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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구라다] 이승엽,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조회수 2016. 5. 16. 09: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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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예전에는 좀 했다는데. 솔직히 요즘은 그냥 그렇다. 수비는 안하고 공격만 하는 보직이다. 그런데 타율이 고작 .289다. 같은 리그에는 4할 넘게 치는 타자도 있다. 3할 이상만 무려 30명이다. 한 줄로 세우면 그의 순위는 겨우 34위다.

한창 때는 멀리치기로 꽤 유명했다는데, 요즘은 그것도 신통치 않다. 홈런 숫자가 겨우 3개. 1위 11개와 한참 멀다.

타점도 별로다. 20개로 25위. 찬스가 그 자리 가면 툭툭 끊긴다. 앞 타자 피하고, 그와 승부하려는 상대편이 부쩍 많아졌다. 한마디로 약점 잡힌 거다. 5번 타자가 이렇다 보니 그 팀이 잘 될 리 있나. 9등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하위권 팀의 그저 그런 타자가 자꾸 눈에 밟힌다. 예전에 워낙 잘 나갔으니까? 그럴 지도 모른다. 굳이 보태면 하나 더 있다. 이 사람 요즘 자꾸 이상한 ‘짓’을 한다. 영문을 모르겠다.

토요일(14일) 경기였다. 6회말. 모처럼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그게 하필이면 투수(김유영) 다리에 맞았다. 통증이 심한듯 마운드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처음에는 큰 일 난줄 알았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래도 가해자(?)는 마음이 쓰였나 보다. 굳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허리를 숙이더니 ‘괜찮냐’며 등을 두들겨 준다. 족히 20살은 어린 친구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 없었다. 그냥 1루에서 미안하다며 손 한번 들어주면 충분했다.

관중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상한 일이다. 보통은 다친 선수 이름을 불러주는 것 아닌가.

② 배팅볼 던져주기

5월 6일 SK전이었다. 경기 앞두고 열심히 타격 훈련 하는 것까지는 당연하다. 대개 고참들은 연습 스케줄도 맨 앞이다. 일찍 마치고 여유있게 쉬라는 뜻이다. 아무래도 나이가 많으니 그럴 것 아니겠나.

그런데 이 사람은 아니다. 자기 것(프리 배팅) 다 하더니 마운드로 간다. 그리고 공을 쥔다. (KBS N 스포츠 중계화면에 이 장면이 잡혔다.) 고등학교 때 청소년 대표팀의 에이스였던 걸 자랑하려고? 아니다. 그날 저쪽 선발이 김광현이었다. 왼손 배팅볼 투수 죽어나는 날이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그의 골든글러브 수상 소감이 생각난다. “(여기저기 다 고맙다고 해놓고) 특히 배팅볼 던져주신 분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날 그의 팀은 5-4로 이겼다. 5점은 모두 김광현을 상대로 뽑아낸 점수였다.

③ 홈런 치고 고개 떨구기

자고로 홈런의 맛은 빠던이다. 장쾌한 타구를 날리고, 시원하게 ‘빠따’를 던진다(bat flip). 팬들의 속은 두 배로 후련해진다. 자기 팀 사기도 덩달아 올라간다. 무엇보다 폼나고 멋있다. 미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화제다. 오늘 새벽의 텍사스-토론토의 화끈한 이종격투기도 작년 빠던의 후유증 탓이다. 모처럼 나온 KBO리그의 역수출 히트 상품이다.

그런데 이 40대 타자가 이런 트렌드를 알 턱이 없다. 모를 정도가 아니다. 아예 반대로 간다. 무미건조 하기 짝이 없다.

4월 2일이었다. 라이온즈 파크 개장 1호 홈런(홈 팀 타자 중에)을 때렸다. 처음에는 시선이 타구를 쫓더니, 넘어간 게 확인되자 고개를 푹 숙인다(MBC Sports+ 중계화면). 뭔가 크게 잘못한 사람 같다. 그리고 땅만 쳐다보며 후다닥 베이스를 돈다.

작년에도 유명했다. 사직 구장에서 엄청난 거리를 날렸다. 장외 홈런이었다. 빠던+만세를 불러도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떨군다.

어느 기자가 이유를 물었다. 왜 그랬는 지 잘 모르겠다며 대답을 피하던 그의 마지막 말은 간곡한 부탁이었다. “잘 좀 써 주이소. (홈런 맞은) 어린 친구 기 안죽게.”


④ 알바생 문 열어주기

4월 30일, 대전 한화전이었다. 그 경기를 중계 하던 MBC Sports+ 화면에 아주 살짝 잡힌 모습이다.

4-2로 한참 치열하던 7회초였다. 구자욱의 번트 때 1루에서 아웃/세이프를 놓고 류중일 감독이 합의판정을 요구했다.

박기택 심판원이 TV 확인을 위해 부랴부랴 본부석 쪽으로 달려갔다. 대기 타석에 있던 그는 허리를 숙여 출입구를 열어준다. 여기까지야 뭐 자기 팀, 그리고 후배(구자욱) ‘잘 좀 봐 주이소’ 하는 애교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박기택 씨 뒤에 있던 누군가와 동선이 겹쳤다. 알바 뛰는 볼보이(배트보이?)였다. 자리로 돌아가려던 알바생은 주춤주춤. 감히 국민타자를 도어맨으로 만들 수야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다. 여전히 허리를 숙인 채 문을 잡고 있다. 얼른 들어가라는 눈짓을 주며. 황송한 볼보이는 고개를 꺾어 감사함을 전한다.

그의 미담을 전하던 어느 매체가 이런 통찰력을 발휘했다. ‘연예계에 유재석이 있다면, 야구계에는 이승엽이 있다’고. 좋다. <…구라다>는 유재석 받고, 여기에 이승철 하나 더 보탠다. 왜? 그의 노래 제목이 떠올라서다. 권상우와 이보영이 나왔던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 삽입된 곡.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백종인 / 칼럼니스트 前 일간스포츠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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