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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비리포트] 한화는 기적의 팀이 될 수 있을까?

조회수 2016. 5. 10.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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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0년간 시즌초 최하위팀들의 가을잔치 진출 사례를 살펴보자.
시즌 전 기대와는 달리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한화. 반전은 불가능한 것일까?
(사진: 한화 이글스)

8승 22패, 승률 0.267, 10위

 2016 KBO리그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한화 이글스의 시즌 개막 후 30경기 성적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 대어 정우람 영입, 수준급 외국인 선수 계약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대권 욕심을 감추지 않던 한화의 애초 목표를 상기하자면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은 상황이다.

출발부터 삐끗했다. LG와의 개막시리즈 2경기에서 모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이틀 연속 연장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그 후유증은 예상보다 컸다. 4월 12일 이후 시즌 최다인 7연패를 비롯해 4연패, 3연패를 한 번씩 기록하며 첫 20경기까지 4승 16패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다행히 4월 말미부터는 KIA-삼성을 상대로 두차례 연속 위닝시리즈를 이어가는 등 4승 1패를 기록하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는 듯 했다.(*5월 3일 기준) 하지만 이후 SK와 kt를 상대로 또 다시 5연패에 빠졌다.

여러가지 문제가 중첩된 상황이지만 근본 원인은 선발진이다. 30경기를 치른 현재 선발 승은 고작 2승에 불과하다. 그리고 선발투수의 활약 지표인 QS(퀄리티 스타트) 역시 2번 뿐이다. 이 기록 모두 3월 중순에야 영입이 확정된 외인 투수 마에스트리가 달성한 것이다.

절대적인 에이스로서 선발진을 견인해주길 바랬던 로저스는 5월 8일에야 시즌 첫 등판을 했다. 또한 선발 후보였던 안영명, 이태양, 심수창은 기대만큼의 몸 상태와 구위가 아니었다. 가뜩이나 빈약한 선발진의 부진은 감독 특유의 퀵후크로 이어지며 불펜의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한화 불펜진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 5/9 기준, 166이닝, 2위(kt) 134.2이닝) 제 아무리 리그 정상급 불펜진을 구축했다곤 하지만  선발진이 무너진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비정상적인 투수 운용으로 승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과연 한화의 올시즌에는 더이상 희망이 없는 것일까? 지난 20년간 시즌 초반 최하위 팀의 성적과 반전을 일궈낸 케이스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화의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을 따져보자. (과거 시즌 경기수를 감안하여 정규리그 20% 소화 시점인 25경기를 기준으로 비교함)

# 시즌 초반부 최하위 팀들의 가을야구 진출 확률은?

지난 20년간 시즌초 최하위팀들의 최종 순위

지난 20년 동안 시즌 초반(개막 후 25경기 기준) 최하위 팀이 가을야구를 했던 경우는 총 4번 있었다. 가장 최근인 2014시즌에 시즌 초반 최하위던 LG 트윈스가 4위로 가을티켓을 거머쥐었고, 이외에 09년 롯데, 07년 두산, 96년 한화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이들이 기록한 최종 승률은 최소 0.490 이상이다. 나머지 팀들은 0.490 이하의 승률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 했다.

과거와 현재는 구단 수, 경기 수가 다르기에 온전한 비교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25경기 기준으로 최소 몇 승을 하면 가을야구의 진출 가능성이 있을까? 14년 LG 트윈스는 첫 25경기에서 7승을 기록했음에도 성공했다. 승패 마진이 –10이었음을 고려한다면 이후 엄청난 약진을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보아 25경기 시점에서  8승 17패를 기록했던 한화에도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 표본을 현재 한화가 치룬 30경기로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  2팀이 줄어 14년 LG와 09년 롯데만이 성공했다. 07년 두산과 96년 한화는 첫 30경기 동안 탈꼴찌를 한 것이다. 30경기를 치룬  시점에서도 최하위인 한화에겐 더 좁아진 바늘구멍이다.

# 기적을 일군 4팀, 공통점은?

그렇다면 이 팀들의 공통분모는 무엇이 있을까? 물론 한 가지 요소로 인해 바닥을 치던 팀이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원동력의 원천에는 핵심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에이스급 투수의 맹활약이었다. 

96년 한화(강병철 감독)에는 이 해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구대성을 비롯해 정민철, 송진우가 있었다. 구대성은 55경기 출장(선발: 2G) 18승 3패 24세이브 ERA 1.88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다. 부문별 순위를 살펴보면, 다승 1위, 방어율 1위, 피안타율 최소 1위, 세이브 2위라는 놀라운 성적이었다. 

한화 이글스의 레전드 '대성불패' 구대성. (사진: 한화 이글스)

역대 단일 시즌 다승 1위, 세이브 2위 이상의 기록을 세운 투수는 92년 송진우, 96년 구대성 둘뿐이다. 이런 송진우도 구대성과 함께 96년에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50경기 출장(선발: 1G) 11승 7패 27세이브 ERA: 1.82를 기록했다. 선발 정민철은 14승 10패 ERA: 2.15를 기록했다. 이 세 선수의 대체선수 승리 기여도(WAR) 합은 18(구 7.6+ 정7.1+ 송3.2)에 가깝다.

*1996시즌 한화 이글스 투수진 WAR 보기

11년 뒤, 2007시즌 두산에는 다니엘 리오스가 있었다. 이 해 정규리그 MVP 리오스는 22승 5패 ERA: 2.07 WAR: 6.24를 기록했고 2번의 완투와 4번의 완봉을 해내며 팀 순위를 이끌었다. (* 맹활약 이후 다음 시즌 NPB로 진출했지만 약물 적발로 퇴출당했다.) 

한때 모범적인 외국인 투수의 상징과도 같았던 리오스. 하지만..  (사진: 두산 베어스) 

리오스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뤘던 맷 랜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2005년부터 4년 동안 두산에서 활약했던 랜들은 2007년 12승 8패 ERA: 3.12 WAR 2.46를 기록했다. 이들과 함께 공격에서는 김동주, 이종욱, 고영민 등의 활약으로 두산은 초반 6연패를 극복하고 한국시리즈 진출까지 성공했다.

*2007시즌 두산 베어스 투수진 WAR 보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2번째 시즌이었던 2009년 롯데에는 조정훈, 송승준의 활약이 빛났다. 조정훈은 14승(1위) 9패 175탈삼진(2위) ERA:4.05 WAR:4.82를 기록하며 롯데의 차세대 에이스로 발돋움하는 듯했다.(* 이후 팔꿈치 부상으로 계속된 수술, 재활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송삼봉이라는 별명을 얻게 한 2009시즌 송승준의 완봉승 행진. (사진: 롯데 자이언츠)

여기에 2009년 송승준은 3경기 연속 완봉승을 기록하며, 아직도 많은 팬들이 회자하는 ‘송삼봉’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송승준은 6월 28일 한화전(2:0)을 시작으로 7월 4일 SK전(1:0), 10일 히어로즈전(3:0)까지 3연속 완봉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롯데의 상승세에 큰 일조를 했다. 6월 초 승패 마진 –13까지 기록했던 롯데는 이후 10일 히어로즈전을 기점으로 8연승을 기록했다.

*2009시즌 롯데 자이언츠 투수진 WAR 보기

14년 LG에는 특출난 에이스 투수는 없었다. 하지만 김기태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 이후 부임한 양상문 감독의 투수 운용이 빛났다. 리오단, 우규민, 류제국을 필두로 한 선발진과 마무리 봉중근을 중심으로 이동현, 임정우, 신재웅 등의 불펜진이 적재적소에 투입되었다. 여기에 4강 경쟁자였던 롯데, 두산의 급격한 하락세로 LG는 기적의 4강에 성공했다.

*2014시즌 LG 트윈스 투수진 WAR 보기

# 로저스, 위대한 에이스가 될 것인가?

한화의 마지막 보루.에스밀 로저스 (사진: 한화 이글스)

위의 사례를 바탕으로 하면 현재 한화에 가장 필요한 건 상대를 압도하는 에이스 투수의 존재다. 그 역할을 해줄 적임자는 바로 에스밀 로저스다. 지난해 8월  쉐인 유먼의 대체선수로 한화에 입단한 로저스는 그야말로 ‘지저스(Jesus)’였다. 8월 6일 이후 10경기에 출장해 6승 2패 ERA: 2.97, 시즌 최다인 3번의 완봉승을 기록한 바 있다. 

대형 에이스라고 판단한 한화 구단은 19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일찌감치 안기며 로저스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을 비롯한 여러 악재가 그의 앞을 막았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통증은 시범경기, 정규리그 개막 이후에도 그를 볼 수 없게 했다. 4월 중순이후에야 실전 투구를 시작했고 2군 경기 등판과 자체 청백전을 소화했다. 

그리고 5월 8일 로저스가 돌아왔다. 지난해 첫 완봉승의 제물이던 kt를 상대로 5.1이닝 9피안타 2볼넷 4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다. 로저스만 돌아오기를 오매불망하던 팀과 팬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첫 등판이었다.

과연 로저스가 이후 등판에서는 지난 시즌 같은 모습을 선보이며 96시즌 구대성, 07시즌 리오스, 09시즌 조정훈처럼 최하위이던 팀을 가을 잔치로 이끌 수 있을 지 지켜볼 대목이다.

추가 조건이 한가지 더 있다. 로저스만이 아닌 다른 선발투수도 이제는 첫 번째 투수가 아닌 선발투수의 역할을 해야 한다. 구대성의 곁에는 송진우, 정민철, 리오스 뒤에는 랜들이 있었듯 로저스 어깨 위에 놓인 무거운 짐을 덜어줄 동료가 한 명 쯤은 있어야 한다.

# 마지노선  61승 53패

퀵후크 논란, 전력분석 코치의 월권 논란 등 시즌 초 한화는 경기 내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지난 5일 사령탑 김성근 감독은 허리 디스크 수술로 당분간 자리를 비울 예정이다.

9일 기준 5위 kt와의 승차는 6.5 경기 차, 5할 승률에 14승이 모자라다. (5할 고지를 넘어서기 위해 14번 이상의 위닝시리즈가 필요하다.) 개막 전 시즌 전망에 비하면 악몽같은 현실이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가 지난해 초중반 보여준 모습을 감안하면 치고올라갈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 열정적인 한화 팬들 또한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최하위팀들의 역대 기록 또한 희박하지만 가능성이 제로가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지난 시즌 5위 SK(69승)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화가 남은 110경기에서 거둬야 하는 마지노선은 61승 53패(0.555)다.)

지금 한화에 가장 필요한 건 팀내에 자욱한 어두운 분위기를 일소할 에이스의 호투와 저력을 갖춘 선수들을 좀더 신뢰하고 맡겨주는 벤치의 인내심이라고 판단된다.

(사진 및 앰블럼: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및 각 구단)


[기록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KBO 기록실]


윤성원 필진/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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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프로야구 통계미디어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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