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 제한 시간 90분, 상대의 작은 틈을 찾아라

조회수 2016. 4. 27. 09: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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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맨체스터시티 vs 레알마드리드

사상 첫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을 경험한 맨체스터 시티, 최근 6시즌 연속 준결승에 진출했으나 그 중 단 한 차례만 승리했던 레알 마드리드 모두에게 조심스러웠던 90분이였다.

27일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15/16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양 팀은 득점없이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로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보단, 상대의 강점을 파악하여 방어하는데 비중을 둔 경기였다.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팀들이 리스크를 최소화하여 경기 할 때 어떻게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지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다. 솔직히 오늘 경기는 해설하는 것보다 조용히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였다.

양 팀의 라인업 및 선수 기용

# 선발 라인업 & 관전포인트

맨체스터시티는 최상의 라인업을 구성했다. 야야 투레가 부상으로 제외되었지만 복귀한 콤파니는 준비가 잘 되어있었고 PSG를 상대한 지난 8강에서 좋은 역할을 해낸 페르난두-페르난지뉴-데브라이너로 구성된 중앙 미드필드진이 그대로 선발 출전했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마지막까지 출전 가능성을 점검했던 호날두가 결국 명단에서 제외되며 바스케즈가 벤제마, 베일과 함께 전방에 배치되었다. 양 팀 중앙 미드필더들의 영향력이 핵심 요소 였기에 카세미루가 보여줘야 할 수비적인 능력은 대단히 중요했다.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 (출처: 스포티비 중계화면)

# 맨체스터 시티의 적극적인 스타트

킥 오프 휘슬과 함께 경기에 보다 빨리 들어온 팀은 맨시티였다. 높은 지점에서 수비를 시작했고 빠른 속도로 단위적인 전방 압박을 진행했다. 맨시티의 초반 전략은 레알 마드리드에게 어려움을 제공했다. 특히 페페와 라모스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 수비수들이 초반 공을 갖고 있을 때 어려움을 겪었다. 디펜더에서 미드필더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맨시티는 이 곳에서 지속적으로 기회를 노렸다. 전반 중반까지 레알 마드리드가 1차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은 원인은 크게 세가지 였다.

1. 자신의 진영에서 진행되는 패스의 속도가 느렸다.

2. 패스를 주고 받을 때 서로간의 거리가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3. 다소 성급하게 중앙 지역으로 전진패스를 시도했다.

경기 초반 반복되었던 레알 마드리드 중앙 수비수들의 실수

세 가지 모두 연관성이 있었다. 우선 수비 라인에서 진행되는 패스의 속도가 다소 느리다보니 맨시티 공격진이 압박 타이밍을 설정하기 수월했다. 또한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과 미드필드진에서 패스가 진행될 때 서로의 거리가 가까운 장면이 많았다. 즉, 패서와 리시버의 거리가 가깝기에 맨시티 선수 한명이 동시에 두 명의 레알 마드리드 선수를 수비 범위에 둘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진패스를 시도하는 타이밍이 성급했고 방향에도 문제가 있었다. 레알의 중앙 수비수들은 중원에 위치한 모드리치나 크로스가 리시빙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기 전에 공을 투입했다. 서로 눈이 맞기도 전에 다소 성급하게 투입된 공은 무게감을 앞쪽에 둔 맨시티에게 매우 적합한 사냥감이였다.

빌드업 과정에서 패서와 리시버의 거리가 가까울 때 발생하는 문제점

# 리듬을 찾아가는 레알 마드리드

전반 20분 이후에는 레알 마드리드도 리듬을 찾기 시작했다. 사실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 초반 어려움을 느낀 부분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 상황이였다. 전체적인 형태와 패스의 선택이 좋지 않다보니 빠르게 다시 공을 맨시티에게 넘겨주었다. 하지만 수비 상황에서는 견고했다. 맨시티가 레알 마드리드 진영에서 여러차례 공을 빼앗았지만 슈팅으로 연결되는 장면은 드물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전반 중반까지 너무 빠르고 쉽게 공을 맨시티에게 넘겨주었다.

전반전 맨시티가 점유율에서 앞섰고 상대 진영에서 발휘하는 영향력도 컸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 블록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잘 갖춰진 상대의 수비 블록을 파괴하는 것은 맨시티에게 익숙한 일이지만 EPL과 챔피언스리그의 차이를 스스로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비록 호날두는 없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속공은 맨시티에게 큰 부담이였다. 그렇기에 맨시티는 중앙선 넘어 공을 갖고 있을 때도 중원 자원인 페르난두와 페르난지뉴, 풀백에 위치한 사냐, 클리시가 마음 놓고 공격적으로 서포트를 하지 못했다. 2선 자원 더하기 아구에로 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 공 들어갈 곳 없는 중앙, 살얼음판 같은 측면

오늘 경기에서 양 팀이 공통적으로 가장 두려워 한 것은 실점인 듯 했다. 그래서인지 경기 내내 양팀의 중앙 지역은 매우 견고했다. 중앙으로 전진패스가 진행되어 인상적인 장면이 나온 것은 후반 1분 아구에로의 슈팅이 거의 유일했다. 역습 과정에서 공을 빼앗겨 재역습을 당하는 ‘크로스 카운터’에 대해 서로 부담을 갖고 있었다. 상대의 중앙이 견고하면 자연스레 측면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양 팀의 풀백이 적극적으로 전진하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페르난두와 페르난지뉴는 지난 PSG전과 같이 데 브라이너를 비롯한 맨시티의 2선을 수비적으로 잘 뒷받침했다. 하지만 공격적인 상황에서는 다소 소극적이였다. 아구에로, 데 브라이너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고 지난 8강에서 돋보였던 데 브라이너와 측면 유닛간의 콤비네이션도 잘 나오지 않았다. 여기에 전반 39분 갑작스럽게 실바가 부상으로 교체되며 맨시티의 공격 전개는 더욱 어려워 졌다. 

레알 마드리드 역시 어려움을 겪었다. 호날두가 빠진 공격진은 날카로움도, 속도도 부족했다. 부상의 여파가 있던 벤제마는 조용히 전반전만 소화했고 바스케스와 베일은 부지런했지만 효율은 부족했다. 미드필더 카세미루는 수비적인 역할을 잘 수행했지만 공을 갖고 있을 때는 오히려 맨시티 선수들에게 좋은 공략 지점이 되었다. 반면 모드리치는 빛났다. 전반 중반까지 빌드업 과정에서 반복된 실수로 막혀있던 레알의 숨통을 열어주었다. 모드리치는 항상 공을 받기 좋은 위치에 서 있었으며 한두번의 간결한 터치로 공을 전개했다. 왼쪽에서 온 공은 오른발로, 오른쪽에서 온 공은 왼발로 첫 터치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이런 작은 습관이 큰 차이를 만들었다.

공 하나 들어오기 쉽지 않은 중원에서도 모드리치는 특별했다.

# 맨체스터 시티의 불안요소

전반 내내 높은 지점에서 압박을 시도했던 맨시티의 불안 요소는 체력이였다. 후반 어느 시점까지 기동력을 유지 할 수 있을것인지, 기동력이 떨어졌을 경우 플랜B는 어떻게 진행 시킬 것인지가 관건이였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맨시티의 불안요소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후반 15분이 지나자 맨시티의 공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공격 유닛들이 공을 빼앗긴 후 전반전처럼 빠르게 그 위치에서 수비로 전환하지 못했다. 또한 실바의 부상으로 교체 투입된 이헤아나쵸는 공수 양면에서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못했다. 현대 축구에서 공격수의 수비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공격수가 풀백 위치까지 내려가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공격 하다가 공을 빼앗겼을 때 그 위치에서 바로 다시 도전 할것인지, 아니면 지연 할것인지 판단하는 것, 그리고 도전해야 할 때 100% 힘을 다해 압박을 시도하는 것이 공격수에게 요구되는 수비 능력이다. 공격수가 10미터 압박해서 차단 할 수 있는 공이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아 살아나간다면 미드필더는 그 공을 차단하기 위해 20미터, 수비수는 30미터 이상 이동해야 한다. 필드에 들어온 이상 어떠한 상황에서도 경기에 관여해야 하지만 이헤아나쵸는 오늘 관여되지 않은 상황이 많았다. 

맨시티 2선의 기동력 저하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3선과 4선으로 이어졌다. 맨시티의 벌어진 공수간격을 레알 마드리드가 적절히 공략했다. 모드리치와 크로스가 전반전보다 적극적으로 공을 뿌리기 시작했고 풀백들의 전진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후반 중반부터는 레알 마드리드가 모든 상황에서 맨시티 보다 한발 앞서며 여러 차례 맨시티 골문에 접근했다. 조 하트의 두 차례 결정적인 선방이 없었다면 오늘 경기의 승패는 갈렸을 것이다.

# 숨막혔던 90분간의 0-0

골을 터지지 않았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걸맞는 경기력이였다. 세계적인 팀, 세계적인 선수들이 90분간 수비를 우선시하며 집중력을 유지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였다. 공 하나 들어갈 곳 없이 압축된 중앙 지역에서도 기어코 좋은 위치를 찾아 공을 만지고 압박을 풀어나가는 모습에 감탄하기도 했다. 1차전 0-0의 결과는 양 팀 모두에게 가능성을 주었다. 덕분에 다음 주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2차전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오늘 양 팀이 꺼내지 않은 창은 다음 주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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