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축구연구소] 안익수호, 수원 JS컵은 물실호기, 괄구마광으로 이어가야

조회수 2016. 5. 23. 19:40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안익수호 JS컵 우승,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U-20 월드컵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2016 수원 JS컵 U-19 청소년 국제 축구대회(이하 JS컵)는 ‘우승후보’ 국가들을 상대로 전력을 점검하고 결점을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비록 한국의 상대는 최정예 멤버가 아니었지만, 축구강국들 사이서 우승을 거머쥔 데에는 의의가 있다. 체력문제가 발목을 잡았음에도 수비 안정화에 성공하며 브라질-프랑스-일본과의 3연전서 단 1실점만을 내주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안익수 감독은 강팀들을 상대로 한 대회 우승에도 만족스럽지 않은 모양이다. 대회를 마친 소감을 묻는 말에 “수비적인 부분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방향은 찾은 것 같다”고 밝혔다. 체력문제를 드러냈던 한국이 그것도 ‘숙적’ 일본을 꺾고 대회 우승과 수비 안정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음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이번 대회가 갖는 의미를 잊지 않았다.

“이번 대회가 중요했던 이유는 시간을 갖고 내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향성의 옳고 그름을 확인할 수 있었고 확신했다.” - 안익수 감독

맞다. JS컵은 결과보다 팀의 방향을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경기에서 이기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기더라도 어떻게, 지더라도 어떻게’가 중요하다.

우리는 축구팀을 두고 흔히 감독의 이름을 딴 ‘OOO호’라고 부른다. 이는 선장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배가 아무리 거친 파도를 빠르게 타고 넘어가더라도 정확한 목표에 도달하려면 잠시 멈춰 배의 상태도 점검해야 하고 나침판으로 방향을 확인해야만 한다. 축구도 그렇다. 우리가 이번 대회를 통해 물실호기(勿失好機 - 결코 잃을 수 없는 절호의 기회 또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음)하고 괄구마광(刮垢磨光)해야 하는 이유다.

괄구마광이란, 때를 벗기고 광(빛)을 낸다는 뜻으로 결점을 고치고 장점을 발휘하게 한다는 말이다.

안익수호가 때 빼고 광내야 할 결점은 무엇?

U-19 대표팀이 광내야 할 결점은 무엇인가. 우선 수비다. 안 감독은 앞서 말한대로 “수비 방향은 찾았지만, 수비적인 부분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했다. 겉으론 견고한 수비조직을 갖춘 듯 보여도 발전해나가야 할 장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좌 - 공격 형태 4-3-3, 우 - 수비 형태 4-4-2 

이날 한국은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수비 형태는 4-4-2였다. 흔히 4-3-3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팀은 좌우 윙어가 아래로 내려간 4-1-4-1 포메이션으로 수비형태를 갖춘다. 수비전환이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익수호는 왼쪽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한찬희가 전진해 최전방 공격수 원두재와 함께 투톱을 맡고 그의 빈자리로 수비형 미드필더 박한빈이 올라가 4-4-2 형태를 구축했다. 한찬희의 공격능력을 기대해볼 만한 기용이었다.

한국은 전반전 깊은 수비를 펼쳤다. 수비진을 낮게 유지하고 중원과 수비진영서 상대를 압박했다. 공간을 촘촘하게 차단하고 수비수들의 유기적인 커버와 밸런스를 잘 유지했다. 특히 박한빈과 김건웅이 수비진 사이로 내려가 간혹 4백 또는 5백을 만드는 움직임은 이러한 깊은 수비의 장점을 배가시키는 좋은 예였다.

그러나 깊은 수비는 팀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지 못하고 공격수가 1차 압박을 가하기 모호한 위치일 때, 전방압박을 하다 되려 공간을 노출하고 패스를 허용했다.

위 영상은 한국 대표팀이 이러한 상황서 수비문제를 노출한 장면이다. 일단 빠르게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수비 위치로 돌아가지 않은 미드필더의 잘못이 눈에 띈다. 그다음엔 오른쪽 중앙수비수 이상민의 섣부른 판단이 상대 슈팅으로 이어졌다. 이상민은 자리를 지키고 오프사이드 트랩을 유지해야 할 순간에 뒷걸음질 쳤다. 그로 인해 일본의 15번 도안 리츠와 18번 엔도 케이타는 별다른 수비방해를 받지 않은 채 상대 위험지역으로 공을 가져갔다.

두 번째 장면서도 미드필더진은 미리 더 내려갔어야 한다. 오른쪽 미드필더가 상대 왼쪽 풀백을 압박한 이후 형태는 아래 그림처럼 이루어졌어야 한다. 동시에 공격수도 내려와 상대 중앙 미드필더10번과 17번을 견제했어야 했다. 아니면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의 간격이 이미 촘촘했어야 했다.

박한빈과 김시우는 아래로 내려와 밸런스와 컨트롤을 잡았어야 했다.

한국 수비진은 11번 카키타 유키의 움직임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카키타 유키는 수비진 뒤에 머무르며 수비수의 시야에서 벗어나 움직였다. 이상민은 자신의 뒤에 있는 선수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고 잘못된 예측플레이로 공격수를 놓치며 제때 압박하지 못했다. 결국, 일본은 도안 리츠를 통해 오른쪽으로 공격을 전환할 수 있었다. 2번 야나기 타카히로의 마무리 패스가 부정확하긴 했지만, 도안 리츠는 또다시 수비 앞 위험 공간을 확보했다. 이는 분명 한국이 무실점을 기록하고도 만족스럽지 못한 수비적인 부분이었다.

공격에서의 세밀함 또한 갖춰야

더욱이 깊은 수비는 경기 주도권을 잡기 어렵고 공격작업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공을 얻었을 때 공격전개 방법이 더 세밀해져야 한다”는 안 감독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현대축구서 경기의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에는 총 4가지가 있다.

첫째, 볼을 확보한 순간 어떻게 공격으로 나가는지 중요하다.둘째, 빠른 전진패스의 중요성이 커졌다. 셋째, 상대가 수비조직을 정비하기 전에 공격해야 한다. 넷째, 역습에 대한 수비의 중요성이다.

하나같이 빠르게 공격전개를 펼치고 공격소유권을 잃는 즉시 역으로 상대의 빠른 공격전개를 막아내야 한다는 ‘경기 속도’에 관한 것이다. 안익수 감독이 말하는 공을 얻었을 때 세밀한 공격전개의 필요성도 이를 강조하는 말일 것이다.

이번 대회서 한국의 공격은 세밀하지 못했다. 지공 시 미드필더가 빠르게 공을 받아주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의 부재로 미드필더 플레이가 나오지 못하고 전방을 향한 롱볼로 공격을 전개해야 했다. 속공과 역습 시에는 느린 공격전환과 적은 공격가담 숫자, 공간을 찾는 움직임의 아쉬움, 섣부른 패스전개라는 문제점을 보였다.

공격과정을 살펴보면, 중앙 미드필더 18번 한찬희와 12번 이승모는 거의 전방에만 머물렀다. 24번 박한빈은 수비수 사이로 내려가 측면 자원을 전진시키고 수비수의 공을 받아주려는 움직임이 아쉬웠다. 그로 인해 한국의 미드필더 삼각형은 간격이  먼 삼각형(Big Triangle)이었다.  한국이 조금 더 미드필드 플레이를 하기 위해선, 중앙 미드필더들이 내려와 공격을 만들어 가려는 유기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했다.

가뜩이나 한국은 공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공이 오기 전과 터치하는 순간의 바디 쉐이프(몸의 방향)를 취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공을 빼앗은 직후 날카로운 역습을 이어가지 못하고 허무하게 기회를 날리거나 재차 상대에게 공을 빼앗기는 경우가 자주 나타났다.

속공서 한 번 더 거쳐 갔어야 하는 부분에서도 선수들이 성급하게 공을 처리한다는 인상을 준 이유 또한 이런 사소한 차이가 패스 타이밍을 늦추고 패스거리를 길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생각했을 때 득점 장면은 앞으로 한국이 펼쳐나가야 할 세밀한 공격전개의 정석을 보여줬다.

(임민혁이 상대 수비수의 공을 빼앗아 빠르게 시야를 확보한 박한빈에게 연결했고 순간적으로 골문을 향해 침투하는 공격수들의 움직임과 조영욱의 마무리 모두 좋았다.)

“공격은 팬을 부르고 수비는 우승을 부른다”고 했다. 안익수호는 탄탄한 수비력으로 대회 우승을 거두며 스포츠 격언을 입증했다. 하지만 팬들에게는 그동안 지루한 수비축구라는 평을 받아왔다. 공격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공격은 팬을 부른다고 했다. 안익수호가 1년 남짓한 U-20 월드컵을 앞두고서 빠르고 세밀한 공격전개까지 갖춰나간다면, 팬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을 정말 매력적인 팀이 될 것이다. 안익수호의 U-20 월드컵 신화를 기대해본다.

 

분석= 전주대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