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읽어 주는 남자] 이둘희 "부도 수표 권아솔과 싸울 일 없다"

조회수 2016. 5. 19. 15: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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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해진 SNS 마케팅, 도발 수위는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까?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권아솔이 지난 1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로드FC 31 코메인이벤트에서 구와바리 기요시에게 18초 만에 TKO패하자 이둘희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글을 썼다. "페이스북 스타님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저에게 연락이 폭주합니다. 왜 제가 축하를 받고 있는지…훗." 그리고 잠시 후 "오늘 저희 카페에서 남은 시간 모든 음료를 무료로 증정합니다. 광주 동구 황금동 84번지 커피 볶는 집입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광주에 사는 여러 팬들이 이둘희가 운영하는 카페를 찾아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이둘희는 원래 권아솔과 무제한급으로 싸울 예정이었으나 무릎 인대가 파열돼 출전을 포기했다. 로드FC에 따르면, 이둘희는 지난달 29일 오후 훈련하다가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 하루 뒤인 30일 로드FC 측에 부상 소식을 알렸다. 로드FC는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이둘희에게 정밀 검사를 요구했다. 조선대학교 병원 검사 결과, 이둘희는 우 슬관절 염좌·우 슬관절 골좌상·우 슬관절 만성 전방십자인대 파열·우슬관절 내측 반월상 연골판 후각 파열 및 낭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경기 4일 전, 이둘희 대신 일본의 구와바라가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권아솔은 이둘희가 부상을 핑계로 도망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0일 서울 청담동 압구정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다 이둘희의 자작극이다. 이둘희는 사기꾼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격투기에서 암적인 존재"라며 "선수 100명 가운데 90명은 지금 가도 병원에서 전치 4주 진단을 받는다. 다 참고 경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더니 사진 한 장을 꺼내 기자들에게 보여 줬다. "지인이 이둘희가 다친 다음 날 그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다. 십자인대를 다치면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다"고 계속 의심했다.

권아솔의 경기를 지켜본 이둘희이 마음은 어땠을까?

이둘희는 지난 16일 "객관적으로 권아솔의 실력은 좋다. 구와바라에게 이길 줄 알았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 주변에선 내게 부상을 안고 뛰어도 될 법했다고 말하더라.(웃음) 권아솔이 충분히 준비한 상태에서 나와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이라면 상위 체급 도전은 조금 힘들지 않나 싶다. 본인의 체급에서 타이틀 방어를 이어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아솔은 비록 18초 만에 졌지만 기가 꺾이진 않았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후두부를 맞아 아무런 기억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고, 대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분이 좋다. 경기 내용이 생각 안 나기 때문이다. (최홍만을 향한 도발에 대해) 어차피 생각이 안 나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겠다. 2013년 나카무라 고지에게 졌을 때와 비슷하다. 최홍만은 도망자다. 그를 계속 노리겠다. 최홍만은 다리 하나 뗄 때 3초 걸린다. 뛰어도 2초다. 난 1초에 세 발은 움직인다. 그는 날 한 대도 때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둘희와 경기를 재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관심 없다"고 잘랐다.

이둘희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부도 수표는 취급하지 않는다. 실력이 드러난 권아솔과 싸울 마음이 없다. 내 부상 때문에 경기가 취소됐으니 그에 대한 책임감은 가지고 있다. 팬들, 대회사, 권아솔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래서 권아솔이 요구한다면 몸이 나아지는 대로 바로 붙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먼저 권아솔에게 경기하자고 말하진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둘희는 18일 수술대에 올랐다. 현재 병원에서 회복하고 있다. 그는 "내 체급 선수들인 최영과 윤동식의 경기를 더 유심히 봤다. 최영이 챔피언 차정환과 싸울 것으로 예상한다. 미들급이 재미있어진다. 병원에선 넉넉하게 1년 동안 쉬어야 한다고 하지만, 얼른 나아서 이 판에 뛰어들고 싶다. 부상 관리를 못해 많은 분들에게 죄송하다. 큰 교훈으로 여기고 곧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이둘희는 잦은 부상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2013년 6월 로드FC 12 가와무라 료와 경기에서 입증한 수준 높은 타격 실력을 다시 보여 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권아솔과 이둘희의 경기는 무산됐다. 그러나 지난 2~3개월 동안 계속된 이들의 신경전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번 대회부터 권아솔, 이윤준 등 로드FC 챔피언들은 SNS인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상대를 도발하고, 상대의 도발에 맞서 왔다. 최홍만, 이둘희, 아오르꺼러를 한꺼번에 공격하던 권아솔은 자신의 계정을 '팔로'하면 1만 원을 보내 주는 이벤트를 여는 등 제대로 마음 먹고 SNS를 자신과 팬들을 연결하는 통로로 만들었다. 도발에는 재능이 없는 이윤준도 조지 루프와 욕까지 섞어 가며 페이스북에서 말싸움했다.

권아솔이 최홍만을 도발하자 미들급 파이터 김내철이, 이둘희가 부상으로 빠지자 미들급 파이터 박정교가 페이스북에서 권아솔과 싸우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뷰실 콜로사도 권아솔과 타이틀전을 갖고 싶다고 했다. 이번만큼 SNS가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

UFC도 파이터들의 SNS 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프로모션 차원에서다. 미국에서는 페이스북보다 SNS나 인스타그램 활동이 활발하다. 싸우고 싶은 상대를 지목하고 악감정을 가진 라이벌에게 스스럼없이 독설한다. 로드FC 파이터들의 페이스북 활용은 대회를 알리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권아솔이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게 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SNS을 활용해 팬들과 기자들의 눈을 끌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수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권아솔의 SNS 도발을 UFC 코너 맥그리거가 하는 것처럼 흥미 있는 프로모션용 발언이라고 보는 팬들도 있고, 도를 넘은 천둥벌거숭이의 광대짓이라고 보는 팬들도 있다.

종합격투기 파이터들은 훈련을 해야 하고, 살을 빼야 하고,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 여기서 하나의 의무가 더 있다면 자신을 알리고 대회를 홍보하는 일이다. 요새는 경기만 열심히 뛰는 파이터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다. 떠벌려 줘야 한다.

전 UFC 헤비급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즈도 처음엔 훈련하고 싸우는 것이 좋아 종합격투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유명해지면서 인터뷰가 늘어나 짜증이 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정상급 파이터가 되고 이 바닥 비즈니스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대회 홍보 행사에 나서는 것이 프로 파이터의 의무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스티페 미오치치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지난 1월 안드레이 알롭스키를 이기고 옥타곤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로렌조 퍼티타 회장과 데이나 화이트 대표에게 미친 사람처럼 "내게 타이틀 도전권을 달라"라고 소리쳤다. 카메라를 보고서도 악을 썼다. 이것이 화이트 대표의 마음을 움직였다. "저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도전권을 주지 않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지난 15일 파브리시우 베우둠을 꺾고 새로운 챔피언에 오른 미오치치의 신의 한 수였다.

우리나라 종합격투기에서도 자기 홍보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권아솔이 스타트를 끊었고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 수위는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서도 동업자 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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