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MLB리포트]맷 부시의 재기와 기회의 문제

조회수 2016. 5. 27. 11: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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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의 음주운전 적발과 징역형 끝에 야구로 돌아와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원 투수로 드디어 데뷔

매튜 브라이언 부시는 1986년 2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났습니다.

‘맷(Matt)’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그는 만 18세이던 2004년 MLB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전체 1번으로 뽑은, 그러니까 또래 선수들 중에 미국 최고의 유망주였습니다. 그러나 부시는 5년간 더블A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음주 관련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고 2009년 토론토로 트레이드됐다가 방출됐습니다. 2010년 탬파베이가 다시 기회를 주려고 마이너 계약을 했지만 2012년 음주 운전 문제를 또 일으키며 다시 방출됐습니다.


음주 뺑소니로 징역을 살면서 인터뷰를 하던 맷 부시 <FOX TV캡처> 

심한 음주 정도가 아니라 어려서부터 미성년 음주, 고성방가, 음주 폭행, 음주 운전, 무면허 음주 운전 등의 수많은 문제를 반복해 일으키던 부시는 2012년 2월에는 모터사이클을 탄 노인을 차로 치는 큰 사고를 냈습니다. 당시도 음주 상태였음은 물론이고 피해자를 버려둔 채 사고 현장을 떠나 뺑소니 혐의도 쓴 부시는 사고 지점에서 5km 쯤 떨어진 곳에서 체포됐습니다. 음주검사 결과 0.18로 플로리다 주 음주운전 체포기준을 두 배 이상 넘는 만취상태였습니다.

마이너 생활 10년간 세 번째 음주 운전으로 적발된 부시는 뺑소니 등 각종 추가된 혐의로 51개월 징역형을 받고 수감됐습니다. 당연히 탬파베이는 맷 부시를 방출했을 뿐 아니라 영구히 팀으로 돌아올 수 없다고 결정했습니다. 부시는 39개월간 징역을 살고 가석방됐습니다.


1965년 MLB 드래프트가 시작된 이래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뽑히고도 빅리그에서 한 번도 뛰지 못한 선수는 딱 두 명이 있었습니다. 1966년의 스티브 칠콧과 1991년의 브라이언 테일러가 불운의 대명사들인데 MLB 관계자들은 대부분 맷 부시가 세 번째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말 어느새 만 서른을 앞두고 전과자의 신분으로 세상으로 돌아온 그에게 야구로 다시 기회가 주어집니다. 정말 마지막이 될 이 기회를 준 팀은 텍사스 레인저스였습니다. 2015년 12월19일(이하 한국시간) 레인저스는 부시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다시 한번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된 맷 부시 <Texas rangers 홈페이지>

파드리스가 전체 1번으로 부시를 선택했을 때 그는 유격수였습니다. 그러나 2007년 투수로 전향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시범 경기 두 번째 출전에서 부시는 시속 100마일, 161km를 찍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강속구는 타자의 무릎 높이로 낮게 깔려 들어갔고 폭포수 커브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과시했습니다. 올 시즌 시작은 더블A에서 했지만 10여년을 온갖 사건, 사고로 날려버린 이 선수에게 어쩌면 빅리그의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사고를 치면 무조건 계약 종료’라는 조건을 달고 계약서에 서명을 했지만 그래도 ‘기회’라는 것이 그에게 주어졌습니다.


물론, 또 다른 기회는 절대 그냥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냥 주어져서도 안 됩니다. 그는 39개월 징역을 살고 출소했소, 이제는 운전을 할 수 없습니다. 캠프 동안 부시는 아침저녁으로 숙소와 훈련장을 걸어서 출퇴근했습니다. 샌디에이고의 집에서 피닉스의 캠프장으로 이동할 때는 아버지 대니 부시가 직접 운전을 해서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고 캠프 기간 내내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했습니다. 1주일에 몇 차례씩 알코올중독자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하는고, 아버지가 아들을 교육장에 데려다주고 기다렸다가 데려오곤 했습니다. 총 12단계로 이루어진 이 프로그램 이수는 가석방의 필수 조건 중 하나입니다.

캠프 당시 댈러스 모닝 뉴스와 인터뷰에서 부시는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 일상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걸어서 훈련장을 오가면서 느끼는 자유는 엄청나다. 나의 과거는 온통 실수와 잘못으로 얼룩져 있다. 나는 알코올중독자였고 술을 마시면 자신을 전혀 컨트롤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내가 처한 현실을 잘 인식하고 있고, 어렸을 때 저지른 악행들에서 벗어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2004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 맷 부시보다 늦게 선택된 선수들의 면모를 보면 그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컸었는지, 그리고 그가 얼마나 허망하게 많은 세월을 날려버렸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샌디에이고는 저스틴 벌랜더를 제치고 부시를 뽑았습니다. 덕분에 디트로이트는 에이스를 얻었습니다. 제러드 위버, 클렌 퍼킨스, 휴스턴 스트릿, 닐 워커, 빌리 버틀러 등 수많은 올스타를 배출한 2004년 동기들입니다. 헌터 펜스, 더스틴 페드로야, 요바니 가야도, 벤 조브리스트 등은 당시 1라운드에 뽑히지도 못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도 이런 전력을 지닌 자에게 또 기회를 주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논란은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며 재기를 노리는 이에게 주어지는 한 번의 기회는 참 많은 것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팬들도 ‘컴백 스토리’를 좋아하지만, 그가 진정성을 가지고 재기를 이뤄낸다면 범죄자가 아닌 사회적인 귀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롤 모델’은 반드시 모범생만 해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망나니가 모범생으로 변신했을 때의 효과는 더 클 수도 있습니다.

진정성과 반성과 노력, 그리고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과거의 악행 등이 모여서 이루어질 수 있는 그런 인물이 되려면 ‘마지막 기회’가 우선 조건입니다. 부시의 음주 운전 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 했던 그 노인은 한 TV 인터뷰에서 ‘그가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무언가 긍정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당초 500만 달러 피해 보상 소송을 냈다가 20만 달러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음주, 도박, 금지약물 등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혹은 그 어떤 나라에서든 스포츠계의 큰 문젯거리입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무리 투수이자 대표적인 롤 모델인 마리아노 리베라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내가 최근 야구 역사에서 한 가지를 지울 수 있다면 그것은 경기력 강화약물이다. (중략)길게 말할 것도 없이 금지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속임수‘다. 야구의 진실성과 정통성을 빼앗는 일이다. 적발되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중략)그리고 만약 금지약물을 사용한 이가 내 팀 동료라면 그를 너그러이 대하지도, 약물 문제를 못 본척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를 버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속임수를 쓰고 나쁜 판단을 내렸다고 믿지만 내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독실한 신앙인인 마리아노는 덧붙여 ‘너희가 심판받지 않으려면 심판하지 말라. 너희가 심판하는 그 심판으로 심판을 받을 것이며, 너희가 저울질하는 그 저울로 너희가 저울질 당할 것이다. 어째서 너는 네 형제의 눈에 있는 작은 티를 보면서, 네 눈에 있는 대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성서의 구절을 인용했습니다.


스포츠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지탄을 받아 마땅한 행위나 나쁜 결정을 저지른 선수에 대한 전제 조건은 강력한 징계입니다. 그런 잘못된 판단을 하고 나쁜 일을 저지른 선수는 강력한 징계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고 징계를 마친 후에도 진정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해야 합니다. 그러나 조직적인, 사회적인 잘못의 댓가를 치르고, 만약 용서받아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그 때는 기다려주는 참을성과 너그러운 시선도 필요합니다. 그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대가는 그들이 평생 지고가야할 책임이지만,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 자에 잣대와 시선도 일관성이 있고 때론 부드러울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그 선수가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한 말입니다. 잘못을 저지른 이에 대한 새로운 기회 부여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는 잣대가 공정하지 못하고, 시선도 너무 냉혹할 때가 있습니다. 


맷 부시는 지난 5월14일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0-5로 뒤지던 토론토전에 5번째 마지막 텍사스 구원 투수로 등판해 1이닝 삼진 1개의 완벽투를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다시 구원 등판, 1⅓이닝을 역시 삼진 하나 곁들이며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 투수가 됐습니다. 27일 현재 부시는 7경기에 구원 등판,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1.17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Wikipedia, Dallas Morning News, SD Tribune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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