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 '레알' 그리고 '아틀레티코' 의 피날레

조회수 2016. 5. 29. 14:30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15/16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레알 마드리드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리뷰

“1-1”

축구의 신은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갔다. 90분의 정규 시간과 이어진 30분의 연장전도 승부를 가르기엔 부족했나보다. 지단과 시메오네 양 팀 감독은 승부차기에 나설 선수들을 결정했다. 그것은 사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였고 결국 축구의 신은 레알 마드리드를 선택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 지네딘 지단은 부임 첫 해 챔피언스리그의 주인공이 되었다.

올 시즌 유럽 축구의 ‘피날레’ 다운 경기였다. 양 팀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준비되어 있었고 선수들은 경기의 상황에 빠르게 반응했다. 무엇보다 체력이 고갈된 연장전에서도 개인 실책이 거의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양 팀 선수들은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매치 프리뷰부터 우승 셀레브레이션 까지 경기를 중계했던 4시간이 빠르게 느껴질 정도였다.


# 관전 포인트

레알 마드리드가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 시, BBC 라인이 영리하고 빠르게 대처할수 있을까?

만약 그것이 잘 되지 않는다면 카세미루가 그 무게감을 언제까지 감당 할 수 있을까?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전을 어떻게 운영할까? 안정적? 아니면 공격적?

양 팀의 선발 라인업 (출처: UEFA 공식 홈페이지)

아틀레티코의 선수단은 부상없이 깔끔했다. 반면 레알은 바란이 허벅지 부상으로 제외되었다. 훈련 과정에서 호날두의 부상 소식도 있었지만 선발 출전하며 풀타임을 소화했다. 아틀레티코는 센터백 사비치가 고딘의 파트너로 출전하여 안정감을 제공했다. 양 팀 모두 최상의 라인업을 구성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높은 공 점유율“ 그리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확실한 역습“으로 경기가 전개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아틀레티코의 공 점유율은 바르셀로나와의 8강 전, 바이에른 뮌헨과의 4강 전에서 모두 30%를 넘지 않았다. 공을 갖고 있지 않아도 불안해하지 않았고 확실한 역습 패턴을 앞세워 결승에 진출했다. 아틀레티코 전술의 핵심은 공수 양면에서 활동량이 많은 두 명의 공격수와 중앙과 측면 모두에서 높은 이해력을 보이는 미드필더들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깊게 내려앉은 아틀레티코의 수비 블록에 도전해야했다. 하지만 지공 상황에서는 세밀함이 필요하기에 오히려 레알에게는 이 점이 불안요소가 될 수 있었다. 아틀레티코의 역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BBC’ 라인의 수비적인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했다. 공격이 실패했을 때 그 즉시, 그 위치에서 빠른 수비 전환이 필수였다. 만약 그게 잘 안된다면 카세미루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카세미루가 돋보인다면 길게 봤을 때 오히려 레알에게 좋은 상황은 아닐거라 생각했다.


# 훌륭했던 BBC의 수비 공헌도

벤제마와 베일의 컨디션은 좋아보였지만 호날두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틀 전 훈련 과정에서 보도된 부상 소식이 허보는 아닌 듯 했다. 공을 받기 위한 사전 움직임에 활발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레알의 공격 루트는 호날두의 왼쪽보다 베일의 오른쪽에 집중되었다. 호날두의 폭발성이 적다보니 전반전에는 마르셀루의 공격 가담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많은 공격이 베일이 있는 오른쪽에서 이루어졌고 공을 빼앗긴 후 이루어지는 빠른 수비동작도 오른쪽에서 이루어졌다. 벤제마와 베일은 공을 빼앗기면 곧바로 수비 동작을 실행했다. 아틀레티코 수비진은 전방으로 패스를 전달하는데 불편함을 느꼈고 자연스레 역습의 기회는 줄어들었다. 가끔 토레스와 그리즈만까지 연결된 공도 라모스와 페페의 빠른 반응에 차단되었다.

베일과 벤제마는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 될 때 우수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올 시즌 아틀레티코는 풀백에서 시작되는 간결한 공격 전개가 대단히 훌륭했다. 전반 초반 이런 장면이 몇 차례 나왔지만 15분에 터진 레알 마드리드 라모스의 골로 많은 것이 변했다.

올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장점 "측면에서 시작되는 간결한 빌드업"

# 라모스의 선제골, 뒤바뀐 전략

전반 초반 좋은 리듬을 만든 레알 마드리드가 결국 15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했다. 크로스의 프리킥을 베일이 살짝 방향을 틀었고 쇄도하던 라모스가 마무리했다. 베일의 머리에 공이 닿을 때 라모스는 아틀레티코 수비수보다 앞서 있었지만 부심의 깃발은 올라가지 않았다. 레알은 이른 시간에 선제골이 터지자 경기의 템포를 조절했다. 전반 내내 모드리치와 크로스는 팀의 핸들을 잡고 완벽한 드라이빙을 선보였다. 좌우로 공을 빠르게 순환시켰고 영리한 서포트를 통해 다시 공을 받아 좋은 타이밍에 전진 패스까지 투입했다.


레알의 이런 경기 운영은 아틀레티코에게 큰 어려움을 주었다.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아틀레티코에게 익숙한 리듬은 ‘선수비 후공격’이였다. 하지만 한 골 앞선 레알이 빠른 좌우 순환 작업을 통해 경기 템포를 조절하다보니 수비 시작점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전방에 토레스와 그리즈만은 물론, 미드필더들까지 누구는 나가고 누구는 내려오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며 자연스레 팀 밸런스가 깨졌다. 아틀레티코의 밸런스가 흐트러질수록 레알은 모드리치와 크로스의 드라이빙을 중심으로 편안한 운영을 했고 아틀레티코가 어렵게 가운데로 공을 투입시키면 카세미루가 나타나 처리했다.

레알 마드리드의 핸들을 잡았던 모드리치-크로스
120분 동안 소리없이 강했던 카세미루

전반전 아틀레티코가 보여준 효과적인 공격 패턴은 딱 두가지였다.

필리페 루이스가 왼쪽 측면에서 직접 가운데로 공을 운반 또는 연결 했을 때

중앙 미드필더가 공을 받으러 나온 그리즈만에게 전진 패스 투입, 이후 중거리 슛

전반전, 필리페 루이스의 퍼포먼스는 아틀레티코 공격 루트의 힌트가 되었다.

라모스의 골로 인해 만들어진 상황은 레알에게 여유롭고 편안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는 이 리듬이 불편하고 어색했다. 아틀레티코의 공 점유율이 높아지는 만큼 시메오네 감독의 고민도 많아졌다. 레알은 수비를 두텁게 하고 공을 공유하며 경기를 운영했지만 아틀레티코는 점유율이 높았음에도 효율적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이 흐름은 후반 25분 지단 감독이 먼저 승부수를 던지기 전 까지 이어졌다.

전후반 모두 점유율은 아틀레티코가 앞섰다. 하지만 오히려 전반전에는 레알의 패스 수가 더 많았다.

# 어렵고 어려웠던 후반 25분까지의 아틀레티코

전반전 점유율은 아틀레티코가 53대47로 앞섰지만 효율성은 떨어졌다. 아틀레티코가 더 많이 뛰었음에도 패스 숫자는 레알이 앞섰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아틀레티코는 페르난데스 대신 카라스코를 투입하며 공격 옵션을 추가했다. 그리고 후반 2분 만에 토레스가 경합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만들었지만 강하게 처리한 그리즈만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왔다.


가비나 코케가 가운데서 공을 잡고 있을 때 한 칸 위에 위치한 선수들의 숫자는 많았지만 같은 타이밍에 움직이지 못했다. 자연스레 위협적인 전진 패스는 잘 나오지 않았고 가끔 나오는 중거리 슈팅에 만족해야 했다.

가비 또는 코케가 공을 잡았을 때, 앞에 위치한 선수들의 동시다발적인 움직임이 부족했다.

아틀레티코는 점유율이 높은 상황에서 공격 숫자는 많았지만 공격 형태가 좋지 않았기에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이 적었고 침투 또한 적었다. 후반 24분 장면처럼 좋지 않은 공격 형태는 곧바로 좋지 않은 수비 형태로 이어졌다. 나쁜 공수 형태는 밸런스 파괴로 직결된다. 아틀레티코의 라인 사이에 발생한 틈을 레알은 효율적으로 공략했다. 후반 25분까지 레알은 수비에 밸런스를 두며 힘을 비축했다. 충분히 직선적이고 빠르게 역습을 시도 할수 있는 상황에서도 완급을 조절했다. 지단은 아틀레티코의 힘이 빠질 순간을 기다리는 듯 했다.

공격과 수비는 하나의 개념 "나쁜 공격 형태는 곧 나쁜 수비 형태로 연결된다."

# 모든 전략과 전술은 결국 결과에 의해 평가 받는다.

보통 후반 25분대부터 축구는 예민해진다. 감독들은 고민하던 교체 카드를 선택하고 전략 변화를 통해 승부수를 던진다. 그리고 성패는 던진 카드의 반응 속도가 좌우한다. 먼저 카드를 꺼낸 건 레알 마드리드였다. 후반 26분 지단 감독은 크로스와 이스코, 31분에는 벤제마와 바스케즈를 교체했다. 지단 감독은 아틀레티코의 힘이 많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듯 했다. 크로스와 모드리치의 중원 영향력은 여전히 우수했지만 지단 감독은 1-0 그 이상을 생각한 것 같다.그리고 이 교체를 통해 밸런스가 깨진 아틀레티코의 숨통을 빠르고 직선적인 역습으로 거의 끊어버릴 뻔 했다.


승부수를 던지면 빠르게 반응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선택은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레알이 기회를 놓치자 2분 후 아틀레티코가 결국 동점골을 뽑아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가비의 좋은 패스, 후안프란의 원터치 크로스, 그리고 카라스코의 용기있는 스타팅 포인트가 잘 어울린 훌륭한 팀 골이였다. 스코어 1-1, 남은 정규 시간은 10분. 이제 주도권은 아틀레티고로 넘어간 상황이였다.


# 시메오네 감독의 선택, 인내심이 과했을까?

후반 34분 동점골을 성공시킨 아틀레티코는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이 기세를 몰아 남은 10분 동안 공격을 강화하여 정규시간에 경기를 끝낼 것인지. 아니면 다시 밸런스를 정비하여 무리하지 않고 연장전에서 승부할 것인지. 시메오네 감독은 후자를 선택했다. 실제로 아틀레티코는 코케를 중심으로 후반전 남은 10분 간 인내심을 갖고 분위기를 잘 제어하며 무너진 팀 밸런스를 어느 정도 회복했다. 시메오네 감독은 체력, 분위기 모두 연장전에 갈 경우 아틀레티코가 우세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동점골을 계기로 경기의 양상은 또 한번 바뀌었다. 아틀레티코는 전반 초반처럼 다시 수비에 무게감을 두고 자신들이 잘하는 플레이를 준비했다.

연장전 돌입 후 불안요소는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 쪽이 커졌다. 크로스와 벤제마를 교체했기에 지공 상황에서 키핑과 순환이 잘 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교체 카드를 다 사용한 상황에서 베일까지 근육 경련으로 기동력이 떨어지며 세 명의 레알 공격진 중 정상 활동을 할 수 있는 선수는 바스케즈가 유일했다.

연장전을 해설하며 과연 어느 시간대에 아틀레티코가 승부수를 던질 것인지 내심 기다렸다. 하지만 아틀레티코 선수들도 너무 지쳐서 였을까? 두어차례 좋은 시기가 있었지만 시메오네 감독은 밸런스를 이동하지 않았고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로 결정되었다.


# 정신은 육체를 지배한다.

연장전 후반, 양 팀 선수들의 체력은 이미 고갈되어 있었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연스레 집중력도 떨어지는데 이 때 발생하는 개인적인 실수는 종종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하지만 양 팀 선수들은 종료 휘슬까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경기를 마무리 했다. 연장전까지 1-1 스코어는 합당했다고 생각한다. 승부차기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승패를 가르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2년 만에 같은 무대에서 양 팀의 재격돌은 또다시 레알 마드리드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지단 감독은 부임 첫 시즌에 빅이어의 주인이 되었고 레알은 통산 11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반면 시메오네 감독의 트로피 목록에는 여전히 빅이어만 없다.

한 번의 실패는 오히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시메오네의 아틀레티코는 분명 2년 전 보다 훨씬 강해졌지만 또다시 같은 상대에게 패했다.

다음 시즌 아틀레티코는 후유증을 겪을까? 아니면 더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올까?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