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MLB리포트]신더가드와 어틀리의 응징과 보복

조회수 2016. 5. 30. 09:39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작년 포스트 시즌 슬라이딩에 대한 응징성의 위협구로 퇴장당한 메츠 투수 신더가드를 둘러싼 논쟁 치열

주말을 뜨겁게 달궜던 MLB의 여러 장면 중에도 29일 LA 다저스전에 나온 뉴욕 메츠의 ‘천둥의 신’ 노아 신더가드(23)의 퇴장 순간은 단연 화제의 중심이었습니다. 장면을 재구성해 봅니다.

0-0이 이어지던 3회초 다저스 선두 타자 투수 마에다는 쉽게 아웃이 됐고 1번 타자 베테랑 체이스 어틀리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천천히 와인드업을 한 메츠의 신성 신더가드의 초구가 앗! 왼손 타자 어틀리 쪽으로 날아갑니다. 159km 강속구는 어틀리의 몸에 맞지는 않았고 오히려 등 뒤로 쏜 살 같이 빠져나가 버립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운동장이 혼돈 속에 빠져듭니다. 애덤 해머리 구심이 곧바로 신더가드의 퇴장을 선언한 것입니다. 신더가드는 양 손을 올리며 ‘도대체 무슨 일이냐?’라는 제스처를 보냈지만 이미 퇴장 명령은 내려진 상황. 그러자 신더가드 강속구 만큼이나 빠르게 테리 콜린스 감독이 메츠 더그아웃에서 튀어나가 강력하게 항의를 합니다. 입모습은 차마 옮길 수 없는 욕설을 담고 있었고 결국 감독도 선수와 동반 퇴장당합니다.

신더가드가 던진 강속구가 스치듯 어틀리의 등뒤를 지나치고 있습니다. 신더가드는 퇴장을 당했고 어틀리는 2홈런 5타점으로 복수했습니다. ⓒ메츠SNS


이 어지러운 상황 중에 두 가지 묘한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우선 신더가드의 공이 어틀리를 거의 맞출 뻔 하던 순간 뉴욕 시티필드를 가득 메운 4만2227명(정원의 100.7%) 중 많은 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퇴장 명령을 인식하기 전까지는 팬들은 신더가드의 투구를 성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불같은 강속구에 몸을 맞을 뻔 했던 타석의 어틀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 역시 구심의 퇴장 명령에 ‘이게 뭔가?’하는 반응을 미세하기 보이긴 했지만, 이내 위협구를 비롯해 모든 상황을 이해한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타석을 고르며 다시 경기에 임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왜 메츠 팬들은 신더가드의 도발적인 피칭에 환호성을 질렀던 것일까요?

작년 가을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서 어틀리의 슬라이딩을 떠올리신 분들이 있다면 바로 정답입니다. 당시 어틀리는 거친 슬라이딩으로 병살 플레이를 막으려다가 유격수 루벤 테하다와 충돌했고, 테하다는 강정호와 유사한 종아리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고 실려 나갔습니다. 이례적으로 MLB 사무국은 어틀리에게 2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내리기까지 했었습니다. 어틀리의 항소로 징계는 철회됐지만 2루에서의 야수를 향한 과격한 고의적인 슬라이딩을 금지하는 규정이 도입됐습니다.

그러나 메츠 팬들은, 그리고 메츠 선수들은 동료를 실려 내보낸 어틀리의 그 플레이를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플레이에 대한 응징이 없었다는 것 역시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지난 가을의 중요한 포스트 시즌 경기에서는 응징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리고 시즌 초반 LA 다저스 원정에서도 여전히 다저스 저지를 입고 있는 어틀리에 대한 응징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번 시리즈 내내 심상치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3연전 첫날부터 어틀리의 타석마다 메츠 팬들은 과격한 야유를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2차전 바로 이 순간 신더가드의 강속구가 어틀리의 몸 쪽으로 날아들자 동료를 위한 복수 시도를 한 것으로 인식한 메츠 팬들은 열렬한 성원을 보낸 것입니다.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면 필요했던 조치가 드디어 이루어졌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신더가드였고, 구심은 왜 몸에 맞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퇴장을 선언했을까요?

우선 시기적으로 응징이 조금 생뚱맞게 늦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가을 잔치의 중요한 경기에서 보복할 수는 없었고, LA 원정에서의 응징 혹은 보복도 상징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28일 1차전에서는 기회가 없었을까요? 그에 대해서는 우선 어틀리가 테하다와 충돌했던 그 경기의 선발이 신더가드였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메츠의 불같은 젊은 로테이션 중에서도 터미네이터가 바로 신더가드라는 것입니다. 작년 월드시리즈 3차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신더가드는 로열스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할 것임을 암시하고는 선두 타자 아시데스 에스코바의 머리 쪽으로 초구 강속구를 꽂아댔습니다. 그리고 로열스 팬들의 격한 반응에 대해 ‘난 바로 18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으니 언제든지 환영이다!’라는 도발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런 정황으로 구심은 신더가드가 분명히 의도를 가지고 어틀리를 겨냥해 던진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퇴장을 시킨 것입니다. 신더가드는 손에서 공이 빠졌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올 시즌 60⅓이닝 동안 볼넷은 9개뿐이었고, 233타자를 상대하며 몸 맞는 공은 딱 하나 뿐이었다는 기록도 그의 변명을 궁색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경우 일부러 맞추려고 했다고 말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30년 전이라면 모를까.) 오히려 일부에서는 신더가드가 중징계를 의식해 일부로 몸을 맞추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빈축마저 나왔을 정도입니다.


위협구로 퇴장을 당했지만 신더가드는 여전히 메츠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메츠SNS

마침 이날은 1986년 메츠의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들을 초청해 시구 행사 등을 벌인 날이었습니다.

드와이트 구든, 월리 블랙맨, 레이 나이트 등의 역전의 용사들은 지역 언론과 인터뷰에서 하나 같이 신더가드의 응징을 옹호했습니다. 나이트는 ‘그런 식의 과격한 슬라이딩은 용납할 수 없다. 과거에도 병살을 깨기 위한 슬라이딩은 늘 있었지만 (어틀리의 슬라이딩은) 너무 심했고, 우리 시대였다면 2루수이던 월 리가 곧바로 응징을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구든은 ‘조금 약하기는 했지만 신더가드가 메시지를 보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몸을 맞추지도 않았는데 곧바로 퇴장은 말도 안 된다.’라며 신더가드의 퇴장 직후 항의의 표시로 운동장을 떠나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날 가장 달콤한 복수극을 펼친 선수는 다름 아닌 체이스 어틀리였습니다. 37세 베테랑 어틀리는 신더가드의 의도, 즉 ‘동료의 보호와 도발에 대한 응징’이라는 불문율을 인정한다는 듯 전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0-0이던 6회에 균형을 깨는 선제 홈런을 터뜨렸고, 7회에는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야구장 내에서 발생한 일은 야구장 내에서 해결한다는 불문율을 가장 적절하고 통쾌하게 이뤄낸 것은 바로 이 경기 어틀리의 방망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사태와 규정 변경 등은 약간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선수 보호라는 측면에서 ‘어틀리 룰’이 도입된 것은 시대적은 추세에 비추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타플레이어가 큰 상품인데 그런 과격한 플레이로 장기간 결장하고, 선수 생활을 위협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강정호의 중상에서 우리 팬들도 뼈저리게 느낀 부분입니다.

그런데 그런 플레이나 혹은 팀과 동료에 대한 도발에 대한 응징은 필수적이라는 분위기는 선수단이나 팬이나 언론에서도 여전히 강하게 존재합니다. 그렇다면 MLB는 이제 그런 응징도 처벌한다는 규정을 도입해야 할까요? 고의성 짙은 보복구에 대해 퇴장 명령을 내리는 선에서 정리되면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중징계를 도입해 보복구를 아예 근절해야 할까요?

올드 타이머들은 ‘어틀리 룰’의 도입으로 야구는 상징적인 야생성을 잃게 되는 치명적인 손실을 본 것이라고 개탄하기도 합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불문율이나 문화도 변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선수 보호와 전통 고수의 의견이 부딪히는 가운데 야구는 약간 혼돈의 시기입니다. 각자의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양 측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Wikipedia, NY Post, The Wall Street Journal 등을 참조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