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칼럼] 또다시 AV 늪에 빠진 뉴캐슬, '비치볼'과 함께 힘을 잃다

조회수 2016. 5. 9. 09: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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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캐슬의 평행이론? 7년 전 기억을 되살리다

또다시 아스톤 빌라에 발목을 잡혔다.

뉴캐슬은 최근 라파 베니테즈 감독 부임 이후 2승 2무를 기록하며 강등권 탈출이 유력해 보였다. 더욱이 함께 강등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두 팀(선더랜드와 노리치 시티)이 각각 첼시와 맨유라는 강호를 상대한다는 점에서 아스톤 빌라는 비교적 상대하기 쉬운 팀이었다.

하지만 뉴캐슬은 이미 강등이 확정된 아스톤 빌라를 상대로 속절없이 무승부를 거두고 말았다. 더구나 라이벌이자 잔류경쟁을 펼치는 선더랜드가 첼시를 꺾으며 리그 17위로 올라섰다. 상황이 바뀌었다. 선더랜드(리그 17위, 승점 35)와 노리치 시티(리그 19위, 승점 31)는 아직 1경기를 덜 치렀고 뉴캐슬(리그 18위, 승점 34)의 마지막 상대는 무려 ‘리그 2위’ 토트넘이다.

뉴캐슬이 또다시 아스톤 빌라에 발목을 잡힌 건, 7년 만이다. 2009년 5월 25일, 빌라 파크로 원정을 떠나 0-1 패배를 당하며 강등당했다. 당시 빌라는 지금처럼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었다. 후반기 헐시티전 승리를 제외하고 12경기 5무 6패를 기록 중이었다. 동시에 뉴캐슬과 강등싸움을 펼치던 선더랜드와 헐시티 또한 각각 첼시와 맨유(심지어 스코어도 각각 2-3, 0-1이었다)를 상대했다. 뉴캐슬이 또다시 강등당한다면 팬들은 여러모로 7년 전 악몽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한편 빌라는 이날 무승부로 12경기 만에 승점을 획득했다. 시즌 내내 처참한 수비력을 보여주며 당혹스러움 안겨주었던 것과 달리, 에릭 블랙 감독대행 지휘 아래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빌라는 5-3-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끈끈한 수비를 펼쳤다. 우선, 최전방 공격수가 상대 중앙 미드필드 지역에 머무르며 중앙 수비수가 중원으로 공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다음, 공이 측면으로 향하면 3명의 미드필더 중 좌우를 맡는 가나 게예와 애쉴리 웨스트우드가 이동해 상대 풀백 또는 측면으로 빠진 중앙 미드필더를 압박했다. 만약 상대의 패스 또는 침투가 발생하더라도 5명의 수비수가 있어 상대 윙포워드와 전방에서 놓친 풀백을 마크할 수 있었다.

특히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압박은 이날 경기서 빌라가 주도권을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전방부터 빠르고 강한 압박을 펼쳐 상대를 위협하다 보니 뉴캐슬 수비수들의 패스실수가 나타났다. 그만큼 공격수들이 중앙 미드필더를 맡다가도 전진해 중앙 수비수를 압박하는 타이밍 포착과 집중력이 좋았다. 뿐만 아니라 공격수 이외 미드필더와 수비수들까지 함께 상대를 전방에서부터 압박하려 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흔히 패색이 완연한, 자신감이 없는 팀에서는 이러한 전진수비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빌라는 자신감이 넘쳤다. 여전히 서툴긴 해도 강하게 상대를 밀어붙이고 침착하게 공을 소유했다.

갈수록 급해지는 건 뉴캐슬이었다. 베니테즈 감독은 후반 6분 만에 파피스 시세 대신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를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더니, 수비성향의 중앙 미드필더 체이크 티오테와 잭 콜백을 빼고 공격능력이 뛰어난 아요세 페레스와 시엠 데용을 투입하며 초조한 기색을 억눌러보려 했다. 

그러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아스톤 빌라 팬들이 잔디 안으로 던진 수많은 ‘비치볼’로 인해 뉴캐슬의 분위기는 다소 산만해졌다. 반면 빌라는 경기막판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고 상대를 끝까지 압박했다.

빌라 팬들은 창단년도인 1874년을 상징하는 후반 74분, ‘사상 최초 강등’이라는 성적에 대해 구단에 항의하고자 그라운드 안으로 비치볼을 던졌다.

이제 남은 건 누가 떠나고 남느냐다. 라이벌 뉴캐슬과 선더랜드 간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왓포드와 에버튼'이 번갈아 잔류경쟁을 펼치는 선더랜드와 노리치 시티를 상대한다. 과연 뉴캐슬이 7년 전처럼 아스톤 빌라에 발목을 잡혀 함께 강등당할지, 아니면 극적인 잔류를 이끌어낼 지 기대된다. 혹시 모른다. 이들이 레스터 시티처럼 다음해 우승팀이 될지도.


분석 = 박경훈, 전주대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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