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칼럼] 남기일 감독의 지략, 베테랑 그리고 조커

조회수 2016. 4. 25. 10: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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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결정짓는 순간은 결국 '한 장면'이다.

남기일 감독은 K리그 클래식에서 전략가로 알려진 감독 중 한 명이다. 강한 전방압박과 빠른 공수전환, 측면을 활용한 원투 패스 등 팀 색채가 매우 뚜렷하다. 비록 팀 스쿼드가 얇고, 구단의 열악한 재정으로 스타들을 붙잡기 힘든 상황이지만, 올해 역시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를 타협없이 해나가고 있다. 

그런 남기일 감독이 이젠 경력이 쌓이며 경기상황에 맞는 지략도 활용하고 있다. 수원과의 경기 후반 42분, 팀은 0-1 로 끌려가지만 경기력 자체는 대등했다. 이때 남기일 감독은 미드필더 이찬동을 빼고 수비수 박동진을 투입했다. 박동진을 투입한 이유는 장신수비수 홍준호를 공격진영으로 전진배치하기 위함이었다. 

#1 홍준호의 헤딩

홍준호의 전진 배치는 대성공이었다. 후반 42분 박동진이 하프라인 아래서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안까지 한 번에 롱패스를 시도했고, 홍준호는 이를 타점 높은 헤딩으로 박스 안에 볼을 투입하는데 성공했다. 

홍준호의 위치가 포인트였다. 보통 득점을 노리기 위해서는 박스 중앙에 머문다. 하지만 홍준호는 상대 풀백의 위치, 약간 측면으로 빠져있었다. 

[페널티 에어리어와 약 15미터 떨어진 지점, 바이탈 에어리어(Vital Area)에서 헤딩 경합을 시켰다.]

센터백 사이가 아닌, 페널티 에어리어 바깥쪽인 바이탈 에어리어에서 공중볼 경합 성공 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두 가지가 있다. 1. 상대 장신 선수와의 직접적 헤딩경합 및 골키퍼의 펀칭을 피할 수 있다 2. 후방에서 단번에 넘어가는 패스보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투입되는 순간의 볼 속도와 정확성이 더해진다.

이날 경기 상황서도 그렇다. 홍준호가 헤딩을 위해 떠오른 상황에서 상대 수비 2명은 경합 자체를 시도하지 못 했다. 홍준호가 헤딩 패스를 투입한 이후 역시, 상대 수비수가 조주영에게 붙어 볼을 커트할 시간적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장신 선수가 중앙 지역이 아닌 측면으로 떨어진 상태서 공을 떨어뜨려주는 상황은, 후방서 공이 단번에 넘어올 때 수비수들이 미리 대처하고 움직일 수 있는 2초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과는 다른 상황이다.

홍준호는 전주대 재학시절에도 센터백으로 경기에 선발출전 후, 골이 필요한 순간마다 최전방으로 올라가 공격을 이끌곤 했다. 이는 지략의 성공이며 조커의 역할 임무 완수다.         


사진출처: MK스포츠

#2 정조국의 마무리

정조국이 다시 득점에 성공했다. 시즌 초반 3경기 연속골을 몰아치다 지난 세 경기에서 침묵했지만, 수원전서 경기 막판 동점골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알렸다.

이날 경기 4번째 슈팅에서 얻은 득점이었다. 페널티 박스 왼쪽 부근서 각도가 열린 상황, 골키퍼가 팔을 뻗었을 때 밑으로 향할 수 있는 정확하고 빠른 슈팅이 필요했다. 정조국의 득점이 정확하게 이에 해당했다. 패스가 진행되는 방향으로 이동 후 왼발 인스텝 슈팅으로 득점을 마무리했다.  

올해 정조국의 득점 패턴을 보면 오른발 3골과 왼발 2골로 양발슈팅이 가능한 공격수의 위력이 그대로 돋보인다. 특히 득점지역은 득점이 가장 많이 터지는 PTA(Prime Target Area) 지역에서 모든 골을 성공했다. 박스 안에서 나오는 슈팅 찬스를 모두 살리고 있는, 팀의 원톱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득점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조커 조주영의 침착했던 연계

조주영이란 신인이 주목받고 있다. 광주 유스팀(금호고) 출신으로 186cm의 장신임에도 스피드와 동료를 활용하는 연계능력이 뛰어난 공격수다. 

조주영은 지난 전남전에서 데뷔하여 투입 5분도 지나지 않아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공격 진영에서 활발하게 전방압박을 시도하고 득점에 성공하는 등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이번 경기에서도 조커로서 성공적인 역할을 완수했다. 후반 30분 교체투입되어 공격진영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더니 정조국의 골을 어시스트 했다. 홍준호의 헤딩패스를 침착하게 연속 헤딩패스로 정조국에게 연결했다. 정조국이 쇄도 후 왼발슈팅을 때릴 수 있는 코스로 정확한 헤딩연결이었다. 

만약 정조국의 머리나 발 앞 쪽으로 연결 했다면 컨트롤 및 슈팅과정에서 상대 수비에게 막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마찬가지로 조주영이 볼을 한 번 컨트롤 후 공격을 이어갔다면 골 장면이 완성 됐을지 장담할 수 없다. 

결국 이 골장면 하나를 위해서 많은 요소가 결합 됐음을 알 수 있다. 남기일 감독의 지략과 홍준호의 높이, 베테랑(정조국)의 침착한 마무리, 조커(조주영)의 집중력 있는 패스가 합작하여 승점을 얻는데 성공한 경기였다. 


분석 = 박경훈, 전주대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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