러고도 계속된 1사 만루. 추가점이 없어도 그만이다. 공격 쪽은 마음 편하다.

하지만 그건 모르시는 말씀. 타자 입장은 전혀 다르다. 그냥 돌아서서 될 일이 아니다. 뭐라도 하나 건져야 한다. 무엇보다 요즘 별로였다. 타율은 급전직하, 끝모를 추락이 계속됐다. 게다가 찬스 때마다 힘을 못 썼다. 팬들, 동료들 볼 낯이 없다.

부담스럽다. 베이스가 꽉 찼다. 잘 하면 대박이지만, 삐끗하면 병살타다. 부담감에 편할 리 없다. 수비 팀도 저항군을 투입한다. 마운드에 새로운 투수다.

이론적으로 따져보자. ▶ 바뀐 투수 ▶ 볼 넷 다음 ▶만루. 모든 팩트는 하나의 결론을 가리킨다. ‘초구를 노려야 한다.’

여기에 하나의 변수가 대입된다. 병살이라는 인자(factor)다. 투수는 타자 몸쪽을 노릴 것이다. 또는 붙이는 척하면서 바깥쪽으로 빠져 나가는 변화구로 함정을 팔 것이다. 왜? 3루수나 유격수 쪽으로 땅볼을 만들려는 의도다. 그래서 두 명의 주자를 잡고, 위기를 한꺼번에 벗어나겠다는 노림수다.

1사 만루. 시애틀은 투수를 교체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mlb.tv 화면

물론 여기까지는 초급이다. 그걸 모르는 프로 선수는 없다. 하지만 알면서도 당한다. 어쩔 수 없다. 그게 인생이고, 야구 아닌가.

이 대목에서 타자의 성공을 좌우할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멘탈이다. 확신, 자신감, 단호함 같은 단어들이다. 슬럼프에 빠진 상태라면 더욱 필요한 부분이다. 과연 초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성공 요인은 멘탈, 그리고 전략적 마인드

 저항군으로 투입된 네이트 칸스의 초구는 역시 변화구였다(80마일 너클 커브). 포수는 가운데서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코스를 요구했다. 그러나 몸쪽으로 몰렸다. 실투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얻어맞는 게 아니다. 아마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 멀뚱히 서서 스트라이크 하나를 먹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스윙에) 힘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3루쪽 파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악은 섣불리 나가다가 3루수/유격수 쪽 땅볼이 될 경우다.

오른쪽이 2루타 때 장면. 몸쪽으로 오다가 휘어지는 변화구였지만 타격폼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mlb.tv 화면

비교가 된 좌측 사진이 그런 경우다. 전날(한국시간 27일) 1회 첫 타석이다. 1사 3루에서 킹 펠릭스의 88마일짜리 체인지업에 중심이 무너지면서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물론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타점이 되기는 했지만 만족할만한 타격은 아니었다.

반면 오른쪽 사진이 성공한 케이스다.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인 좌익선상 2루타를 만들어낸 타격 폼이다.

보시다시피 중심이 완벽하게 지켜졌다. 머리부터 엉덩이, 다리까지 하나의 직선이다. 확고한 힘의 전달이 이뤄졌음은 물론이다. 당연히 좋은 타이밍에 배트와 공이 만나게 된다.

초구 실투를 응징한 중요한 요인은 적극성이다. 여기에 하나를 추가해야 한다. 전략적 마인드다.

‘높은 존만 노려라.’ 1사 만루에서 타자가 지켜야 할 행동 수칙이다. 낮은 공 잘못 건드리면 땅볼되기 십상이다. 평소보다 스트라이크 존을 높게 잡고 띄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초구 너클 커브는 낮은 존을 통과했다. 하지만 위에서 떨어지는 궤적이었다. 높은 코스를 조준하고 있던 전략적인 노림수를 벗어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속앓이까지 함께 했던 보스의 퍼포먼스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안타 친 이후였다. 3명의 주자를 모두 안전하게 귀가시키고, 자신마저 3루에서 몸을 불살랐다. 진정한 싹쓸이를 시전하기 위함이리라.

홈 관중의 기립 박수 속에 금의환향한 주인공. 덕아웃에서도 나인들의 축하 인사가 쏟아진다. 잠시 후. 배트와 헬멧 같은 장비 정리에 한창이던 그의 등 뒤로 누군가 다가선다. 타격 코치인 브래드 피셔와 클린트 허들 감독이다.

피셔 코치가 가벼운 악수로 돌아섰다. 이윽고 미스터 허들의 차례. 그는 악수, 하이파이브 따위로는 성에 차지 않는 눈치다. 주먹을 가볍게 말아쥐더니, 그대로 타자의 가슴에 잽을 날린다. 돌아선 피셔 코치의 입가에 미소가 퍼진다.

허들 감독은 가슴을 한 대 '툭' 치면서 칭찬을 대신했다. 돌아서던 피셔 코치도 빙긋이 웃는다.    mlb.tv 화면

이어서 허들 감독의 얼굴에도 보스다운 멋진 웃음이 활짝이다. '선빵'에 잠시 당황했던 ‘피해자’도 얼떨떨한 미소를 짓는다.

게임이 끝난 뒤 인터뷰에서 허들 감독은 남다른 감회를 술회했다.

“오늘 경기에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 팀에 가장 필요한 것을 얻었다는 성과만 생각하겠다. 우리는 그들이(강정호와 매커친) 필요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팀 공격력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늘 타석에서 더 나아졌고, 자신감을 향상시켰다. 그 외에 다른 것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

유력지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의 논평도 비슷했다. ‘이날 승리는 강정호와 매커친이 드디어 기나긴 여름잠에서 깨어났기 때문에 중요했다.’

그의 최근 30경기 타율은 한심할 정도였다. 2할도 안되는 (.188) 숫자에 홈런 2개, 타점 10개에 불과하다. 4번을 맡긴 감독의 속이 속이겠는가. 게다가 차마 말 못할 냉가슴까지 함께 앓아야 했던 시간까지 합하면….

아마 Mr. 허들이 가슴에 날린 가벼운 잽과 진한 웃음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이런 뜻이 될 것이다. “인마, 넌 좀 맞아야 돼.”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