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딸딸이 아빠' KIA 필, 장타가 필요해

조회수 2016. 5. 27. 10:45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3년차 외국인타자 KIA 필,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안정감을 넘어서는 놀라움

KBO 리그의 타고투저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 2016시즌 개막 전만 해도 10개 구단이 통일된 공인구를 사용하게 되고 박병호, 김현수 등 강타자들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타고투저 흐름이 한풀 꺽일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그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고 타자들의 리그 지배력은 여전하다.타고투저의 흐름에 일조하는 요소 중 하나는 외국인 타자들의 맹활약이다.

KBO가 공식 시상하는 타자 8개 부문 중 도루와 최다 안타를 제외한 나머지 6개 부문 5위 이내에 상위팀 외국인 타자의 이름이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타자의 활약상이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사상 최장수 외국인 타자인 브렛 필 (사진: KIA 타이거즈)

올시즌 좀체 5할 승률을 넘어서지 못하며 중위권 다툼에서 고전하고 있는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타자는 KBO리그 3년차를 보내고 있는 브렛 필이다.

필은 2014시즌 배영수(당시 삼성)의 사구에 손목골절상을 당하며 92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AVG.309, 19홈런, 66타점, OPS .893 이라는 무난한 성적과 성실성을 인정받아 재계약에 성공했다.

전경기에 가깝게 출장(143경기)한 지난 시즌에는 0.325의 타율 22홈런 101타점, OPS .890의 성적표로  언뜻 보기에는 첫 시즌보다 여러 부문에서 향상된 기록을 남겼다.

1999시즌 샌더스(40홈런/OPS 0.983), 2001시즌 산토스(26홈런/107타점/OPS 0.875) 정도를 제외하면 외국인 타자를 통해 그닥 재미를 보지 못한 구단 입장에서 봤을 때 인성마저 뛰어나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필이라는 존재는 오랜만에 경험하는 달콤한 성공 사례였을 것이다.

NC 테임즈 처럼 리그를 지배할 수 있는 유형은 아니지만 매 시즌 무난한 성적을 기대할 수 있고 팀에 완벽히 녹아든 외국인 타자 필이 주는 안정감에 만족한 KIA 구단은 90만불이라는 적지 않은 연봉을 안기며 3시즌째 동행을 선택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 성적은 어떨까?

필의 KBO리그 연도별 주요기록 / 기록출처: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

필은 5월 26일 현재 AVG .331(12위)  5홈런 22타점(39위)을 기록 중이다. 타율만 보면 예년에 비해  좋아졌지만 여러 기록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난 2시즌에 비해 진일보한 점은 찾기 어렵다.

KBO 리그에서 외국인 타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미덕은 장타력이다. 대부분의 구단이 한방으로 경기 흐름을 바꿔줄 장타력을 기대하며 고심 끝에 선수를 영입한다 .

올시즌 필이 기록한 홈런 5개(리그 31위)는 리그 외국인 타자 10인 중 8위에 해당한다.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 중 필보다 적게 홈런을 친 선수는 부진과 부상으로 2군에 다녀온 SK 고메즈(4개)와 현재 2군에서 조정 중인  삼성 발디리스(1개)뿐이다. 

KIA의 홈구장인 광주 KIA 챔피언스 필드가 상대적으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라는 점과 올시즌을 앞두고  벌크업을 하며 장타력 상승을 꾀한것 치곤 필의 올시즌 홈런 페이스는 분명 기대 이하다. 

OPS를 포함 세부지표를 살펴봐도 올시즌 역시 0.9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0.893, 2015년 0.889 에 비해 저조했던 필의 OPS는 26일 삼성전에서 간만에 터진 홈런포에 힘입어 0.884(규정타석 기준 리그18위)를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510으로 17위)

필의 지난 3시즌간 세부지표 /기록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필은 올 시즌 11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24개의 삼진을 당했다. 지난 3시즌간 볼넷/삼진 비율이나 농담인듯  진담처럼 들리는 '노-스트라이크 필 공략법'이 말해주듯 그의 선구 능력은 리그 하위권이다.   

지난 2시즌에 비해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가 0.369로 3푼 이상 높은 것을 감안했을 때 매 시즌 비슷한 비율 지표를 남기는 필의 성향상  BABIP가 고유치로 돌아갈 경우 현재 0.331인 타율 역시 다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난 시즌 득점권에서 강렬한 인상(OPS 0.916)을 자주 남겼던 것에 비해 올시즌 보여주고 있는 득점권에서의 생산력은  아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시피 리그 최하위권(OPS 0.732, 규정타석 기준 59명 중 51위)다.

 필의 지난 3시즌간 득점권 성적 /기록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지난 시즌 그가 연출한 기적적인 순간들이 뇌리에 각인된 팀과 팬의 입장에선 올시즌 득점권에서 허무하게 물러나는 그의 모습에 괴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마찬가지로 리그 정상권(5.91, 4위)이던 승리확률기여도(WPA) 역시 올시즌엔 0.54로 40위에 그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이나 승리확률 기여도는 일정 표본 이상이 쌓이게 되면 해당 선수의 평균치로 회귀할 확률이 높은 지표다.)

광주에서 두 딸을 모두 얻은 필. 차녀의 이름은 랠린(Raelyn)이다. 사진: KIA 타이거즈 

필은 야구와 가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선수로 정평이 나있다. 개막 이후 현재까지 흐름은 기대에 비해 못미치긴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시즌이 끝나갈 쯤이면 0.9에 가까운 OPS와 20개 전후의 홈런을 쳐줄 것이다.

계산이 서는 안정적인 성적, 팀과 연고지인 광주에 보여주는 그의 애정, 외국인 타자 교체 시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를 감안했을 때 그는 여전히 가치있는 외국인타자다.

지난 5월 25일 학수고대하던 둘째딸도 태어났으니 앞으로는 좀더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공산이 크다. (필은 득녀 이후 나선 26일 삼성전에서 KBO리그 데뷔전을 치루는 레온을 상대로 2점 홈런을 뽑아내며  그의 말처럼 '베이비 파워'를 과시했다.)

그의 소속팀 KIA는 지난해에 이어 가을잔치 티켓을 다투는 치열한 싸움을 치르고 있는 상태다. 필이 프로 경력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남긴 기록을 감안했을 때 NC 테임즈나 지난해 나바로 처럼 리그를 압도하는 활약을 기대하는 것은 이룰 수 없는 바람이다. 

하지만 외국인 타자 중 3위에 해당하는 필의 연봉(90만불)과 1루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했을 때,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다투는 다른 팀들의 외인 타자에 뒤지지 않는 생산성과 장타력(OPS 0.9 이상과 30개 전후의 홈런)을 보여주는 것이 필이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임무다.

KIA 구단과 벤치 역시 필이 주는 안정감과 그의 훌륭한 인성에만 만족할 것이 아니라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팀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필이 달성해야 하는 기준치가 어디까지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지난해 이후 KIA 타이거즈 팬덤 내에서 지속되고 있는 '필송논쟁'을  깔끔하게 종식시키고 KIA 구단과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가기 위해  필이 올시즌 남은 기간 보여줘야 하는 것은, 계산 가능한 안정감이 아니라 그 계산을  뛰어넘는 놀라움과 강렬함이다. 

[기록 출처: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이용선 필진/ 공동 작업 및 감수: 케이비리포트 편집팀 (kbr@kbreport.com)


* 프로야구 실시간 소식은 [2016 아구야구]앱과 함께!


기사제공: 프로야구 통계미디어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 [페이스북]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