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사진으로 돌아보는 '수원더비' 역사의 첫 장
K리그에서도 언젠간 볼 수 있을거라 꿈꿨던 그날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5월14일 수원시를 연고로 하는 두 팀 수원FC와 수원삼성이 K리그 클래식 최초로 더비전을 가졌다. 그림을 위한 짜맞추기식 더비가 아닌, 이번에는 진짜다.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뜨거웠던 역사의 순간을 사진으로 돌아본다.
#장외_경기전 이미 축제는 시작됐다
경기 당일 오후 3시. 수원종합운동장은 마치 빅버드를 옮겨놓은듯 수원삼성 서포터스의 발길로 파란 물결이 일렁였다. 경기가 시작되려면 2시간이나 남았지만 빅매치 유경험자 답게 혼잡할 것을 대비해 일찌감치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입구에서는 가방검사를 실시하고, 캔과 병뚜껑을 수거했다. 입장부터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다행히 큰 마찰은 없었다. 빅매치라면 이 정도쯤 감수해야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수원삼성 팬들이었다.
반면 같은 시각 홈팀 수원FC의 출입구는 비교적 한산했다. 대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평소와 달리 어딘가 들뜬 분위기에 아이들은 덩달아 신나 있었다. 그들의 축제는 이미 시작되었다.
수원삼성은 거대하고 웅장한 응원을, 수원FC는 아기자기 하고 맛깔나는 응원을 선보였다.
화창한 날씨에 많은 이들이 아이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고, 가족 단위 팬들은 만원관중 기록에도 큰 몫을 차지했다.
#장내_역시 축구는 축구, 뜨거웠던 90분
첫 번째 만남이라 그런지 사실 장외에서는 뜨거움보다 설렘이 더 많이 느껴졌다.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큰 이벤트에 모두가 들떠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휘슬이 울린 뒤 그라운드 위의 90분은 역시나 뜨거웠다. 지금 이곳이 더비 매치가 열리는 곳이라는 것을 선수들이 몸소 증명해주었다.
잡고, 걸리고, 넘어지며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고, 덕분에 가장 바빴던 것은 심판진이었다. 한동안 뜻하지 않게 '주연'이 되었던 심판진은 이날 만큼은 조용한 '조연'이 되기위해 애썼다. 우상일 주심은 뜨거워진 공기를 식히기 위해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상기된 선수들을 어르고, 달래며 원활한 진행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의 명장면은 후반에 집중돼 있었다. 수원FC는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며 멋진 세리머니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1-1 팽팽한 접전으로 마무리 되나 싶었던 그들의 첫 번째 만남은 후반 38분 염기훈의 발끝에서 승부가 갈렸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영화같은 피날레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팬들이 제대로 멍석을 깔아주었고, 선수들은 제대로 즐겼다. 먹을 것 없는 잔치가 될 지 모른다는 걱정은 이제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결과가 이렇게 된 이상 이들의 두 번째 만남은 기대를 안할 수 없게 됐다. 억지스럽지 않은 K리그의 진짜 스토리가 이렇게 첫 번째 장을 열었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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