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구라다] 저기요, K본부 야구중계 PD님..

조회수 2016. 5. 18. 10: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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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미안하다. 잔소리 하는 것도 그런데, 누구랑 비교하면서까지…. 아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훨씬 더 불편할 지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그래야 말발이 풀리고, 알아듣기 쉬운 걸. 엄마 친구 아들이 괜히 유명해졌을 리 없지 않은가.

일주일의 시작이 월요일이라고? 천만에. 세상 필요 없는 날이 그 날이다. 길기는 왜 그리 긴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의욕도, 활력도…. 아마 월요병이란 말도 그래서 생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정도는 돼야 야구 홀릭 3기쯤 쳐준다. 중독되기 쉬운 걸로 치면 알코올, 도박, 약물, SNS, TV드라마 못지 않다.

이런 환자들은 화요일 점심 때가 지나서야 비로소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매치업, 상대 전적, 선발 투수. 모조리 검색하며 떨리는 손을 진정시킨다.

드디어 6시 반, 플레이볼~. 목을 빼고 기다린 탓인지 ‘화요 스페셜’은 유난히 쫄깃거린다. 특히 어제(17일)는 2게임이 막판까지 한 점 승부로 피를 말렸다. 잠실과 포항의 밤 10시를 뜨겁게 달군 그 경기. 이긴팬은 짜릿함에, 패한 쪽은 허탈함에 불면의 시간을 보냈으리라.

두 게임은 모두 막판 돌발적인 상황으로 순식간에 종료됐다. 백미 중의 백미로 꼽힐 장면들이었다. 하지만 가장 극적인 순간, 중계하던 양쪽 TV 방송사의 전달 방식은 너무나 달랐다. 오늘 <…구라다>는 ‘시청자 게시판’ 쯤으로 여기시라.

연이어 4번의 느린 화면 재생

잠실의 9회 초가 시작될 무렵. 홈 팀의 2점 우위(4-2)에 의심을 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꿋꿋한 마무리 이현승이 때문이다.

그런데 1사 후. 김주찬이 2루타로 나갔다. 그리고 대타 황대인의 또다른 2루타로 분위기는 돌변했다. 4-3에 계속된 1사 2루. 이어지는 원정 팀 타순은 브렛 필-나지완-이범호다. 2루 주자는 발 빠른 노수광으로 바뀐다.

하지만 달아오르던 3루쪽 원정 응원석은 한순간에 싸늘해졌다. 포수 양의지가 영리한 픽 오프(pick off)로 2루 주자를 잡아냈기 때문이다. 곧바로 다음 공에 브렛 필마저 삼진 아웃. 경기는 순식간에 끝나 버렸다.

이 경기를 중계방송하던 SBS Sports의 다채롭지만 안정감 있는 마무리 솜씨는 이때부터 발휘된다. 양쪽 덕아웃 표정, 그리고 노수광과 양의지를 연달아 클로즈업 한다.

그리고 (당사자에게는 잔인할 지 모르지만) 2루 견제사 장면을 2번, 3번, 4번까지 연달아 느린 화면으로 재생시킨다. 물론 각기 다른 다양한 앵글이다. 그만큼 승부에 결정적인 대목이었다. 해설자는 대주자가 어떤 심리상태로 저렇게 당했는 지에 대한 추가 설명도 곁들인다.

캐스터의 엔딩 멘트가 나가면서 기뻐하는 홈 팀 응원석, 이어서 허탈하게 웃고 마는 원정 팀 팬이 클로즈업 된다. 마지막 아웃 카운트부터 약 2~3분 간이다. 시청자가 충분히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여유였다. 또 어리둥절함을 해결하고, 여운과 감정을 잘 정리할 수 있는 애프터 서비스였다.


중계는 끝났는데, 여전히 어리둥절?

잠실 경기가 마무리 될무렵. 포항은 여전히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줄다리기였다. 4-4 동점에 연장 돌입.

하지만 10회 말 1사후, 그곳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승엽이 우전 안타로 승부의 문을 열었다. 이어 박해민의 ‘번트반-스윙반’ 내야안타. 조동찬의 사구가 연달아 나오며 1사 만루의 끝내기 찬스가 됐다.

마지막 타자 이지영이 풀카운트에서 6구째 몸쪽 슬라이더에 헛스윙으로 아웃되는 순간, 포수가 공을 뒤로 빠트렸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통행료 없이 전설로를 따라 홈을 밟았다. 끝내기 득점.

너무나 돌발적이고, 황당한 순간이었다. 무엇보다 여러가지 궁금증으로 물음표가 100개 쯤 생기는 대목이었다.

① 혹시 배트에 스친 것 (파울) 아냐? 그럼 3루 주자는 원위치인데.

② 한화 벤치가 비디오 판독 요구하는 것 아닌가?

③ 조인성은 정우람 공도 놓쳐 동점 주더니(기록상은 폭투), 박정진 공도 놓치네. 뭔가 계속 사인이 안 맞는 눈치던데.

④ 조인성은 왜 놓치고도 빨리 뛰어가질 않았지? 룰을 착각한 건가?

⑤ 물병 들고 뛰어나간 구자욱은 과연 누구한테 뿌려야 하지? 이지영? 이승엽? 조인성?

⑥ 아빠가 파울볼 주워준 아이는 무사히 공을 들고 갔을까?

‘기승전결’이냐 ‘기승전겨’냐

포항 경기를 중계한 KBS N Sports는 사실 4시간 가까운 러닝 타임 동안 깨알 같은 재미와 친절을 화면 속에 담았다. ▶ 정근우의 견제사 때 보크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 ▶ 권혁의 보크 선언이 왜 번복됐는 지에 대한 상세한 취재와 설명 ▶ 그리고 아빠가 가져다준 파울볼을 시원하게 투척한 꼬마 팬의 활약상까지.

하지만 정작 가장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던 마지막 대목에는 그런 친절함이 어디론가 실종되고 말았다. 네티즌들이 ‘사상 첫 끝내기 삼진’으로 부르는 그 희귀하고 간단치 않은 상황에 대한 부연 설명은 기대할 수 없었다.

홈 팀 나인들이 몰려나와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잠시. 허둥지둥 캐스터의 클로징 멘트가 나왔다. 그 흔한 느린 화면(슬로 비디오) 재생은 고사하고, 상황에 대한 추가 설명도 없었다. 그라운드의 표정과 덕아웃, 관중석의 분위기조차 전달되지 못했다.

끝내기 상황에서 불과 10초 남짓 비췄을 뿐이다. 어느 틈에 중견수에 뒤편 카메라가 멀리 그라운드를 줌 아웃하면서 방송은 쫓기듯 서둘러 종료됐다


물론 방송사 나름의 사정은 있었으리라. 하지만 야구 중계는 3~4시간짜리 긴 드라마와 같다. 전체적인 줄거리와 맥락이 승패라는 하나의 구성으로 짜여져야 한다.

특히 어제같은 경기는 끝내기 아니었나. 기껏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어오다가 결정적인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뭉턱 잘라버리면 극의 완성도는 추락하기 마련이다.

기껏해야 1~2분이면 충분했다. 그 정도면 깔끔한 기승전결이 구성됐다. 하지만 마지막 소통은 옛날 방식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정규방송 관계로…’ 하면서 스크롤을 올려버리던 그 시절 말이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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