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LG 벗어난 정의윤, MVP에 도전하다

조회수 2016. 5. 11. 11:42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트레이드 2년차. 박병호와의 평행이론을 입증 중인 SK 정의윤

시즌 초반 SK 정의윤의 방망이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최근 타점 페이스는 어마무시한 수준.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그의 타점 페이스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섣부른 전망일 수 있지만, 벌써부터 다수 매체에서는 지난해 박병호가 수립한 단일시즌 최다타점(146)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까지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정의윤의 타점 페이스는 2015시즌 박병호를 상당히 앞지르고 있다. 33경기를 기준으로 정의윤의 타점이 박병호보다 14개나 많다. (144경기 기준 170타점 페이스) 그리고, 이런 엄청난 타점 페이스에 힘입어 정의윤은  2016시즌 MVP 경쟁에서 유력 후보로 급부상한 상태다.

만년 유망주에서 MVP 후보까지. 대체 정의윤은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사진=SK 와이번스]


정의윤의 이같은 활약은  트레이드 2년차(2012시즌)에 MVP를 차지한 박병호와 판박이 같은 행보라 정의윤-박병호 간 ‘평행이론설’까지 제기될 정도다. 시즌은 아직 20%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SK 팬들 중 다수는 이미 ‘MVP 정의윤’을 외치고 있다.

정의윤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진 것이며, 그의 올 시즌 MVP 수상 가능성은 어느정도일까? 다양한 기록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트레이드 – ‘정의윤 야구’의 전환점

모두 아다시피, 정의윤의 ‘터닝 포인트’는 지난해 트레이드였다. 광활한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 트윈스는 거포유망주들과는 좀체 궁합이 맞지 않는 팀.  넓은 잠실에서 움츠러들기만 하던 정의윤의 거포 본능은 문학구장에 와서야 비로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물론, LG에서만 약 2200타석을 소화한 정의윤에게 충분한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정의윤은 LG 시절  한 경기 한 경기를 쫓기듯 치러야 했다고 수차 토로한 바 있다. 그에 대한 높은 기대감 만큼 그의 부담감도 컸고, 그 부담감을 담장 밖으로 날려버리기엔 잠실구장은 너무 넓었다.

부산고 시절 ‘초고교급 거포’라 평가 받았던 정의윤의 스윙은 시즌을 거듭할 수록 움츠러들었고, 결국 LG에서의 8시즌간 단 한 차례도 10홈런을 넘기지 못했다. (정의윤이 LG시절 기록한 시즌 최다 홈런은  신인이던 2006시즌 기록한 8개다)

하지만 SK에서는 달랐다. 기본적으로 SK는 잠실구장에 비해 크기가 작은 문학구장을 홈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넥센과 박병호의 선례를 본받은 SK는 정의윤에게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SK는 트레이드 이후 3번째 경기부터 그에게  4번을 맡겼고, 이후에도 그를 주전 지명타자이자 4번타자로 못박으며 힘을 실어줬다.

그 결과, 2015시즌 LG에서 무홈런에 그쳤던 그는 SK에서 59경기만에 14홈런을 폭발시켰다. 2011시즌 LG에서 1홈런에 머물던 박병호가 넥센에서 12홈런을 터트린 것 이상의 반전이었다. 박병호가 트레이드 2년차에 MVP를 따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6시즌 정의윤의 MVP 도전 가능성이 언급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달라진 위상 – 달라진 집중력

트레이드는 단순히 그의 타격 성적만 바꿔놓은 것이 아니었다. 줄어든 부담감 속에 타격 성적은 쑥쑥 올라갔고, 그의 팀 내 위상이 달라짐에 따라 그의 집중력 역시 괄목상대할 정도로 좋아졌다. LG 시절 ‘클러치’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SK 트레이드 이후 리그 최고의 클러치 히터로 거듭났다. 

LG 시절 그의 주자 상황별 타격 기록을 보면, 어느 상황에서나 큰 차이가 없다. 주자의 상황이나 타격 후 벌어질 상황보다는 당장 눈 앞 한 타석의 결과에만 집중해야 했던 탓인지, 그는 득점권에서 특별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타순 변경도 잦다 보니 자신의 역할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SK 이적 후 자신의 역할이 명확해지고 매일 주전으로 나서게 되면서 그의 집중력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팀의 주전 4번타자로 자리잡았고, 역할은 홈런과 타점으로 좁혀졌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인지한 덕인지 그의 주자 상황별 집중력도 크게 달라졌다.

SK에서의 2시즌간 그의 득점권 타율은 4할에 가까운 0.398. 장타율은 무려 0.796이나 된다. 트레이드 이후 그는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을 갖춘 완전체 4번타자로 변신했다. (물론 득점권 타율 이나 클러치 능력의 향상 등에 대한 유의미한 평가는 표본이 더 쌓여야만 내릴 수 있다.)


MVP의 지름길, 홈런왕&타점왕 – 정의윤 MVP ‘파란불’

그렇다면 1년전과 확연히 달라진 위상의 정의윤이 과연 정규시즌 MVP가 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기자의 답은 ‘충분히 가능하다’이다. 현재 시점에서 그의 성적은 MVP 후보로 언급됨에 있어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다.

그 근거는 바로 그의 홈런과 타점 기록이다. 그는 현재 리그 홈런 3위(8홈런), 타점 1위(39타점)를 달리고 있다. 타점은 2위인 삼성 최형우보다 8개가 많고, 홈런은 1위인 두산 김재환*(10홈런)과 단 두 개 차이다. 최근 그의 타격감이 굉장히 뜨겁다는 점과 김재환*이 잠실을 홈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만간 홈런 1위로 올라설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가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경우는 15차례나 있었으며, 타점왕이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경우는 무려 18차례나 된다. 타격왕을 차지한 선수가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경우가 단 5차례에 불과했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다.

한 마디로, 홈런왕과 타점왕은 정규시즌 MVP로 향하는 왕도인 셈이다. 정의윤이 현재의 페이스를 계속해서 이어나가 홈런왕과 타점왕이라는 두 토끼를 다 잡는다면, 그의 MVP 수상 가능성은 단숨에 60% 이상으로 치솟게 된다(홈런왕/타점왕 동시수상자 24명 중 MVP 수상 15명). 

최근 MVP와 흡사한 그의 발걸음 – 보완점은?

최근 몇 년간 MVP를 차지했던 선수들과의 페이스를 비교해봐도 결과는 긍정적이다. 그의 홈런, 타점 페이스는 2012, 2013시즌 박병호, 2015시즌 테임즈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 오히려 타점 부문에서는 이들보다도 한발 앞서있다. 게다가 벌써 46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안타 수나 타율 면에서도 이들보다 부족할 것이 없다.

하지만 MVP를 향한 정의윤의 행보에 비단길만 깔려있는 것은 아니다. 정의윤이 올 시즌 32경기를 치르는 동안 골라낸 볼넷은 고작 6개밖에 되지 않으며, 반대로 삼진 수는 29개나 된다. 볼넷/삼진 비율은 0.207로 상당히 심각한 수준.

2012시즌 박병호의 0.920, 2013시즌 박병호의 0.737, 2015시즌 테임즈의 1.706에 비한다면 민망한 수준이다. 정확성과 파워, 득점권 집중력은 박병호와 테임즈에 비해 모자랄 것이 없지만, 선구능력은 이들에게 크게 뒤처진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적은 볼넷과 많은 삼진이 그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시즌 내내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어떤 선수도 한 시즌 내내 최상의 타격감을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

이른바 ‘눈야구’로 버텨내야 할 시점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선구안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 정의윤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시즌 중반 즈음 ‘MVP 정의윤’ 대세론은 눈녹듯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정의윤은 '트레이드 2년차 MVP'와 'MLB 진출'을 통해 박병호와의 '평행이론'을 입증할 수 있을까?
[사진=SK 와이번스] 

하지만 볼넷/삼진 비율의 약점만 제외하면, 그의 최근 페이스가 과거의 MVP들에 비해 손색이 없는 것 또한 사실. 과연 정의윤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프로 동기생 박병호와의 ‘평행이론’을 입증할 수 있을까?

2017시즌 종료 후, ‘정의윤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기록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KBO기록실]


계민호 기자/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kbr@kbreport.com)


*비영리 프로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후원자를 모십니다!


기사제공: 프로야구 통계미디어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페이스북]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