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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원사이드컷] 축구에서 장점은 단점도 될 수 있다.

조회수 2016. 5. 1. 03: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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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클래식 8R 수원 삼성 vs FC서울 매치리뷰
2016 첫 슈퍼매치는 1-1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K리그에서 4-1-4-1 포메이션을 가장 잘 활용하는 수원 삼성과 3-5-2 포메이션을 가장 능숙하게 활용하는 FC서울의 올 시즌 첫 슈퍼매치는 1-1 무승부로 종료되었다. 

30일 오후 3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8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7분만에 터진 산토스의 골로 수원이 앞서나갔으나 후반 12분 서울 아드리아노의 동점골로 양 팀은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수원 삼성 선발 라인업 (출처: 수원 삼성 페이스북)
FC서울 선발 라인업 (출처: FC서울 페이스북)

# 관전 포인트 

올 시즌 1패만 기록하며 리그 선두에 올라있는 FC서울의 팀 컨디션은 그동안 뒷심 부족으로 많은 승점을 잃은 수원 삼성보다 앞서 있었다. 다만 신진호의 군입대 이후 미드필드 조합이 바뀌며 미세한 차이가 느껴졌다. 서울 중원의 불안요소를 수원이 잘 공략한다면 미드필드에서 대등한 싸움도 가능한 부분이였다. 서울은 그동안 치른 경기에서 잘 보이지 않은 단점들이 나타날 수 있는 경기였고, 수원 또한 승리한다면 지난 ACL 오사카 원정에서 거둔 승리보다 확실한 터닝포인트를 만들 수 있었다. 


# 축구에서 한 팀의 장점은 반대로 단점도 될 수 있다.

현재까지 FC서울은 포지션별로 훌륭한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내겐 신진호-주세종-다카하기로 구성된 세 명의 중앙 미드필드 조합이 가장 인상적이였다. K리그에서 가장 공을 잘 만지는 세 명의 미드필더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환상적이였다. 선수들은 경기 진행 중 3초~5초 후 상황에 대해 동료와 머릿속에서 같은 그림을 그리면 서로 호흡이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의 사비, 이니에스타처럼 같은 교육을 받으며 같은 철학을 공유하면 자연스레 호흡은 더욱 잘 맞는다. 하지만 같은 포메이션 속에서 비슷한 역할이라도 서로 축구를 해 온 환경이 다르기에 생각이 다른 경우가 훨씬 많다. 신진호-주세종-다카하기는 올 시즌 FC서울에서 처음으로 조합을 맞췄지만 마치 어린 시절부터 같은 철학을 공유한 것 같이 경기했다. 이들이 있었기에 수비의 오스마르도 빛났고 전방에 위치한 데얀과 아드리아노도 빛났다. 2016 FC서울 3-5-2의 핵심은 분명 중원 조합이였다.

하지만 이제 신진호는 없다. 16일 수원FC 전을 끝으로 입대했고 최근 부리람, 울산을 상대한 두 경기에서 박용우, 이석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두 경기 모두 승리했지만 서울이 그린 그림은 예전만큼 아름답지 않았다. 마치 곳곳에 스케치 없이 색만 칠한 느낌도 있었다.

FC서울에서 신진호의 3개월은 짧지만 강렬했다.

수원 삼성은 그동안 서정원 감독 체재에서 4-1-4-1을 플랜A로 운영했다. 수비라인 바로 앞에 위치한 수비형 미드필더 ‘1’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고 2선에 배치된 4명이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지난 시즌 수원이 공격수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한 이유는 2선 자원들의 우수한 ‘동시 다발적인 침투’에 있었다. ‘1’ 역할을 맡은 선수가 공을 갖고 중앙선 넘어로 전진하면 2선에 위치한 4명이 동시에 그리고 다양한 방향으로 침투한다. 자연스레 빠르고 간결한 볼 터치가 이루어지며 2선 자원들의 득점 또한 활발해진다. 이날 2선에 선발 출전한 염기훈-권창훈-산토스-이상호는 중앙과 측면에서 동시에 뛸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이것은 바로 공수 두 가지 상황에서 우수한 공간 이해로 연결되었다. 

축구에서 한 팀의 장점은 반대로 단점도 될 수 있다. 서울의 미드필드에는 변화가 생겼고 수원은 그것에 대해 잘 준비했다. 팀 전력, 분위기에서 서울이 앞섰지만 수원 선발 라인업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 적절히 배치되었다. 아무리 슈퍼매치가 과거와 같지 않다고 해도 설마 양 팀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까지 적어질까?


# 전반전에 나타난 신진호의 공백 그리고 수원의 템포 조절

전반 7분만에 산토스의 골이 터지며 수원이 앞서나갔다. 역습 상황에서 권창훈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며 빠르게 공을 운반했고 염기훈의 크로스 또한 훌륭했다. 

반면 공 점유율은 높았지만 전반전 서울의 미드필드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기동력 좋고 볼 배급과 축구 지능까지 훌륭했던 신진호의 공백이 시간이 갈수록 느껴지기 시작했다.

1. 공격 전개 시, FW와 MF의 거리가 멀었다.

전진 패스 투입 후, 서포트가 부족하다보니 데얀과 아드리아노의 추가적인 움직임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2. 중앙 미드필더끼리 공에 대한 공유가 되지 않았다. 

공은 주고 받으며 점유율은 유지하지만, 3초 후에 어떻게 전개할지, 어떻게 풀어나갈 것 인지에 대한 생각까지 공유되진 않은 듯 했다. 이른 시간에 실점하다보니 공을 갖고 있음에도 조급함이 보였다. 자연스레 무리한 전진 패스가 발생했고 이는 수원의 인터셉트 후 역습으로 이어졌다.

3. 때려야 할 때 때리지 못했다.

후반전에 특히 눈에 띈 장면이다. 신진호는 과감한 슈팅에도 장점이 있었다. 서울이 상대 진영에서 세밀하게 공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각도가 열리면 신진호는 슈팅을 시도하거나 동료가 바로 슈팅을 할 수 있도록 마지막 패스를 연결했다. 하지만 서울의 미드필더들은 슈팅을 아꼈다. 수원 수비의 블로킹도 활발했지만 후반전 한 두 장면에서는 신진호의 ‘사이다’ 같은 중거리 슈팅이 서울에겐 필요했다.

전반 중반까지 수원은 경기의 템포를 잘 조절했다.

오히려 이른 시간에 득점한 수원의 템포 조절이 눈에 띄었다. 축구에서 이기고 있을 때와 지고 있을 때 경기의 템포를 조절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컴퓨터 게임에서는 쉽지만 실전에서는 이 템포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역시 베테랑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한데 수원은 염기훈을 중심으로 빠르게 갈 때와 느리게 갈 때, 그리고 권창훈이 앞으로 갈 때와 옆으로 갈 때를 잘 구분하여 경기를 운영했다. 11명이 같은 템포 속에서 경기를 뛰다보니 자연스레 공수 양면에서 형태가 우수했고 서울에 계속된 공격에도 간격 유지가 비교적 잘 되었다.


# 서울, 점유율 속에서 힌트를 찾아내다

경기 전, 수원이 서울이 갖고 있던 미드필드의 불안요소를 잘 공략한다면 생각보다 매우 치열한 중원 싸움이 전개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수원은 수비 상황에서 단위적으로 잘 움직였고 최전방 김건희도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힘을 보탰다.

김건희는 수비적으로도 많은 공헌을 했지만 후반 너무 빠르게 페이스를 잃었다.

수원은 미드필드 지역에서 서울이 잘 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했다. 다만 이른 시간 터진 수원의 골은 오히려 수원이 무게 중심을 너무 빨리 내려 버리는 상황을 만든 것 같았다. 중심을 내린 것보다는 오히려 내려진 것이라고 보는게 좋을까? 전반 30분이 넘어가며 서울은 높은 공 점유율을 바탕으로 공격 전개의 힌트를 찾기 시작했다. 중앙에서 아드리아노와 다카하기의 콤비네이션, 측면에서 고광민과 데얀의 인상적인 콤비네이션도 만들어졌다. 특히 중앙에서 세밀함이 만들어지지 않자 고요한, 고광민 등 윙백들이 직접 침투하고 연계하며 공격에 앞장선 장면은 매우 훌륭했다.


# 같은 거리를 뛰더라도 먼저 지치는 쪽은 공을 덜 갖고 있는 팀이다. 

지공 상황에서 노력하는 서울, 역습을 시도하는 수원. 경기의 양상은 이렇게 흘러갔다. 

후반 초반 수원은 두 차례 좋은 역습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후반 12분, 서울은 끝내 중앙 루트를 통해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아드리아노는 양상민보다 뒤에 있었지만 폭발력을 발휘하며 먼저 안쪽 코스를 선점했고 결국 재치있게 득점했다. 1-1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간 후 수원선수들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무거워졌다. 수원은 전반전 45분 중 서울보다 공 없이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체력을 더 빨리 그리고 많이 소비했다. 전반전 이른 선제 득점 후 보낸 40 여분의 리듬은 결국 예상보다 빠른 체력 저하로 이어졌다. 한 골 리드의 상황은 수원 선수들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지만 아드리아노의 동점 골로 지친 수원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추가되었다. 수원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지친 김건희 대신 조동건을, 부상 당한 오장은 대신 백지훈을 투입했지만 큰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 역시 하프타임에 박주영, 후반 11분에 이석현을 교체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지만 필요한 상황에 슈팅이 나오지 않으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 규칙12. 반칙과 불법 행위

후반 36분, 득점 기회를 맞은 아드리아노를 곽희주가 반칙으로 멈춰 세웠다. 김상우 주심은 옐로우 카드를 꺼냈고 서울 선수들은 이에 항의했다. FIFA 경기 규칙12. 반칙과 불법 행위에는 퇴장성 반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골을 향해 이동하고 있는 상대 선수의 명백한 득점 기회를 저지시킨 경우"

추가적으로 ‘득점 또는 득점 기회의 저지’를 보면 주심은 득점 또는 명백한 득점 기회의 저지를 이유로 선수를 퇴장시킬지 여부를 결정할 때에 다음의 조건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 위반과 골 사이의 거리

● 볼의 통제를 유지할 또는 획득할 가능성

● 플레이의 방향

● 수비수의 위치와 숫자

주심은 아드리아노의 반칙 상황을 ‘명백한 득점 기회’로 판단하지 않을 것일까? 아니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퇴장 상황에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까? 

주심이 카드를 꺼내는 순간, 곽희주의 시선은 주심의 손을 따라갔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최용수 감독은 "판정에 관해서는 모든 감독들이 할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판정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조금 아쉽지만은 크게 와닿는 부분은 아니었다“라며 입장을 조심스레 말했다. 

양 팀의 팬들과 선수, 코칭스텝은 모든 것을 다 걸고 '대단한' 경기를 보여주었다. 비록 무승부로 끝났지만 K리그의 스토리, 그 중심에 있는 '슈퍼매치'에 걸맞게 뛰어주었다. 다음 슈퍼매치 리뷰에는 양팀의 멋진 골 장면과 감독들의 훌륭한 용병술, 그리고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대한 이야기만 다룰수 있으면 좋겠다.

서울의 문제점은 확실해졌다. 하지만 속성으로 보완하긴 어렵다. 수원 역시 기대했던 터닝포인트를 이 경기에서 만들지 못했다. K리그는 이제 8라운드가 지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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