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컷] 수원 블루윙즈는 아직 날개를 펼치지 않았다.

조회수 2016. 4. 22. 13: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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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4월, 수원 삼성 블루윙즈

지난 19일에 열린 ACL 조별리그 G조 5차전, 수원 블루윙즈가 감바 오사카를 상대로 2-1로 승리한 경기를 해설했다. ACL 조별리그 4차전까지 3무 1패로 3위에 처져있던 수원에게는 원정이지만 반드시 승리해야 했던 경기였다. 올 시즌 초반 K리그와 ACL에서 이어지고 있는 좋지 않은 흐름과 구단 운영 등 산적한 문제에 대해 구단에 메시지를 전하고자 수원의 서포터 ‘프렌테 트리콜로’는 경기 전날 공식 성명서까지 발표한 상황이였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홈 경기장인 수원 월드컵 경기장 '빅버드'

1승 7무 2패. 

감바 오사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열 차례 공식전에서 기록한 수원 블루윙즈의 성적표다. K리그 클래식에서 1승 4무 1패, ACL 조별리그에서 3무 1패. 열 경기에서 두 차례 밖에 패하지 않았지만 반대로 올 시즌 수원의 만세 삼창은 K리그 3라운드 상주 전 (2-1 승) 이 유일했다.

이러한 흐름에 팬, 코칭스텝, 선수 모두 스트레스를 받았다. 정성룡, 오범석, 조성진, 김은선, 서정진 등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며 수원의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춥게 느껴졌다. U리그 최고의 공격수 김건희와 이정수, 조원희 등 올드보이들의 귀환 그리고 이용래, 박현범, 조동건, 곽광선 등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했지만 팬들이 설렐만할 ‘오피셜’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보강해야 할 포지션이 어딘지 알고 있고 어느 곳이 문제점인지도 알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시즌 개막 후 다섯 경기 동안 승리가 없던 시기에 진행된 서정원 감독의 인터뷰에서 그 어려움을 엳볼수 있었다. 

수원에게는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시즌 첫 승이였던 지난 상주 상무전이 그 역할을 해줄것으로 기대했지만 공교롭게도 이후 네 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심지어 네 경기 중 세 경기에서 선제 득점을 기록했지만 끝내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특히 제주, 인천 전에서는 추가 시간 실점으로 다잡은 승점 3점을 날려버렸다. 프렌테 트리콜로의 성명서에 있는 내용처럼 지난 시즌까지 극장골을 넣던 팀이 올 시즌에는 극장골을 먹고 있었다. 

수원은 올 시즌 '극장골'을 허용하며 승점을 잃는 경기를 반복했다.

#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르는 염기훈의 ‘한 장면’

가끔 경기 중계를 하다보면 한 장면 때문에 그 경기에 대한 여운이 오래 가는 경우가 있다.

90분 경기의 상황 중 5초에서 10초에 불과한 그 한 장면이 때로는 경기 전체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골이나 환상적인 개인 기술, 또는 골키퍼의 결정적인 선방 장면이 많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후반 33분 캡틴 염기훈이 보여준 이 경기 ‘한 장면’의 여운은 이틀이 지난 지금까지 눈에 아른거린다. 후반 4분과 11분에 터진 산토스의 연속골로 2-0 앞서가던 수원은 후반 중반까지 경기의 리듬을 잘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연이어 리드를 지키지 못한 기억이 있었고 리그 2라운드 전남 전에서는 두 골차로 앞섰지만 종료 10분 전 연이은 실점하며 2-2 무승부를 기록하기도 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리드를 지키는 것은 쉽진 않지만 반복되면 습관이 된다. 하지만 리드를 지키지 못하는 경기가 반복되다 보면 이기고 있어도 선수들에게는 묘한 불안감이 형성된다. 올 시즌 직접 해설한 네 번의 수원 경기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감바 오사카 전에서는 캡틴 염기훈이 그 묘한 불안감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캡틴 염기훈이 보여준 '행동하는 리더쉽'

후반 38분, 전반전 우사미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노동건 골키퍼의 롱킥이 감바 진영으로 넘어갔다. 킥은 길게 진행되었지만 측면에서 공의 바운드 상황과 감바 수비수의 위치를 동시에 확인한 염기훈의 스타팅 포인트는 과감하고 빨랐다. 감바의 센터백 니와는 염기훈의 움직임을 미리 인식하지 못했고 공이 크게 한번 바운드 된 2초 동안 염기훈은 20미터 이상 접근할 수 있었다. 공을 따낸 염기훈의 슈팅은 히가시구치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염기훈은 끝내 공을 지켜냈다.

나에겐 이 플레이가 이 경기 최고의 장면이였다. 염기훈은 모두가 지쳐있던 종료 7분전, 상대에게 평범하게 넘어갈 수 있는 골키퍼의 롱킥을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효 슈팅으로 연결했고 공의 소유권까지 지켜냈다. 수원의 캡틴 염기훈이 만들어낸 이 ‘한 장면’은 그라운드 위에 모든 수원 선수들을 결집시켰다.

이번만큼은 리드를 지키겠다는, 올 시즌 ACL을 이렇게 끝낼수 없다는, 수원은 이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플레이였다. 블루윙즈의 리더는 행동을 통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벤치에서 코칭스텝이 외치는 전술 지시보다, 필드 위 그 어떤 선수의 파이팅보다 조용했지만 그 장면을 본 모든 사람들에게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을 전달했다. 

# 국내에서 4-1-4-1을 가장 능숙하게 구사하는 팀??? 수원!!!

수원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는 서정원 감독의 첫 번째 선택은 4-1-4-1 포메이션이다. 포백 앞에 위치한 ‘1’의 역할을 수행하는 박현범, 백지훈, 오장은의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활동량과 수비력을 갖춰야하고 패스를 전진 시킬 때와 후진 시킬 때의 타이밍 또한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전방 ‘1’의 스트라이커 역할은 정대세가 지난 시즌 후반기 J리그 시미즈 에스펄스로 이적한 후 현재까지 수원이 갈증을 느끼는 포지션이다. 김건희, 조동건, 이고르, 김종민이 있지만 현재까지 썩 만족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은 2선 유닛들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시즌 60골로 K리그 최다 득점 팀이 되었다. (팀 득점 2위 전북 57골)

수원의 장점은 확실한 특징을 갖고 있는 미드필드 2선의 공격력이다. 현재 산토스, 권창훈, 염기훈, 고차원, 이상호, 김종우 등을 활용할 수 있는 2선은 크게 세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1. 좋은 공격 형태 

2. 간결한 볼 터치 후 2차 움직임

3. 동시다발적인 침투

첫 번째 ‘1’의 위치에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하프라인 넘어서 공을 터치 하는 수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수원 2선 유닛들은 좋은 공격 형태를 갖춘다. 넓고 깊게 포진하는 것은 물론 스위칭도 활발하다. 패스를 받기 위한 서포트 플레이와 타이밍 또한 좋다.

공격 전개 시 시야에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이 들어오다보니 볼 터치도 간결해진다. 또한 공을 주고 그 자리에 서 있지 않는다. 이런 움직임과 볼의 흐름 이 익숙해지면 이것이 곧 ‘패턴’이 된다. 

수원은 원투 패스, 삼자 패스, 테이크 오버 등 조합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많은 팀이다. 

무엇보다 2선의 동시다발적 침투 능력이 뛰어나다. 한 명이 공을 잡으면 그 앞에서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선수들이 동시에 여러 곳으로 침투한다. 한 곳이나 두 곳으로 공격수가 침투하면 수비수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 곳에서 그것도 동시에 침투가 진행된다면 수비수의 눈과 머리는 매우 바빠진다. 

수원은 올 시즌 치른 11차례의 공식전에서 시즌 초반 3경기를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4월에 열린 6경기에서는 9골을 기록 중이다. 기록이 말해주듯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지난 감바 전에서 김건희처럼 최전방 ‘1’에 위치하는 유닛이 조금만 더 상대 센터백과 싸워주고 조금만 더 득점 장면에 직접적으로 관여 할 수 있다면 수원의 공격력은 훨씬 강해질 것이다. 

수원은 상대에 상황에 따라 3선에 2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4-2-3-1 도 사용 할 수 있다. 하지만 수비적으로 중앙의 견고함은 기대 할 수 있지만 2선 유닛들이 만드는 수원 스타일의 공격 전개는 위력이 떨어진다. 그렇기에 현재 수원에게는 4-1-4-1 이 딱이다.


# 유스 출신 

권창훈, 구자룡, 민상기, 김건희, 김종우 등 수원 1군에는 유스인 매탄고 출신이 많다. 시즌 초반 K리그와 ACL 일정을 병행하다보니 로테이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덕분에 많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에 있었던 감바 오사카와의 ACL 1차전 홈 경기에는 총 4명의 유스 출신이 선발 출전했고 김종우, 은성수, 김건희가 교체 출전하며 빅버드 데뷔 무대를 갖기도 했다. 시즌을 진행하면서 최대한 많은 선수들의 1군 경기 출전은 분명 의미가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시간이 갈수록 서정원 감독이 선택할 수 있는 폭과 가지 수가 많아질수 있다는 점이다. 

경기력 측면에서 유스 시스템은 한가지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다. 경기 중 어떤 상황이 발생 했을 때 그것을 풀어나오는 방법에 대한 우선 순위의 생각이 동일 하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경기를 하며 수차례 같은 상황을 풀어왔기에 ‘이럴때는 이렇게’ 식으로 여러 명이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

단 전제 조건이 있다. 바르셀로나처럼 확고한 팀의 철학이 정립되어야 한다. 팀 철학이 뚜렷한 팀은 1군 감독이 바뀌어도 핵심 스타일은 변하지 않는다. K리그의 역사는 30년을 조금 넘었다. 그리고 현재 K리그 클럽들은 팀 철학의 기초 작업을 다지고 있는 단계다. 

수원의 유스 매탄고(U-18)은 올해 2월 춘계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1군 무대의 한 경기는 크다. 잘하면 잘한대로, 못하면 못한대로 얻는 것이 있다. 선수마다 성장 속도는 다르지만 2014년 김두현의 백업 자원으로 시작한 권창훈처럼 그리고 언젠가부터 비중있는 영향력을 내뿜기 시작한 구자룡처럼 유스 출신들의 성장은 결국 수원의 핵심이 될 것이다.

권창훈은 수원의 유스 시스템이 배출한 최고의 '작품'이다.

# 베테랑의 힘

나는 K리그 무대에서 활약하는 30대 선수들은 지금보다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전적으로 대우를 잘해주고 부족한 경기력에도 출전을 보장하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염기훈, 이정수, 곽희주, 조원희 등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은 그라운드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영향력을 팀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수원은 매탄중고 선수들과 1군 선수들은 연결하는 멘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유스 선수들에게 멘토는 롤 모델이자 목표이며 선배임과 동시에 형이다. 과거 김두현이 멘토였던 한 매탄고 선수는 2015년 김두현의 성남 이적 소식을 듣고 일주일간 슬픔에 잠겼다고 했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플레이 뿐만 아니라 경기가 없는 날은 어떻게 쉬는지, 프로 선수는 어떤 방법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는지 등 생활과 축구를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가 어려움을 겪을 때 베테랑 선수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 올 시즌 EPL에서 잘 나가고 있는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이 라이벌팀 아스날의 베테랑 미드필더 아르테타를 다음 시즌 코칭스텝으로 데려오고 싶어한다는 뉴스를 봤다. 둘은 과거 PSG에서 베테랑과 신예급 선수로 함께 활동했고 아르테타는 포체티노를 큰 형 같이 따랐다. 축구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이런 인간적인 유대감은 클럽간의 라이벌 관계까지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다.

감바 전 승리 후 선수단 전원에게 라멘을 '쏜' 캡틴 염기훈 (출처: 수원블루윙즈 페이스북)

감바 전을 마친 후 염기훈이 후배 선수들에게 일본 라멘을 사줬다고 한다. 생활 속에 작은 일 일수 있지만 이 소식을 통해 수원의 팀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10년 후에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른다. 감독 염기훈이 라이벌 팀의 베테랑 은성수를 코치로 원할수도 있지 않을까? 축구에서 조직력은 결코 운동장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 감독 서정원

수원은 최근 두 시즌 연속 K리그 2위를 기록했다. 해마다 전력의 누수가 있었지만 수원은 극복해냈다. 2016시즌 초반 상황은 분명 쉽지 않다. 수원이 올 시즌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아직은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분명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감바 전을 마치고 서정원 감독이 했던 인터뷰처럼 감바 전 승리가 수원의 올 시즌을 바꿀 지도 모른다. 

2014년 후반기 수원이 무패행진을 이어갈 때 한 K리거가 해준 이야기가 기억난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 수원이에요. 공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에 수원이랑 할 때는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어요.”

올 시즌에도 수원은 상대보다 대부분 높은 공 점유율을 기록했다. 공 점유율이 반드시 경기의 질과 승점으로 연결되진 않지만 점유율이 높으면 전략적 선택의 폭은 넓어진다. 감바 전은 서정원 감독과 코칭스텝들이 철저히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흘러간 경기였다.

'서정원 수원 시즌 4'는 과연 어떻게 진행될까?

지난 시즌 수원의 하프타임에 있었던 일화다. 전반전 경기력은 부진했고 선수들은 연이은 실점에 혼란스러워했다. 15분의 하프타임동안 락커룸에서 내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서정원 감독이 선수들이 후반전 출전을 위해 락커룸을 빠져나가기 전 입을 열었다.

“너희들 수원인데 그것 밖에 안되냐?”

그 경기에서 수원은 후반전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역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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