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 K리그가 UEFA 챔피언스리그보다 더 재밌다면?

조회수 2016. 5. 15. 08: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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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10R 성남FC vs FC서울 매치 리뷰

빈말이 아니라 ‘정말 재밌었다.‘

14일 열린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성남FC와 FC서울의 경기는 다이나믹한 90분 끝에 FC서울이 3-2로 승리하며 리그 1위를 지켜냈다. 화창한 봄 날 탄천종합운동장을 찾은 12,000명의 관중들과 TV를 통해 이 경기를 지켜본 축구 팬들 모두 만족했을 것이다. 9라운드까지 K리그 클래식 최소 실점 1,2위 팀 간의 대결이라 조심스런 경기 운영이 예상되었지만 양 팀은 90분간 난타전을 펼쳤다. 전술적인 변화도 활발했고 선수들의 반응 속도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직접 경기를 해설한 입장에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단언컨대 이 경기는 지난주 해설했던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레알마드리드 대 맨체스터시티의 경기보다 훨씬 재밌었다.

성남FC의 주장 '두목 까지' 김두현은 K리그 통산 300번째 출장을 달성했다. (출처: K리그 페이스북)
성남FC의 선발 라인업 (출처: 성남FC 페이스북)
FC서울 선발 라인업 (출처: FC서울 페이스북)


# 입대한 신진호의 계속되는 “의문의 1승”

지난 4월 18일, 신진호는 FC서울에서의 강렬한 3개월을 뒤로 하고 군입대했다. 시즌 초반 강력한 서울 중원의 핵심 역할을 수행한 신진호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박용우, 이석현, 고요한 등 다양한 기용과 변화를 통해 조합을 맞춰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잘나가던 서울은 실제로 지난 달 30일 수원 블루윙즈와의 슈퍼매치 무승부를 시작으로 ACL 히로시마 전, 최근 리그 포항 전까지 1무 2패를 기록했다. 다행히 주중 FA컵에서 대구를 상대로 연장 끝에 4-2로 승리했지만 먼저 내준 두차례 실점은 FC서울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군입대한 신진호는 계속해서 '의문의 1승'을 추가하고 있다.

신진호는 K리그 최정상급 미드필더다. 공격력과 수비력, 공을 다루는 능력,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 상황인식, 활동량, 중거리 슈팅, 패싱까지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 시즌 초반 FC서울의 강력한 공격 패턴은 중앙에서 이루어지는 간결한 조합 플레이였는데 공교롭게도 신진호의 입대 이후 이 패턴의 세밀함이 눈에 띄게 저하되었다. 다카하기-주세종-신진호 로 구성되었던 서울의 중앙 미드필드는 역할이 구체적으로 분배되어 있었다. 주세종은 후방에서 핸들을 잡았고 다카하기는 많은 활동량과 간결한 볼터치, 지능적인 위치선정으로 엔진 역할을 했다. 그리고 신진호는 키패스와 공격 지역에서 활발한 서포트를 통해 전방 공격수를 지원했다.

신진호의 공백은 ‘공격 지역의 활발한 서포트’에서 가장 크게 느껴진다. 아드리아노와 데얀 투톱에 신진호의 서포트가 추가될 때, 서울의 공격은 선택의 수가 다양했고 자연스레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조합플레이의 수 또한 많았다. 추가로 고광민, 고요한 등 윙백들이 안으로 치고 들어올 때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각도를 만들던 것도 신진호의 역할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전방 두 명의 공격수들이 고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드리아노+데얀+한 명의 미드필더가 더 필요한데, 서울은 그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를 아직 찾지 못한 듯 하다.


# 주세종 ‘The King SEJONG’ 그리고 FC서울 미드필드 조합의 가능성

이 날 경기에서도 서울의 미드필드 퍼즐 찾기는 계속되었다. 박용우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하고 반 칸 위에 다카하기와 주세종을 세웠다. 주세종은 평소 자신의 위치보다 앞에서 경기를 진행했다. 보통 공격형보다는 수비형 포지션이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조금 더 여유있는 편이다. 성남의 김두현처럼 공격형과 수비형 미드필더 두 포지션에서 모두 능숙함을 보이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김두현도 수비형 보다는 공격형을 선호하듯이 주세종은 그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장점을 발휘했다.

‘주세종이 과연 이 위치에서도 성남을 상대로 활발하게 서포트하고 침투도 할 수 있을까?’

나의 의문에 대해 주세종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무게감 있는 중거리 골로 응답해주었다. 주세종은 이 경기에서 그동안 자신이 주로 활동했던 위치보다 반 칸 위에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전방의 공격수와 측면의 유닛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효율적인 서포트 동작을 했고 빠르진 않았지만 영리한 타이밍의 침투, 그리고 적절한 중거리 슈팅까지 선보였다.

The king "SEJONG"이 FC서울 미드필드 조합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다카하기 또한 소리없이 빛났다. 부지런했고 늘 그랬듯이 간결했다. 특히 수비 상황에서 지능적이였다. 성남이 뒤 쪽으로 패스를 시도할 때 적극적인 도전을 통해 압박 타이밍을 만들었고 성남의 방향 전환 작업이 이루어질 때, 첫 터치가 불안하게 이루어지는 타이밍을 기다렸다가 빠르게 접근했다. 지난 시즌 다카하기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 서울 선수들은 ‘다소 밋밋하다’ 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밋밋함‘은 ’간결함‘이 되었고 영리한 다카하기는 거친 K리그에서의 생존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수비 상황에서 적극성까지 장착한 다카하기는 분명 FC서울 중원의 핵심이다.

FC서울 미드필드의 핵심 '다카하기'

주세종, 다카하기는 괜찮았지만 수비형 미드필드 포지션의 밸런스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하프타임에 경기를 리드한 쪽은 서울이 아닌 성남이였다. 서울은 전반 초반을 주도했지만 전반 중반 이후에는 3선의 안상현이 살아나며 성남이 분위기를 이끌었다. 성남이 김태윤, 티아고의 골로 역전에 성공한 이후, 서울은 눈에 띄게 템포가 급해졌고 무리한 전진 패스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렇게 차단된 공을 성남에게 좋은 역습 기회로 이어졌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최용수 감독은 오스마르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시키고 박용우를 백스리의 중앙으로 내렸다. 서울 최적의 미드필드 조합 찾기는 이 경기에서도 90분간 꾸준히 진행되었다.


# ‘괜찮아요? 어디 다친데 없어요?’ - GK 유현

올 시즌 인천에서 영입된 FC서울의 골키퍼 유현은 유상훈과의 주전 경쟁에서 반발 앞서 있었다. 적어도 7라운드 울산과의 경기 까지는 그랬다. 울산 전 전반에 발생한 실수로 인해 후반전 유상훈 골키퍼가 교체 투입되었고 그때부터 두 선수의 경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축구 경기에서 선수들의 심리 상태는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유럽 클럽 코칭스텝에 심리코치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필드 플레이어보다 골키퍼가 심리적인 상황에 더 예민하다.

필드 플레이어는 실수를 해도 계속해서 공을 터치하며 스스로 분위기를 회복하고 극복할수 있는 기허회가 있지만 골키퍼는 공을 터치하는 수가 적기 때문에 한 차례 실수에 대한 부담감은 더욱 길게 이어진다. 전반 17분 터진 김태윤의 골 상황에서도 유현은 동료 선수인 박용우와 겹치면서 확실하게 공을 처리하지 못했다. 동료끼리 겹쳐서 실수가 발생한다면 뒤 쪽에 위치한 선수의 책임이 더 크다. 공의 진행 방향과 낙하 지점을 보다 잘 파악할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첫 골 상황에서는 유현 골키퍼의 보다 적극적인 의사표현(콜 플레이)이 필요했다. 추가적으로 점프를 시작할 때 자세가 불안정했기에 ‘캐칭’보다는 ‘펀칭’도 괜찮은 방법이지 않았을까?

김태윤의 골은 확실히 유현 골키퍼의 마음을 다치게 한 듯 했다. 전반 31분 티아고의 역전골도 유현 골키퍼의 킥 실수에서 시작되었다. 미숙하게 처리된 킥은 안상현에게 연결되었고 공을 건내 받은 티아고는 원맨쇼를 펼치며 골을 기록했다. 티아고의 마지막 슈팅 임팩트가 이루어 질 때도 유현 골키퍼의 위치는 좋은 포지셔닝과 거리가 멀었다. 유현은 K리그를 대표하는 골키퍼 중 한 명이지만 지금은 누군가 마음에 빨간약을 발라줄 필요가 있다.

# ‘아데박?’ 아니면 ‘황금티?’

서울의 공격 트리오 ‘아데박’ (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은 올 시즌 9라운드까지 FC서울의 리그 18골 중 14골을 담당했다. 이 날 경기에서도 데얀은 침묵했지만 아드리아노와 후반전 데얀과 교체된 박주영은 각각 골과 도움을 기록했다. 서울에 ‘아데박’이 있다면 성남에는 ‘황금티’(황의조, 김두현, 티아고)가 있다. 이들은 성남FC의 리그 16골 중 12골을 담당했다. K리그 통산 300번째 경기를 치른 김두현은 이 날 좋은 컨디션을 보이지 못하며 후반 교체되었지만 골을 터뜨린 티아고와 90분내내 최전방에서 외롭지만 강렬했던 황의조는 단연 돋보였다.

특히 전반전 성남의 공격은 직선적이지만 위력적이였다. 피투의 활약 때문에 이날만큼은 ‘황금티’가 아닌 ‘황피티’였다. 황의조, 피투, 티아고는 숫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공을 지켜내며 꾸준히 전진했고 영향력은 폭발적이였다. 피투는 측면에서 우수한 일대일 능력을 보였고 황의조는 서울 센터백들의 협력 수비를 잘 이겨냈으며 전반 31분 환상적인 드리블에서 시작된 티아고의 골은 이 날 ‘황피티’ 라인 활약의 하이라이트였다.

'국가대표 공격수' 황의조는 확실히 더 강해졌다.

# 성남의 직선적인 공격 전개가 독이 되었을까? 성남의 에너지가 빨리 떨어진 이유?

전반 초반 경기에 더 빨리 들어온 팀은 서울이였다. 미드필드에서 공의 흐름이 좋았고 좌우 순환도 잘 이루어졌다. 이런 흐름에서 주세종의 첫 골이 터졌고 전반 초반 성남 중앙 미드필더들의 마음은 꽤 무거웠을 것이다. 성남의 3선에 배치된 이종원과 안상현 그리고 2선의 김두현은 전반 중반까지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했다. 수비 상황에서 평소보다 적극적이지 못했고 공격 상황에서도 소극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반 17분 프리킥 상황에서 서울 유현 골키퍼의 실수를 틈타 김태윤의 동점골이 터진 이후 성남은 빠르게 자신감을 회복했다. 이종원과 안상현의 3선 영향력이 살아나며 성남은 전반 남은 시간 경기를 주도했다. 마음이 급해진 서울은 3선에서 2선으로 다소 무리한 전진 패스를 시도했고 성남은 이것을 차단하여 곧바로 3선에서 1선에 있는 ‘황피티’에게 길고 직선적인 패스를 투입하며 역습을 전개했다. 공격진의 컨디션이 좋았기에 전반전 이 패턴은 성남에게 꽤 효율적이였다.

하지만 후반전 상황이 변했다. 서울은 오스마르를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하며 공수 양면에서 넓은 커버를 통해 전반의 조급함을 조금씩 달랬다. 보다 좋은 타이밍에 좋은 질의 패스가 전방으로 공급되었고 후반 초반 10분동안 서울은 좋은 흐름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데얀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박주영은 6분 만에 정확한 크로스로 아드리아노의 골을 도왔다. 기세가 오른 서울은 성남을 압박했다. 그리고 전반과 달리 마음이 급해진 쪽은 성남이였다. 성남은 후반전 시간이 갈수록 공을 빼앗기는 시간이 단축되었다. 상대의 기세가 오른 상황에서 조금 유연해질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성남은 변함없이 3선에서 1선으로 한번에 투입되는 역습 패턴을 고수했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보였던 김두현의 역할은 더욱 애매해졌고 결국 후반 29분 박용지와 교체되었다.

전반 중반부터 효과적으로 진행된 성남의 직선적인 공격 전개가 오히려 후반전에는 독이 된 것 같다. 전방으로 볼을 길게 투입하면 황의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을 지켜낸다. 그러면 자연스레 이종원, 안상현도 20~30미터 전진하여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숫적으로 불리한 상황이기에 미드필더들의 지원이 이루어 지기 전에 공 소유권이 서울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되면 이종원, 안상현은 수비 가담을 위해 다시 20~30미터를 내려가야 한다.

두 선수가 한 경기에서 10km를 똑같이 활동했더라도 스프린트 거리와 횟수에 따라 체력적 부하의 크기가 달라진다. 자동차를 운전 할 때, 급 출발과 급제동을 많이 하면 연료가 빨리 소비되는 것처럼 경기 중 선수가 스프린트를 오래, 자주하면 체력이 빨리 떨어진다. 이종원, 안상현은 이 날 공수 전환 과정이 잦았고 스프린트 또한 많았다. 여기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김두현을 서포트 하다보니 신경 쓸 것도 많았을 것이다.

사실 체력적으로 불리한 쪽은 서울이라고 예상했다. 주중 FA컵 32강에서 서울은 대구와 연장전을 치렀고 주전급 선수를 기용한 반면, 성남은 영남대에게 고전했지만 90분에 경기를 마무리했고 주전급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 팀의 경기 스타일이 변수가 되었고 스프린트가 성남의 에너지를 빨리 고갈시켰다. 축구에 만약은 없지만, 만약 김두현이 선발이 아닌 교체로 투입되었다면, 만약 최호정이 FA컵에서 부상 당하지 않아 이 날 출전했다면, 만약 후반전에 성남이 템포를 늦췄다면, 그리고 만약 황진성이 출전 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성남의 직선적인 공격 전개는 '양날의 검'이였다.

# No.10 승부사 박주영 “살아있네”

후반전 양 팀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는 박주영이였다.박주영의 공 터치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모든 터치에 의미가 담겨 있었다. 급한 상황에서도 여유가 있었고 본능적으로 좋은 선택을 했다. 가장 인상적이였던 건 수비수와의 수 싸움에서 매번 앞서 나갔다는 점이다. 수비수가 생각하기에 확률이 적은 쪽은 공략했고 여기서 좋은 장면이 몇 차례 발생했다. 또한 아드리아노와의 호흡도 좋았는데 후반 30분 발생한 장면은 대단히 훌륭했다. 오른쪽 측면 돌파 이후 중앙에 아드리아노의 가슴으로 연결된 30미터 패스는 박주영의 후반전 퍼포먼스를 대표하는 장면이였다. 짧은 순간적 상황에서 동료 선수의 위치, 상대 수비의 위치, 보낼 킥의 종류와 강약 조절 그리고 높낮이에 대한 판단이 완벽했다. 만약 패스가 그라운드로 시도 되었거나 킥의 높이가 조금이라도 높았다면 성남 수비수들이 차단 할 수 있는 궤적이였다.

후반 30분, 아드리아노 가슴으로 연결되는 박주영의 패스

최용수 감독은 앞으로 ‘아데박’ 트리오를 동시에 기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3-5-2를 사용하는 FC서울에게 3-4-3 이 잘 적용될 수만 있다면 긴 시즌을 소화하는데 매우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11일, FA컵에서 성남FC을 진땀 흘리게 했던 영남대의 김병수 감독의 말이다.

“현대 축구에서 멀티 플레이어는 특별하지 않다. 이제는 멀티 시스템의 시대다. 한 팀이 시즌을 치르면서 한 가지 시스템만으로 버티긴 힘들다. 3가지, 4가지 시스템까지 구사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선수들이 혼란을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은 결국 지도자의 몫이다.“

FC서울과 성남FC 모두 올 시즌 높은 순위를 기대하게 하는 팀이다. 지금 갖고 있는 플랜A 만큼 플랜B, 또는 플랜C도 능숙하게 구사한다면 이들은 얼마나 더 재밌는 경기를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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