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칼럼] 역사와 전통의 동해안 더비, 빛 보지 못한 두 감독의 지략

조회수 2016. 5. 16. 13: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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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했던 동해안 더비, 팬들의 기대는 곧 실망이 되었다.

긴장감이 사라졌다.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두 감독만이 긴장감을 공유하는 듯 보였다.

무게감도 떨어졌다. 확실한 팀 색깔을 자랑하던 두 팀의 날카로움이 보이지 않았다. 시즌을 앞두고 떠난 주축 선수들의 존재감 또한 흥미를 떨어뜨렸다.

울산과 포항, 두 팀의 경기는 K리그 사상 가장 오래된 라이벌 경기 ‘동해안 더비’다. 이들의 만남은 늘 유쾌했다. 최근 10경기 전적만 살펴봐도 3승 4무 3패로 치열한 경기를 펼쳐왔다.

그러나 팬들의 기대는 곧 실망이 되었다. 성적압박이 불러온 참사였다. 양 팀 모두 이렇다 할만한 공격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못한 채 경기를 마쳤다. 한때 리그 우승을 결정지었던 동해안 더비의 위상이 상실감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높이 공략한 울산 v 콤팩트 수비 포항

좌-울산 포메이션, 우-포항 포메이션

두 팀은 중요한 경기인 만큼 전력이탈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했다. 울산은 한상운의 부상 대체를 상대 약점에서 찾았다. 바로 높이다. 울산 윤정환 감독은 포항이 수비 숫자가 많긴 해도 제공권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울산은 이를 노리기 위해 이정협과 함께 박성호을 투톱으로 기용했다. 최전방 공격수 이정협 아래 한상운을 기용했던 것과 달리, 장신 공격수 2명을 동시에 기용한 것이다. 상대가 내려설 것을 예상해 측면 플레이를 살려 높이에서 포항 수비진을 공략하려 했다. 실제로 이러한 플레이는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전반전 박성호의 다이빙 헤더가 대표적이다. 포항은 투톱에 유리한 쓰리백으로 나서고도 공중볼이 올라오면 안전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반면 포항은 왼쪽 윙백 박선주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이로 인해 중앙 수비수 이재원이 왼쪽 윙백으로 나섰다. 또, 오른쪽에서 뛰던 박선용을 중앙에 기용하고 한동안 코뼈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황지수를 파트너로 선발 출전시켰다.

포항의 포메이션은 3-4-3이었다. 측면 자원인 강상우, 심동운, 이광혁의 빠른 발과 양동현의 포스트 플레이를 노려 역습을 펼쳤다.

눈에 띄는 건 역시 견고한 수비조직이었다. 수비 시 5-2-3 수비형태를 갖췄다. 공격수들이 중앙에 밀집해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포항은 하프라인 부근을 기점으로 상대 미드필더와 가깝게 머무르며 중원으로 공이 투입되지 못하도록 했다.

결국, 울산의 미드필더는 수적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립됐다. 중앙 수비수만으론 좀처럼 공격을 풀어가지 못했다. 빌드업의 시작점이 막히자 울산의 공격이 멈춘 것이다. 자연스레 주도권은 포항으로 넘어갔다. 포항은 경기 전반에만 울산의 3배에 달하는 9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이 중 5개가 30분 이후 터졌다.

이날 울산은 기존 마스다-구본상 미드필더 조합을 깨고 마스다-하성민 조합으로 경기에 나섰다. 이는 포항의 역습에 대비한 윤정환 감독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울산은 4-2-4 형태의 축구를 펼친다. 수비진을 내리고 빠른 역습과 측면 플레이를 통해 득점을 노린다. 따라서 중앙 미드필더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크다. 많이 뛰고 공수 양면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스다-구본상 조합은 연계형 중앙 미드필더 조합(엄밀히 말하면, 구본상은 연계형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깝다)이다. 두 선수 모두 거친 몸싸움과 수비력, 활동량을 강점으로 내세우기보다 패싱력을 앞세운다.

이러한 조합은 흔히 공 점유를 기반으로 공격축구를 펼치는 팀서 사용한다. 패스축구를 강조하는 팀이 3명의 미드필더를 기용하는 4-3-3 또는 4-2-3-1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는 것도 연계형 미드필더의 부담을 덜기 위함이다.

그러나 많은 활동량을 강조하는 한국축구에서 미드필더들은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을 막론하고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처럼 공수를 폭넓게 뛰는 경우가 많다. 4-2-4 형태의 경기를 펼치는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울산이 중원장악을 하지 못하고 세밀한 공격축구가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울산 미드필더진은 그동안 K리그와 윤정환 감독의 울산을 경험하면서 연계형 중앙 미드필더들이 갖는 약점을 어느 정도 상쇄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의 창의적인 패스와 폭넓은 활동량을 함께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런 점에서 마스다-하성민 조합은 마스다의 공격능력을 살리면서 포항의 역습에 대비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마스다가 공수에서 활약할 때 수비형 미드필더인 하성민이 뒤를 받쳐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스다가 본래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아니라, 패싱력이 강점인 미드필더라는 점에서 수비형 미드필더와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가 동시 출전했을 때 겪을, 창의적이고 다양한 공격의 부재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울산의 공격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윤 감독이 구상했던 경기력이 나오지 못했다. 경기 내내 전방으로 공을 투입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향해 계속 지시하며 독려했다.

노 젓지 못한 울산, 고여가는 포항 –여전한 고민거리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건 후반전이었다. 포항의 황지수와 신화용 골키퍼가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견고했던 수비조직의 균형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는 포항의 주 문제점이기도 하다.

게다가 중원을 타이트하게 좁혔던 수비조직은 측면 공격수가 넓게 벌어지면서 5-4-1 형태로 변했다. 그로 인해 전반전에 이렇다 할만한 공격기회를 만들지 못한 울산 미드필더진의 공격가담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9명의 포항 수비수를 상대하는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항의 수비진이 처지면서 압박지점도 내려갔고 수비형태도 불분명했다. 덕분에 마스다는 곧장 공격수들을 향해 공을 투입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2선을 활용한 전방에서의 부족한 움직임, 골 결정력 부족, 활발하지 못한 좌우전환이었다. 벌써 10라운드가 끝났지만, 울산은 올 시즌 계속 같은 문제를 안고있다.

특히 상대 수비진과 미드필더진 사이 공간을 공략하지 못했다. 포항은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전방압박과 체력저하에 따른 간격유지 실패로 이 지역서 많은 공간을 노출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공격수를 향한 롱패스만을 시도할 뿐, 이후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으로 세컨볼을 노리거나 상대 수비진을 유도하는 세밀함이 부족했다.

울산의 단조로운 공격은 경기 후반, 포항의 부상이탈에도 큰 위협을 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무뎌진 창끝에 대한 걱정은 포항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높이 전진했을 때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역습은 위협적이나 이외의 공격패턴이 없었다.

공을 소유했을 때 가장 강했던 포항이 이제는 공을 가지면 어색한 팀이 되어버렸다. 측면에서 공을 돌리다 양동현의 머리를 보고 크로스를 올리는 플레이는 위협적이지 못했다. 게다가 또다시 주축 선수가 부상 당했다. 여러모로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포항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두 팀의 경기는 많은 이의 관심을 모았다. 단지 순위싸움에 의한 흥행이 아닌, 151번째 더비라는 역사와 전통이 그들의 이름에 무게감을 더해줬다. 그런데 이날 경기서는 ‘특별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같은 날 치러진 신생더비(수원더비)의 흥행과 상반되어 아쉬움이 컸다. 다가오는 동해안 더비에선 팬들이 환호하고 탄성을 자아내는 경기를 보길 바란다.


분석 = 전주대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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