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지소연이 쏘아 올린 FA컵 결승전

조회수 2016. 4. 18. 15: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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웸블리로 이끈 프리킥- FA컵 2연패를 꿈꾸다

“웸블리에 가고 싶어요. 다시 한 번 지난 시즌에 느꼈던 그 감동을 느끼고 싶어요.”

오랜만에 화창한 햇살을 맞으며 런던 근교 스테인스 지역에 있는 휘츠위프파크 스타디움으로 향하였습니다. 중요한 경기가 그 곳에서 있었기에…..

지난 3일 아스톤 빌라와의 FA컵 8강전에서 6:1의 승리를 거둔 후에 지소연 선수는 웸블리로 가고 싶다는 바램을 이야기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바램을 이루기 위한 마지막 테스트가 펼쳐졌구요.

지난 시즌과 같은 4강 상대이자 이번 4강에서 피하고 싶어했던 팀, 첼시 레이디스와 더불어 현재 리그 최강팀으로 꼽히고 있는 팀인 맨시티우먼과 다시 웸블리로 가는 입구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른 시작부터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어요. 특히 맨시티 팬들은 먼 곳에서도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고 시작부터 열심히 응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유료관중 2,278명이 입장 하였는데, 외곽에서 열린 여자축구 경기인 것을 고려한다면 경기의 중요도를 알 수 있는 관심이었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맨시티 우먼과 첼시 레이디스는 4강에서 만났습니다. 그 경기에서도 지소연이 결승골을 터뜨리며 첼시레이디스가 승리를 거두고 웸블리로 갔었어요. 그 결과 첼시 레이디스는 결승에서 노츠카운티를 꺽고 팀 최초의 우승을 차지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소연 선수가 결승골을 기록했구요. 그 날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지요.

양팀 모두 경기내내 팽팽한 경기를 보여주었어요. 보는 관중들에게도 흥미로운 경기 내용이 펼쳐지고 있었어요. 후반 72분 로즈 선수의 득점으로 맨시티가 앞서나갔고, 분위기도 맨시티로 기울고 있었어요. 종료 5분전 지소연 선수가 프리킥을 차기 전까지 ‘첼시가 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많은 팬들과 스탭들이 지존(JI ZONE)이라고 부르는 지점, 바로 지소연 선수가 거의 실패없이 골로 성공시킨 그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은거예요. 역시 기대했던대로 프리킥을 그림같이 성공시켰어요. 첼시팬들과 스탭들은 난리가 났어요. 패배가 짙었던 경기를 단 한 방으로 돌려놓은 프리킥 골 이었습니다. 그 우려는 지소연 선수의 프리킥 한 방으로 다 날라갔습니다. 결국 그 득점이 경기를 연장으로 이끌었고, 연장 종료직전 어시스트로 팀에게 웸블리행 티켓을 얻게 해주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 맨시티 선수들은 망연자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있었어요. 멍하니 첼시 레이디스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쳐다보는 선수들도 있었고,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도 있었어요. 9부 능선을 넘었는데 또 다시 동양의 작은 선수에게 좌절을 맛보게 되었기에…… 첼시팬들은 ‘JI(지소연)’를 연호하였고, 큰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같은 나라 사람으로써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경기 후 아드리안 첼시 레이디스 구단주를 만났는데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너무 긴장되었고, 흥미진진한 경기였다. 지(JI)가 나에게 행복을 선물했다.”며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에도 한국사람들이 많이 와서 응원해 주었는데 이번에도 많이 와서 지(JI)를 응원해 주면 좋겠다. 지난 시즌처럼 티켓을 알아보겠다.”며 부탁의 말도 전하였습니다. 또한 지소연 선수에게는 “지난 시즌처럼 결승전에서 꼭 결승골을 넣어달라”며 자신의 바램을 피력하였습니다.

엠마 헤이즈 감독에게 “결승골이 터진 후에 당신 세리머니가 너무 재미있었어.”라고 하자 “흥분을 참을 수가 없었어.”라고 하면서 “아스널이랑 결승에서 만나는데 자신 있어. 오늘도 우리는 강팀을 이겼으니까”라며 자신에 찬 목소리였습니다.

“지(JI), 네가 또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도록 도와줄거지?”하며 지소연 선수를 보고 웃네요.

그 외에 많은 코치들이 지소연 선수의 등을 두드리며 "잘했다.”는 인사를 하고 갑니다. 구단주나 감독을 비롯한 모든 스탭들에게 지소연 선수는 승리의 아이콘이자 팀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인정받는 선수였습니다. PFA올해의 선수 후보이자 잉글랜드 국가대표 주전인 젬마 데이비슨이 지소연 선수가 미국으로 가야할 지 영국에 남아야 할 지 계약 때문에 고민할 때 “네가 첼시와 계약하길 바란다. 너랑 더 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싶어. 네가 계약하면 나도 다음 시즌에 계약할께.”라며 지소연 선수와 함께 하길 원했던 일화도 있습니다.

또한 경기 후에 “언제 맨시티로 이적할거야? 다음 시즌부터 함께하자”며 러브콜을 보내며 함께 하길 바라는 잉글랜드 국가대표이자 맨시티 핵심 선수인 루시 브론즈의 바램처럼 이 곳 잉글랜드에서 지소연 선수는 누구나 함께 하고 싶어하며 인정받는 선수입니다.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감독과 구단 관계자들이 가장 믿을수 있는 선수 그리고 선수들이 꼭 함께하고 싶은 선수. 그런 선수임을 오늘도 그녀는 스스로 입증해 보였습니다. 다음주 일요일 저녁에는 PFA 올해의 선수 시상식에 참여합니다. 5월 14일에는 웸블리에서 벌어지는 FA컵 결승전에 참여합니다. 2년 연속 참여합니다. 한국 선수 최초이자 이후에도 이루어내기 힘든 결과입니다. 이런 결과를 인정해주며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비판과 폄하보다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지난 한 주 많은 경기를 봤습니다. 호날두의 해트트릭과 그리즈만의 멀티골로 기사회생하며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한 경기, 리버풀이 기적을 만들어 낸 유로파리그 경기, 맨시티 아구에로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디펜딩 챔피언을 몰락시킨 경기 등. 그렇지만 저에게는 오늘 이 경기가 가장 흥미진진하고 숨막히는 명경기였습니다. 이런 멋진 경기를 볼 수 있음에, 또한 그 중심에 한국 선수가 있기에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소연 선수와 함께 찍은 사진에 싸인을 받고 밝게 웃는 어린 팬의 모습을 보니.. 발걸음이 더욱 가벼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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