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 입단 테스트는 과연 바늘구멍 통과하기 인가?

조회수 2016. 7. 22.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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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덧 ‘이적의 달’인 7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포그바의 맨유 이적에 대한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고 말 많던 괴체는 결국 도르트문트로 복귀했다. 이 달 29일까지 추가 등록이 가능한 K리그도 에두의 전북 복귀, 곽태휘의 FC서울, 멘디의 울산 입단 등 굵직한 소식으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유럽과 달리 K리그를 비롯한 국내 리그는 대부분 전체 일정의 반환점을 돌았다. 한창 치열한 시즌 중이기에 7월 이적의 우선 고려 대상은 ‘즉시 전력감’의 영입이다.

입단 테스트는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스스로를 표현해야 한다.

FC서울, 울산 같이 재정이 넉넉한 구단은 이적료를 지출하여 선수를 영입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비용이 들더라도 취약 포지션에 즉시 전력감으로 판단되면 영입을 추진한다. 하지만 K리그 챌린지에 속한 일부 시민 구단이나 내셔널리그 구단은 이야기가 다르다. 상위리그 구단들과 연결하여 선수 임대를 시도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차선책은 바로 테스트다. 최근 들어 꽤 많은 국내 구단들이 시즌 종료 후 공개 테스트를 진행했다. 내셔널리그 구단들을 비롯해 K리그 구단인 충주 험멜, 고양 자이크로FC, 부산 아이파크, 그리고 성남FC도 공개 테스트를 진행했고 실제로 이를 통해 선수를 선발했다.

하지만 7월은 다르다. 구단 별로 많아야 보통 2~3명 밖에 영입하지 않기에 문턱이 매우 좁고 겨울과 달리 여름에는 공개 테스트를 하는 곳이 드물다. 테스트는 진행되지만 대부분 구단에 관련된 지인을 통해 선수를 추천 받아 비공개로 조용히 진행된다.

지난 해 성남FC 의 공개테스트 공고

# 입단 테스트는 어떤 방법으로 진행되는가?

여름과 겨울, 매 해 두 차례 이적 기간이 있기에 입단 테스트도 같은 기간동안 진행된다. 다만 겨울이 여름보다 선수 이동이 많아 테스트의 규모도 크고 공개 테스트가 많이 진행된다. 구단은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입단 테스트를 공지하고 지원자들은 양식에 따라 신청서를 접수한다. 서류 심사를 통과한 선수들은 실기 테스트를 치르는데 공개 테스트의 경우 대부분 실전 경기를 통해 옥석을 가린다. 이번 겨울 공개 테스트를 통해 세 명의 선수를 선발한 부산 아이파크는 입단 테스트에 지원한 200여명 중 50여명을 추려 일주일간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중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선수들을 마지막 날 다시 소집하여 점검을 했고 그 중 다섯명을 전지 훈련에 합류시켜 관찰한 후 세 명을 최종 선발했다.

반면 여름은 이적 기간이 짧고 적은 규모의 이동이 이뤄지기에 비공개 테스트가 많다. 무엇보다 즉시 전력감을 찾는다. 구단과 친분이 있는 축구인 (지도자, 에이전트 등) 의 소개로 선수 프로필이 전달되고 구단이 관심을 나타내면 팀 훈련에 테스트 선수를 합류시킨다. 여름 기간에 진행되는 테스트는 길어야 일주일 안에 마무리된다. 테스트 선수가 직접 해당 구단 팀 훈련에 합류하여 함께 트레이닝 하고 연습 경기도 출전하기에 보다 구단은 선수에 대한 판단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지난 겨울 부산 아이파크의 공개 테스트 현장

# 과연 입단 테스트는 공정한가?

테스트 시기가 끝나면 항상 들리는 얘기가 있다.

“그 팀은 미리 다 (선수) 뽑아놓고 형식적으로 테스트 하는 거라던데?”

분명 과거에는 이런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뀌고 있다. 어느 구단이나 시즌을 마치고 선수를 영입하는 이유는 전력을 보강하기 위함이다. 타팀에서의 이적이던 공개 테스트를 통한 선발이던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선수를 영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각 구단들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며 선수단 규모는 과거에 비해 작아지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K리그 구단들은 40 여명의 선수단을 구성했지만 올 시즌 개막을 앞둔 전남과 수원FC의 등록 선수는 각각 27 명에 불과했다. 이제는 실제로 실전에 투입해야 할 선수로 선수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지금도 선수의 경기력이 아닌 다른 요소가 반영되어 테스트가 진행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팀의 성적이 나쁘면 가장 먼저 책임 지는 사람은 대부분 감독이다. 공개 테스트에서 아무리 내정된 선수가 있더라도 숨어있는 다이아몬드는 빛나기 마련이다.

지난 시즌 독립구단 TNT FC 에서 재기를 준비한 김재연은 서울 이랜드FC에 테스트를 거쳐 입단했다.

# 감독의 성향을 파악하라

구단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래도 선수 선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감독이다. 아무리 중요한 선수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우선 절대적으로 감독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테스트 과정에서 구단에 속한 모든 스텝들이 선수를 마음에 들어해도 감독이 원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겨울 K리그 모 구단에 TNT FC에서 재기를 착실히 준비한 한 선수를 추천했다. 테스트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팀 동계 훈련까지 동행했다. 동계 훈련에서도 테스트 선수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구단에서는 선수에게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다. 모든 스텝들은 찬성했지만 감독 혼자 플레이 스타일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3년 간 국내 유일의 재기 독립구단 TNT FC를 운영하면서 많은 선수들을 프로 테스트에 참여시켰다. 그 구단의 감독이 어떤 스타일의 선수를 선호하는지 정보를 모아 테스트에 참가하는 선수에게 전달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 겨울에만 국내외 프로 무대로 12명이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래도 누가 성공하고 실패할지 도저히 예상 할 수 없었다.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선수가 경기력 외적인 이유로 탈락한 경우도 있었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선수가 덜컥 계약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테스트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기준은 감독들의 성향이다.

지난달 한국에서 프리시즌 캠프를 차린 투비즈FC의 연습경기와 테스트를 관전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선수 자신

나는 그동안 수차례 입단 테스트를 지켜봤고 직접 선발 위원으로 참여한 적도 있다. 그러다보니뽑는 사람 입장에서 변하지 않는 철칙이 한 가지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기존 선수보다 기량이 부족하거나 비슷한 선수는 절대 선발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된것처럼 구단 입장에서는 공개 테스트를 통한 선수 선발 역시 영입이다. 그리고 영입의 가장 큰 목적은 팀의 발전이다. 때문에 현재 구단에서 활동 중인 선수와 기량이 부족하거나 비슷한 선수는 당연히 선발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기량이 우수하더라도 스타일이 같은 선수가 이미 있다면 그 역시 선발하기 어렵다.

테스트에 참여하는 선수들이 보여줘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 중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역시 체력적인 준비다. 아무리 기술이 훌륭한 선수라도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경기 중에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입단 테스트의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은 현재 눈에 보이는 선수의 퍼포먼스다. 또한 체력적인 준비 상태는 그 선수의 마음가짐을 가늠하게 한다. 기술적인 실수를 한 두 번 하더라도 활발함과 에너지가 느껴지는 선수에게 한 번이라도 눈길이 더 가기 마련이다.

얼마 전 벨기에 2부 리그의 투비즈FC 가 한국으로 프리시즌 훈련을 왔다. 그 기간 동안 두 명의 TNT FC 선수가 투비즈의 테스트 선수로 합류했는데 팀 훈련 때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투비즈 테스트에 참가한 선수는 나이는 어렸지만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출전 기록도 있는 제법 경쟁력 있는 선수였기에 유럽 중소리그에서 충분히 활약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 날 한국 내셔널리그 구단을 상대로 한 연습경기에 투비즈 소속으로 출전했지만 평소 갖고 있던 기량의 절반 밖에 보여주지 못한 채 결국 테스트를 마쳤다. 두 선수 모두 본인이 가장 아쉬움이 컸겠지만 원인은 분명했다. 한 선수는 기술적인 능력은 우수했으나 체력적으로 잘 준비되지 못했고 또다른 선수는 기술이나 체력은 경쟁력이 있었지만 심리적으로 지나치게 위축된 상태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러다보니 자신들의 컨디션이 좋았을 때의 퍼포먼스를 선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그것 또한 능력이다.

능력은 보여 줄 수 있을 때 보여 줄 수 있어야 진정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나는 선수를 선발 하는 입장에서 테스트 경기를 볼 때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에게 시선이 갔다.

1. 볼터치가 간결한 선수

2. 패스 미스를 하더라도 그 목적이 뚜렷하게 보이는 선수

3. 체력적으로 준비가 잘 된 선수

4. 주위 동료들과 소통을 잘 하는 선수

5. 공을 한 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소리치고 적극적으로 서포트 하는 선수

위에 적힌 다섯 가지 요소를 충족시킨 선수는 대부분 테스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내 계약서에 사인했다. 테스트 또한 전략이다. 자신이 공을 잘 차고 자신이 있다면 그것을 긍정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것 또한 중요하다.


# 편견과의 싸움

테스트를 거쳐 구단에 입단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사실 진짜 승부의 시작은 그 때 부터다. 지난 해 12월, TNT FC의 존재를 알게된 프로축구연맹 한웅수 사무총장이 선수단을 격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이 열심히 땀 흘려 프로 무대에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서 버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험난한 주전 경쟁과 편견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생존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겨울 공개 테스트를 통해 부산에 입단한 세 명의 선수 중 김대호 단 한 명 만이 비교적 그라운드를 밟고 있다. (현재 리그 10경기 출전)

공개 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선수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가끔 이렇게 말한다.

“열심히 하고 있고 훈련 때 보면 경쟁력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기회는 잘 안오네요.”

출전 명단을 정하는 것은 코칭 스텝의 몫이다. 매일 같이 선수단의 훈련을 진행하고 관찰하기에 그들의 눈이 가장 정확할 확률이 높다.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기에 기회가 적게 가는 것 일수 있다. 하지만 어떤 코치의 말은 테스트를 통해 입단한 선수들의 의견을 어느정도 이해 할 수 있게 한다.

“한 자리를 두고 두 명이 경쟁을 하는데, 만약 그 중 하나가 공개 테스트를 통해 들어온 선수라면 망설이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실전에 대한 경험도 무시 못하고 편견일 가능성이 높지만 안정성이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드니까요.”

국내 여름 추가 등록은 29일을 끝으로 마감된다. 이 때 까지 새 팀을 찾지 못하는 선수들은 12월을 기약해야 한다. 프로팀 입단이 어려워질수록 오히려 테스트는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 어렵지만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인기 웹툰 송곳의 명대사가 생각난다.

“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롭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버리고 마는 그런 송곳같은 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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