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챔피언스리그보다 더 치열했던 '따듯한' 축구전쟁

조회수 2016. 6. 1. 13: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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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크라이 베이비" - 축구가 주는 스토리

"Don’t cry Baby. There is still a lot of time left for you."

(아가야 울지마 너에게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단다)


지난  28일부터 3일간 웸블리스타디움에서는 잉글랜드프로리그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렸습니다. 헐시티와 셰필드 웬즈데이의 챔리언십, 반슬리와 밀월의 리그1 그리고 플리머스와 AFC 윔블던의 리그2 플레이오프 경기였습니다. 그 중에 2경기를 직관하였습니다. 특히 마지막 경기는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수 많은 경기들을 보았지만 유달리 깊은 감동과 스토리를 남겨준 경기였습니다.

5월 28일(영국현지시간)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밀라노로 집중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곳에서 별들의 잔치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벌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영국의 지방도시인 셰필드와 헐시티 지역주민들에게는 훨씬 더 중요한 경기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모든 시선은 밀라노 산시로가 아닌 런던 웸블리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챔피언십 플레이오프, 바로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경기할 수 있는 마지막 팀이 결정되는 경기였습니다. 또한 언론에 알려지 바로는 가장 비싼 금액이 걸린 경기라고… 

웸블리로 가는 길은 노란색과  파란색 물결로 뒤덮여 있습니다. 그 물결들 가운데서 울려퍼지는 함성소리와 뜨거운 열기는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가는 길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습니다. 경기장 안까지 그 열기는 이어졌고, 경기시작 전부터 양팀의 응원은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구장을 반으로 나누어서 양팀 팬들이 자리를 잡았고, 헐시티의 노란색과 셰필드의 파란색 물결로 구장을 물들였습니다.  그 응원을 지켜보면서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뭉클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두 팀 모두 런던에서 한참 떨어진 북쪽을 연고로 하는 팀임에도 불구하고  셰필드 응원석은 3층까지 가득 차 있었고, 헐시티도 3층에만 약간의 빈자리가 보일 뿐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어요. 70,189명의 관중들이 응원을 온거에요. 셰필드나 헐시티 지역뿐만아니라 현재는 북쪽의 뉴캐슬이나 남쪽의 콘월에사는 팬들도 자신이 태어나서 자라며 응원했던 팀을 위해 런던을 찾은 팬들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들에게는 그 어떤 경기보다 승리가 간절한 중요한 경기였기 때문이겠죠.

경기장에서 만난 닐 씨는 “다음 시즌이 팀창단 150주년 되는 의미있는 해인데 이 때를 프리미어리그 진출로 기념하고 싶다. 꼭 승리하여 의미있는 시즌을 맞이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였어요.  또한  “오늘 셰필드는 텅 비어 있을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이곳에 왔을테니까.”라며 이 경기의 중요성을 다시 상기시켜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주관적인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헐시티보다는 셰필드 웬즈데이가 더 간절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후에  헐시티 선수들은 90분간의 혈투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 위에서 뛰어 다니며 승리를 만끽하였고, 팬들은 그 모습을 보며 박수를 보내며 축제분위기를 연출하였습니다. 반대로 셰필드 웬즈데이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서 고개를 떨구기도 하였고, 서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팬들도 허탈함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고, 어린 팬은 아빠에게 안겨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습니다. 그 때 “아가야 울지마 너에게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단다.”라며 등을 토닥이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형언하기 힘든 감동이 전해져 왔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힘찬 박수와 함성으로 선수들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결과는 아쉬울지언정 자신들과 함께 달려온 자신들의 팀이고 자신들의 선수들이기에 끝까지 격려합니다. 그런 팬들이 있기에 팀이 성장할 수 있고, 축구가 감동이자 사랑임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스타디움을 빠져 나와 집으로 오는 길에도 그 어린아이의 눈물과 아버지의 위로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오랜 여운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

또 다른 '감동의 현장' 웸블리 스타디움을 다시 찾다.

이틀 뒤에 웸블리 스타디움을 다시 찾았습니다. 우리동네 팀인 AFC 윔블던의 리그2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기 위해서… 지난 챔피언십 플레이오프 만큼의 숫자는 아니었지만 리그2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는 많은 57,956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어요.  놀라운 일이죠. 이런 축구열기가 한국에도 자리잡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네요.

AFC 윔블던은 사실 한국팬들에게는 그리 유명한 팀은 아닙니다. 다만 FIFA 온라인 게임 때문에 이 팀 소속인 아킨펜와 선수가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피지컬이 가장 좋은 선수로… 그렇지만 AFC 윔블던은 한인타운 인근에 기반을 둔 팀이며 한국과는 인연이 있는 팀이고 그리고 감동의 스토리가 있으며 하부리그 팀들에게 희망이 되는 팀이기도 하기에 애착과 더불어 관심이 가는 팀입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 그들이 이겨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길 응원하였습니다.

여느 경기와 마찬가지로 양팀 모두 치열하게 응원을 하였습니다. 특히 지난 경기에서 아빠에게 안겨 눈물짓던 어린 아이의 모습만큼이나 눈에 띄는 모습이 있었어요. 어린 딸을 목마태우고 응원하는 아빠와 딸의 모습이었어요. 아름다웠어요. 그 어떤 작품들보다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손에는 ‘BRING THE DONS HOME, BACK TO PLOUGH LANE’이라는 배너가 들려 있었어요. 다른 팬들도 배너를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었습니다. 배너를 들고 열심히 응원하던 수잔씨는 “우리 팀의 별명이 ‘THE DONS(돈스)’다. 우리팀이 1912년부터 1991년까지 쓰던 홈구장이 플로우레인이다. 지금은 킹스메도우(킹스턴인근)를 쓰고 있지만 첼시에게 매각을 하였기 때문에 다음 시즌부터 새로운 구장이 필요하다. 우리 서포더즈들은 영혼의 집과 같은 예전의 구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현재 머튼카운슬과 이야기가 진행중인데 다음 시즌부터는 플로우레인에서 경기를 보고 싶다. 그래서 캠페인을 하는 것이다.”라며 배너를 들고 응원하는 이유를 알려 주었어요. 그러면서  “나는 돈스다. 지금은 터키에 사는데 중요한 경기를 보기 위해 어제 왔다. 내 인생에 가장 기쁜 순간 중에 하나이다.”며 얼마나 팬심이 강한지를 이야기 하였습니다.

또한 이 팀의 서포더즈이자 주주인 대니씨는 “기존의 팀이 밀턴케인즈로 연고이전을 한 2002년도에  윔블던을 응원하던 서포터즈 60명의 펀딩으로 AFC 윔블던이 창단되었다. 현재는 1500명의 서포터즈들이 재정에 관여하며 팀을 구단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도 구장건립을 위해서 2백 4십만 파운드를 모아서 카운슬과 구단과 함께 새 구장을 건립하는데 사용하려고 한다. 우리 서포터즈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우리가 구단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이라며 자신들의 팀이 서포터즈의 팀인 것에 자부심을 보였습니다. 이런 구단이 있다는 사실이 부러웠습니다.

이런 팬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AFC 윔블던은 2대0으로 승리를 거두며 리그1으로 승격하였습니다. 이들이 승격을 결정 지으면서, 전신이었던 팀인 MK 돈스의 강등과 맞물려 이번 시즌부터 같은 리그에서 경기를 치룬다는 사실에 잉글랜드의 많은 팬들은 흥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이트에 나온 내용을 보니까 ‘원수구단의 만남’이라고 까지 표현을 하고 있을만큼 흥미로운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장에서 만난 몇 몇 팬들은 MK돈스에 대해서 그렇게 심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어요. 그냥 자신의 팀이 승격한 것이 기쁜 것이지 MK돈스와의 경기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경기후에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는 아킨펜와를 만났어요. “정말 오늘 경기는 환상적인 경기였다. 특히 나에게 의미있는 경기였다. 떠나면서 승격을 하는 경기에 도움이 될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있는 경기였으며 , 또한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며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였어요. 

아킨펜와를 만나고 나오면서 조금은 특별한 모습을 보았어요. 바로 AFC 윔블던의 커머셜 디랙터인 이보어헬러와 한국인 팬의 만남이었어요.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하면서 ACTS29라는 잉글랜드 FA에 등록된 팀에서 선수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잉글랜드리그는 24부까지 나뉘어져 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ACTS29 FC는 잉글랜드 12부리그에 등록된 한국인 주축의 팀입니다.) 자신이 만들었다는 배너를 들고 커머셜 디렉터와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었는데, 부천FC 1995와 AFC윔블던의 2009년 자매결연 이야기와 AFC 윔블던의 히스토리를 접하면서 팬이 되었고, 한국팀들과 좋은 교류를 하며 또한 자신이 속한 팀을 비롯해 많은 하부리그 팀들이나 한국의 구단들에게도 희망과 도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이 되었어요.

늘 프리미어리그만을 보기에 챔피언십이나 리그1,2라면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 땅에서 많은 어린 선수들과 팀들을 보면서 프로라고 불리우는 그 곳까지 가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힘든일인지 분명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2002년도에 9부리그에서 시작된 팀이 그것도 서포터즈들이 창단한 팀이 15년만에 리그1으로 승격한다는 사실은 표현하기 힘들만큼 대단한 일입니다. 그 원동력은 바로 어떤 리그에 있던 자신의 팀이라고 여기며 응원하는 열정적인 서포터즈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네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나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의 빅매치는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스타들이 뛰는 흥미로운 경기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기든지 그 안에는 열정이 있습니다. 어떤 팀이든지  감동의 스토리가 있습니다. 축구는 감동입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후에 레알 마드리드 팬들의 환호나 AT 마드리드 팬들의 눈물을 보며 우리는 감동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도 그런 감동이 있습니다. 승리에 기뻐하며 패배에 눈물을 흘리지만 자신의 팀을 위해 먼 곳에서 달려와서 끝까지 응원하는 팬들의 열정이 있습니다. 아빠의 가슴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어린 아이와 어린 딸을 목마에 태우고 팀을 응원하는 아빠의 모습이 있습니다. 어린 자녀들에게 축구를 통하여 그리고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통하여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팀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는 아빠의 마음이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의 순간을 경험 하면서 더 큰 꿈을 꾸길 바라는 아빠의 바람이 있습니다.

 ‘아빠도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이렇게 해주었단다. 너희도 나중에 네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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