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헐값에 미래를 팔아버린 승부조작 5인

조회수 2016. 7. 28. 1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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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조작범으로 추락한 5명의 통산 기록과 푼돈에 사라진 그들의 미래가치

승부 조작이라는 악령이  KBO 리그를 떠돌고 있다.  

투수 이태양(NC), 외야수 문우람(상무), 투수 유창식(KIA)의 승부 조작 사실이 백일 하에 드러났다. 지난 2012년 LG 소속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승부 조작으로 영구 퇴출된 뒤 4년 만의 일이다. 적발 시 영구 퇴출이라는 철퇴가 내려졌음에도 이들에겐 반면교사가 되지 못했다. 

박현준과 김성현, 승부 조작이 날린 재능

박현준은 2009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SK 2차 8번)지명을 받을 정도로 데뷔 때부터 주목을 받은 유망주였다.  데뷔 시즌인 2009년 14경기 출장에 오직 1패만을 기록했던 박현준은 2010시즌  4:3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게 된다.

2012년 승부 조작으로 퇴출된 박현준 ⓒ LG 트윈스 

박현준은 3년간의 선수 생활 동안 통산 14승 15패 4.8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통산 기록만 놓고 보면 그리 대단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는 2011시즌 13승 10패  4.18의 평균자책점,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2.6을 기록하며 LG의 토종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트레이드 이후 LG에서 기량이 급성장한 그는 140km/h대 중후반의 속구에 포크볼을 겸비한 사이드암 선발 투수로 희소가치가 높았다. 

3시즌 연속 10승을 거둔 이재학(NC), 올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인 신재영(넥센) 등 젊은 사이드암 선발과 비견할 수도 있지만 구위만 따지면 2011 박현준이 단연 우위였다. 유형만 놓고 보면 2000년대 초반 선발로도 맹위를 떨친 임창용(KIA)에 비견할 만 했다.

만일 박현준이 승부 조작 범죄에 가담하지 않고 2011년의 페이스를 이어갔다면 2012년부터 현재까지 60승 가까운 승수를 누적하며 합계 12.0 이상의 WAR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 부동의 에이스로 자리잡았을 것은 물론이고  FA 자격 취득 이후에는 최대어 중 하나로 평가받았을 것이다.  기량을 유지한 채 FA 시장에 나왔다면 4년 총액 80억 원 이상도 가능했겠지만 박현준은 고작 500만원에 1000배 이상의 부를 거머쥘 수 있었던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승부 조작 투수 통산 기록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박현준의 이름값에 가려졌지만 2차 승부조작 사건의 주도자였던 김성현도 빼어난 자질의 유망주였다.(2008 드래프트 2차 6번 지명) 2008년 히어로즈에서 1군 데뷔 후 2011년까지 13승 25패 5.4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박현준 처럼 정상급 투수로 도약하진 못했지만  강속구를 구사하는 우완 정통파 선발 투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를 지닌 선수였다.  

넥센 시절의 김성현 ⓒ 넥센 히어로즈

김성현은 넥센 소속이던 2010년 7승 8패 ERA 4.90  WAR 0.8 을 기록했다. 이때가 고졸 3년차였다. 투구 유형의 차이점은 있지만 박종훈(SK)이 1군 세 번째 시즌인 2015년 기록한 6승 8패 5.19을 기록한 것과 흡사하다.

김성현은 2011년 시즌 도중 넥센에서 LG로 트레이드되었다. 박종훈이 SK 마운드의 미래이듯 김성현 역시 LG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극심한 타고투저로 인해 선발 투수가 품귀 현상인 KBO리그의 현 상황을 감안하면 김성현은 준수한 선발 요원으로 인정받았을 것이다.

억대 연봉은 물론이고 소위 ‘FA 로이드’를 통해 한 시즌 10승 이상을 거뒀다면 FA 이후 4년 40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도 불가능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700만원이라는 헐값에  빛나는 미래를 팔았다.

이태양-문우람-유창식, 반면교사는 없었다 

2011년 고졸 신인으로 프로에 데뷔한 이태양은 통산 79경기에 등판해 16승 17패 4.4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5년 10승 5패 3.67의 평균자책점에 1.47의 WAR을 기록하며 NC의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직행에 일조했다.

NC 이태양 ⓒ NC 다이노스 

만일 이태양이 승부 조작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우규민(LG)과 같이 선발과 불펜을 모두 경험한 사이드암 투수로서 자신의 가치를 계속 키워갈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프리미어 12 대표팀에 정대현(롯데), 우규민과 함께 사이드암 투수로 승선했음을 감안하면 야구계가 이태양에게 품었던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착실하게 커리어를 쌓았다면 향후 국제대회 단골투수는 그의 몫이었으리라.

그의 미래상이 될 수 있었던 우규민은 올 시즌 다소 부진하지만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취득하게 된다. 2013년부터 3년 연속 10승을 기록한 그가 후반기에 제 페이스를 찾는다면 4년 50억 원 이상의 FA 계약을 맺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규민과 비교하면 훨씬 이른 시기에 선발 투수로 자리잡은 이태양이기에  FA 몸값 상승 추세까지 감안하면 우규민 이상의 부와 명예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달콤했을 2000만원에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 이태양의 승부조작 경기 

문우람의 통산 기록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승부조작 파문의 유일한 야수이자 설계자로 지목받고 있는 문우람은 2012년 넥센에 입단해 데뷔 후 2015년까지 279경기에 출전해 0.279의 타율과 12홈런 96타점을 기록한 바 있다.

고졸 2년차인 2013시즌 0.305의 타율과 0.799의 OPS(출루율+장타율), 2014시즌  0.284의 타율과 0.790의 OPS를 기록한  그의 타격 재능은 1군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했고  좌타자로서 적극적인 타격이 돋보였다. 

2015시즌 종료 후 상무에 입대한 그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0.287의 타율 1홈런 19타점 0.765의 OPS를 기록 중이었다. 현재 넥센의 외야에는 박정음, 임병욱 등 젊은 좌타 외야수들이 포진하고 있지만  문우람이 정상적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1군에 합류했다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선수는 아니다.

넥센 시절의 문우람 ⓒ 넥센 히어로즈  

상무 전역 이후 잠재력이 폭발해 리그 정상급 교타자로 거듭난 팀 선배 고종욱이 그가 따라야 할 행로였다. 고종욱은 올 시즌 0.342의 타율 118안타 8홈런 4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OPS는 0.884, WAR은 2.23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해 8,000만 원인 고종욱의 연봉은 시즌 이후 수직 상승이 예상된다. 넥센은 젊은 선수들에 대한 기량 인정 및 연봉 상승에 매우 호의적인 팀이기 때문이다. 상무 입대 전 기록만 놓고 보면 고종욱보다 우월했던 문우람이지만 정상적인 제대 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승부조작 사실을 자진 신고했지만 추가 범행 사실이 드러나 더 큰 비난에 직면한 유창식은 2011년 전체 1번으로 한화에 입단했다. 그해 신인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으며 계약금 7억 원을 받았다. 좌완 강속구 투수인 그는 ‘제2의 류현진’으로 불렸고 등번호는 한화 레전드 구대성의 15번을 물려받았다. 

한화 시절 유창식 

하지만 유창식의 성장은 더뎠다. 커리어 통산 16승 33패 4홀드 평균자책점 5.73에 그쳤다. 대부분의 신인 파이어볼러들이 그렇듯 제구가 문제였다.

호투하다가도 갑자기 볼넷을 연발하며 자멸하는 경우가 잦았다. 2015년 KIA로 트레이드되었지만 이적 후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고향팀으로의 트레이드도 전환점이 되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교시절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았던 유창식이기에 뒤늦게 꽃을 피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는 없었다. 자진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축소 신고라는 또 하나의 거짓말로 KBO, 구단, 팬을 기만한 그 역시 영구 제명 또는 그에 준하는 철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창식의 승부조작 경기

전도유망한 젊은 선수들의 승부 조작은 야구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기고 있다. 4년 전 박현준과 김성현의 잘못이 밝혀졌을 때 승부 조작이 아닌 ‘경기 조작’이라는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용어로 규정했던 당시 분위기가 문제의 근원을 뽑지 못하고 또 다른 승부 조작을 촉발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어쩌면 그들은 승부 조작 대가로 받은 돈을 연봉 외에 버는 ‘손쉬운 부업’이나 ‘용돈 벌이’ 정도로 가볍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탈로 인해 그들의 선수 생명은 끝이 났다. 수십억 원 이상의 거액의 부와 명예까지 잡을 수 있던  기회는 이미 그들 수중에도 남아있지 않을  푼돈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그들은 무고한 동료들에 피해를 끼쳤으며 리그는 신뢰 추락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쉬쉬하던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승부 조작이라는 악령은 여전히  KBO 리그를 떠돌고 있다.

[기록 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홈페이지, 스탯티즈]

이용선 프로야구 필진/김정학 기자  [kbr@kbreport.com]

프로야구/MLB 객원필진/웹툰작가 상시모집[kbr@kbreport.com]

기사제공: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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