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MLB리포트]MLB에서도 '빠던'을 볼 수 있을까

조회수 2016. 4. 24. 11: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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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표현에 대한 자유 의사가 점점 존중을 받는 가운데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결정적 지지발언 나와

요즘 MLB의 한국 선수들을 즐겨 보는 팬들에게는 한 가지 궁금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슬러거 박병호(30)가 벌써 4홈런의 거포 본능을 과시하며 장거리포를 꽝 꽝 쏘아대는 가운데 KBO리그에서 보여주었던 그 멋진(?) 방망이 던지기, 즉 '빠던'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141미터의 장쾌한 홈런을 친 직후에도 박병호는 유리병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방망이를 내려 놓고는 비교적 빠른 템포로 운동장을 돌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습니다. 더그아웃에서는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지만 역시 격한 동작은 갈수록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영리한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의 전통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홈런 자축 방법을 수정했습니다. 


작년 MLB 플레이오프에서 토론토 슬러거 호세 바티스타가 보여준 '배트 플립(bat flip)'은 두고두고 화제와 구설수의 대상이었습니다.

작년 포스트 시즌 이래 바티스타의 배트 플립은 계속 구설수에 오르내렸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에 대한 미래의 방향이 정리가 되고 있습니다. ⓒ토론토SNS

10월 15일(한국시각) 캐나다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 ALDS 5차전에서 블루제이스는 6-3으로 승리하며 AL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바티스타는 7회 말 결정적인 3점 홈런을 친 직후 다소 과격한 ‘방망이 던지기(bat flip)’를 시전했습니다. 텍사스 투수 다이슨은 물론 선수들 모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결국 다음 타자 타석에서 신경전 끝에 벤치 클리어링까지 발생했습니다. 

오프 시즌 동안에도 이 장면을 두고 구설수와 화제는 이어졌습니다.

야구 전통주의자들은 당연히 바티스타의 행동에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특히 지난 스프링 캠프 중 현역 시절 최고의 구원 투수로 군림했던 명예의 전당 멤버 구스 고시지(64 양키즈 투수 인스트럭터로 캠프 참가)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다시 들춰내며 "호세 바티스타라는 멍청이가 야구에 먹칠을 했다."고 이름까지 거론하며 "멍청이처럼 방망이를 집어 던져 모든 라틴 선수들도 욕보였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뉴욕 메츠의 세스페데스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쏟기도 했습니다.

역시 명예의 전당 멤버인 역대 최고 3루수 마이크 슈미트도 다른 매체와 인터뷰에서 "요즘 많은 선수들이 왜 홈런 치고 더그아웃으로 뭔가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느끼는지 모르겠다."라며 "바티스타의 장면을 본 어린 선수들이 똑같이 행동할 수가 있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지나친 행동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은퇴한 스타들만의 주장이 아닙니다. 신세대 거포 마이크 트라웃 역시 비슷한 의견이었습니다. 이 문제가 캠프에서 다시 불거지자 지역 신문과 인터뷰에서 트라웃은 “투수들이 배트플립을 싫어하는 이유를 안다. 내가 투수라도 매우 화가 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들이 하든 말든 나는 배트플립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전통 고수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반론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바티스타와 세스페데스는 고시지의 비난에 강한 반발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워싱턴의 떠오르는 스타 브라이스 하퍼도 “젊은 선수들이 경기에서 더욱 재밌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라며 바티스타의 배트 플립이 재밌는 행동이었다고 옹호했습니다. 하퍼는 “일부에서 야구가 지루한 스포츠로 인식되는 것은 선수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표출하지 않기 때문이다"고도 했습니다. 하퍼의 이 발언 역시 고시지 등의 비난을 받았습니다. 고시지는 하퍼가 야구에 대한 존경심이 없다고 공세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500홈런을 넘게 친 보스턴의 거포 데이빗 오티스는 지역 신문과 인터뷰에서 강한 논조로 오히려 배트 플립을 비난하는 측을 공격했습니다. 그는 “시속 95마일짜리 공을 받아쳐서 홈런을 터뜨릴 때 그 맛은 아무도 모른다. 모르면 입을 다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오티스는 “물론 투수 입장에서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만 사나이답게 받아들이면 되지 않느냐."라며 “난 투수가 날 삼진으로 잡고 마운드에서 뭘 하든 아무 상관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덧붙여 “솔직히 투수가 날 아웃시키고 지나친 행동을 하면 난 오히려 분발한다. 내가 투수를 자극하면 투수는 다음에 더 잘 던져서 날 아웃시키면 되지 않느냐.”라며 배트 플립에 대한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은퇴한 양키즈의 영웅 데릭 지터도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배트 플립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는 “팬들은 선수들의 개성과 각자의 성격을 보길 원한다. 또 선수들이 보여주는 재능에 대해 얘기하고 재밌어한다.”라고 말을 뗀 후 “(배트 플립을 하는) 선수들이 무례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히 그들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옹호했습니다. 그리고 영리하게도 “'배트 플립'을 두고 항상 두 입장으로 갈린다. 하지만 나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말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 지터의 말에 답이 담겨있을지도 모릅니다.

야구도 문화나 사회적인 현상처럼 계속 변합니다. 야구의 전통도 중요하지만 시대적인 현상과 요구가 있습니다. 포수의 홈플레이트 블로킹과 주자와 포수의 충돌, 2루에서 병살을 막기 위한 과격한 슬라이딩이 모두 당연히 되던 시대도 결국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배트 플립도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닐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배트 플립에 대해 반대입니다. 야구는 예의와 배려의 스포츠이고, 넓은 범위에서 동업자들인 상대 투수는 이미 피홈런 자체로도 상처를 받은 상태입니다. 상처에다 소금을 뿌리는 ‘빠던’은 야구의 전통에 어긋난다고 여전히 생각합니다.

그러나 야구 전통주의자에서 통계주의자로 변신한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감독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는 “전통이란 정말 신나고 훌륭한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것이 미래를 향한 시선을 막아버릴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배트 플립, 빠던' 역시 시대적인 흐름에서는 볼 때 이제는 더 이상 비난의 대상만으로 볼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풋볼에서도 터치다운 이후의 격한 축하 동작이 자리를 잡은지 오래고, 축구에서는 득점 후 어떤 세리모니가 나올지 팬들은 궁금해 합니다. 농구에서도 어느 정도 득점 세리모니는 인정을 합니다. 너무 과격한(그 선을 명확히 긋는 것이 어렵지만) 행동만 아니라면 대부분 스포츠에서 이제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23일 결정적인 한 마디가 나왔습니다.

MLB의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이날 AP와의 인터뷰에서 “감정 표현에 대한 불문율의 해석은 선수들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라며 “이 시대의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감정 표현에 대한 자체적인 불문율을 만들어갈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사실상 배트플립 금지에 대한 ‘봉인 해제’라고도 해석할 수 있는 발언입니다.

맨프레드의 발언은 더욱 구체적으로 이어집니다. 그는 “브라이스 하퍼는 요즘 선수 세대의 대변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기 중에 선수들의 더 많은 감정 표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층을 향한 마케팅은 대단히 중요하다. 60대 은퇴 선수가 ‘우리 시대에 이렇게 야구를 했으니 너희도 그에 따라야 한다.'라는 주장보다는, 젊은 선수들이 불문율에 대한 정의를 정립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라며 새로운 변화에 대해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고시지 등 지난 세대의 의견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중남미 선수 등 다양한 국가의 야구와의 차이 등도 접점을 찾아갈 것이라는 말도 했습니다.  

MLB의 수장인 맨프레드 커미셔너의 이 발언은 결국 새로운 변화를 향한 도약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MLB에서도 ‘빠던’을 종종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USA Today, LA Times, Boston Globe 등을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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