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고개숙인 서상민에게, "괜찮아요. 우리는 알파고가 아니잖아요"

조회수 2016. 5. 6. 14: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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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이 지난 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6차전에서 장쑤와 2-2로 비기며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16강 진출에 성공하고 조 1위까지 지켰으니 결과적으로는 원했던 그림이 나왔다. 하지만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힘겨운 승부였다. 1-2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나온 후반전 임종은의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행여 그 동점골을 지켜내지 못했다면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특히 황금 같은 기회를 하늘로 날려버린 서상민에게는 더더욱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이날 후반에 교체 투입된 서상민은 후반 추가시간에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잡았으나 슛을 공중으로 날리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했다. 다행스럽게도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고 승패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스스로도 충격이 적잖아 보였다.

경기 종료와 함께 전북 벤치에서는 참고 있던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행여 16강 진출이 무산될까 마음 졸였던 선수들이 그제서야 안심한 것이다.

당사자는 심각한데 마주치는 선수마다 웃음을 참느라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사실 그냥 덤덤하게 넘어가기에는 너무 씩씩한(?) 슈팅이긴 했다.

힘겹게 얻은 16강 티켓에 대한 기쁨과 탄성이 모두 서상민에게 쏟아졌다. 

동생들부터 큰형 이동국까지 다들 한마디씩 거드는데 몸둘 바를 모르게 부끄러웠던 서상민이다. 

팬들과 함께 승리의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도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서상민

다들 기분 좋게 웃는데 결코 함께 웃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터덜터덜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는 뒷모습은 연민이 느껴질 정도로 짠했다. 하지만 툭툭 털어도 좋을 일이다. 실수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면서 그런 실수를 한다.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본 일이다. 

예전에 한 베테랑 선배가 "선수들이 골을 넣고 카메라 앞으로 달려오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라는 질문에 "굉장히 떨리구요... 제발 내 앞으로 오지마라~오지마라~생각합니다"라며 멋쩍게 웃던 게 생각난다. 너무 솔직한 답변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 저런 선배도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있구나' 싶었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처음으로 출전한 경기, 절대로 지면 안되는 상황.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황금 같은 기회. 찰나에 많은 생각이 스쳤을 것이다. 득점에 대한 설렘도 있었을 것이고, 득점하지 못하면 어쩌지 라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너무 어이없게 날려버렸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었다. 슈팅을 하기 전 머뭇거리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비록 공은 하늘 높이 날아갔지만 잘 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컸는지 그 크기를 헤아리기는 충분했다. 사실 그 장면만 도려내면 서상민은 너무나 완벽한 복귀전을 소화했다. 1-2로 뒤지고 있던 전북은 서상민이 들어오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동점골을 기록했다. 비록 공중으로 떠버리긴 했지만 그런 기회를 만들어낸 것 역시 서상민 자신이었다. 그러니 이제 그만 그 경기, 그 장면은 잊기 바란다. 당신은 충분히 잘했고, 앞으로 더 잘할테니 말이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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