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정직한 90분, 인천유나이티드 첫 승 하던 날

조회수 2016. 6. 1. 01: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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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낸지 얼마 되지도 않은 봄 외투가 옷장 저만치로 밀려났다. 개막할 때만 해도 쌀쌀했던 날씨가 이제 꽤 후덥지근해졌고, K리그는 다음 라운드부터 선선한 저녁으로 경기시간을 옮긴다. 벌써 더위를 걱정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봄은 언제나 짧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짧은 봄이 참으로 길고 길었다. 3월부터 기다렸던 몽우리는 달을 넘기고 또 넘겨 5월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드디어 꽃 피었고 긴 기다림 만큼이나 감동은 벅찼다. 5월28일, 인천유나이티드가 드디어 첫 몽우리를 터트린 그날로 돌아가본다. 

승리 후 팬들과 함께 한 기념사진

상대는 지난 경기 인천의 홈에서 3-2로 승리를 가져간 성남FC. 성남의 뒷문은 역시나 단단했고, 인천의 승리는 쉽지 않아보였다. 실점없이 0-0 무승부로 끝나는 것이 다행일 것 같았다. 그러나 후반 34분 케빈이 그림같은 골을 성공시키며 결과는 바뀌었다.

후반 34분 골을 성공시키는 케빈 ​ 
골을 성공시킨 케빈이 어시스트를 한 송제헌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환호성 터트리는 인천 원정팬
세리머니 후 얼굴을 감싸쥐며 기뻐하는 케빈

승리를 코 앞에서 놓친 뼈아픈 경험 덕분에 인천은 남은 시간 침착하게 수비에 집중해 1-0 승리에 성공했다. 너무나 기다렸던 승리의 순간 선수들은 진한 포옹으로 기쁨을 나눴다.

지지 않은 것에 감사했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호들갑스럽지 않았다. 기쁜 마음 한편에 그동안의 설움이 겹치는 까닭이었다.

관중석도 상황은 같았다. 환호하는 팬들 사이로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이가 꽤 많았다.


반복되는 경영난, 구단 내부 갈등 등 성적 외에도 여러가지로 속상할 일이 너무 많았던 인천이다. 참았던 설움이 터져나온 것인지 선수들이 빠져나간 뒤에도 눈물은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누구보다 당당하게 "할 수 있어! 인천!"을 외쳤지만 그들이라고 왜 아프지 않았겠는가. 지는 경기를 보기위해 경기장을 찾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할 수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다"며 선수들을 응원했지만 어쩌면 그 메시지는 스스로를 위한 다짐이었을지 모른다. 늘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사실 그들도 아프고 힘들었다.

사랑하는 나의 팀이 무관심 속에 방황하고 흔들리는데 그래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팬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선수단 만큼은 지금처럼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길 바란다. 지금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은 깨끗한 그라운드 위에서 땀으로 만들어낸 정직한 90분이다. ​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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