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뜨거웠던 마드리드 현장을 직접 가보다 1.

조회수 2016. 4. 17. 03: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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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베르나베우의 밤 - 챔피언스리그 관전기1

“그래 결심했어, 이번 챔스주간에 내가 있을 곳은 맨체스터가 아니라 마드리드다.”

이슬비가 내리는 칠흙같은 새벽, 마드리드로 가기 위해 일찌감치 집을 나와 런던 외곽에 있는 공항으로 향하는 심야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집을 나올 때와 마찬가지로 공항에 도착했을 역시 여전히 어두운 하늘에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마드리드로 향하는 비행기를 탑승하기 전 비내리는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에 볼프스부르크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들인 다이크씨 부부를 만났는데 목적지와 이유가 같아서인지 반가웠고 이야기하면서 팀에 대한 애정과 챔피언스리그 4강에 대한 기대를 느낄 수 있었어요. 축구팬으로써 꼭 보고 싶었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 마드리드를 향해 떠났습니다.

인자한 미소의 볼프스부르크팬인 다이크씨 부부

마드리드의 날씨도 런던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도착했을 때는 비가 내렸지만 다행히도 경기장으로 향할때는 비가 멈추었어요. 현장 분위기와 팬들의 반응을 보고 싶어서 경기 시작 3시간 30분 전에 경기장에 도착했어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웅장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고,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경기장 주변에는 팬들이 모여들고 있었습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의 장엄한 모습

스타디움 주변에서 경기 시작 전부터 모여든 양팀 팬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지난 번에 다비드 실바를 만났을 때 스페인어를 못해서 아무 이야기도 나눌 수 없었기에 이번에는 스페인어를 준비해 왔어요. 경기장에서 만난 레알마드리드 팬인 까비씨에게 “꼰 빼르미소(실례합니다). 쏘이 데 꼬레아 델 수르(나는 한국에서 왔어요). 꾸알 에스 수 쁘로노그띠꼬 델 엔꾸엔뜨로(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하고 묻자 “우리팀이 무조건 이기고 4강에 갈 것이다.”라며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부터 경기장에서 열정적인 응원을 하는 레알마드리드팬들

독일에서 단체로 코치(장거리 여행용 버스)를 타고 왔다는 뮬러씨 가족은 “우리에게는 아주 중요한 날이다. 2:1로 오늘 질것 같다. 하지만 분명히 4강에 갈 것이다. 그 현장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것이다.”며 먼길을 달려와서 역사의 현장의 증인이 되고 싶다는 바램을 표현하였습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올수록 많은 팬들이 몰려들었고, 이미 다수의 경찰과 안전요원들이 주변 안전을 돌아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유럽에서 일어났던 테러 때문인지 경기장 주변 검색도 강화된 모습이었구요. 그러던 중에 한 쪽에서 화염과 더불어 큰 함성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쪽으로 달려가자 경기장 맍은 편 도로를 가득 메운 홈 팬들이 단체로 응원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킥오프하기 전에 경기장 안이 아닌 밖에서 이미 경기는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팬들이 함께 사진을 찍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와 인종을 떠나 축구로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팀으로 하나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느낄 수 있었고, 볼프스부르크와 레알마드리드 팬들이 함께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에 잉글랜드 축구의 산증인이신 아이린 할머니가 해 주셨던 ‘Football is Love.’라는 그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레알마드리드팬들과 볼프스부르크팬들의 승패를 떠난 멋진 모습

조금 일찍 경기장안으로 들어갔기에 관중석은 비어 있었고, 그라운드에서는 식전 행사를 준비하는 스탭들과 카메라 맨들의 모습만 보였습니다. '과연 이 큰 경기장이 가득 찰 수 있을까' 라는 생각과 더불어 선발출전명단을 보면서 오늘 경기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석과 예상을 하고 있었어요. 관중 수에 대한 내 생각은 한 낱 기우였을 뿐 경기시간이 다가오자 팬들로 그 큰 경기장이 가득 채워졌습니다. 특히 볼프스부르크 팬들은 일찍 들어와서 응원을 하기 시작했어요.

경기 시작 전에 텅빈 스타디움과 이벤트를 준비하는 스탭들

익숙한 챔피언스리그 음악과 더불어 레알마드리드의 카드섹션과 응원가가 울려 퍼졌고, 팬들의 함성 소리가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 장면과 소리에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경기 전 행사에 울려퍼지는 음악과 퍼포먼스는 늘 설레이게 합니다. 그 설레임과 전율은 방송에서보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 아닐까 싶네요.

챔피언스리그 경기 시작전임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웠고, 경기보는 내내 경기장의 분위기에 흥분되었습니다. 또한 날씨가 추워지자 스타디움 천장의 히터를 틀어주며 팬을 위한 서비스도 좋았구요. 다만 경기장 안에서 흡연하는 사람들 때문에 담배와 마리화나 냄새를 맡아야 하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잉글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고, 경험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팬들을 위해 천장에서 나오는 히터

경기 내용도 레알마드리드 팬들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경기였으며, 중립적인 위치에서 응원하던 사람들에게는 좋은 경기라고 생각 될 만한 경기였습니다. 지난 1차전에서 2:0으로 패배 했기에 무조건 3골차 이상으로 승리를 거두어야 했던 레알마드리드는 초반부터 강한 공격을 펼쳤고, 팀의 에이스인 호날두의 해트트릭으로 그 기대를 현실로 이루어냈습니다. 2차전 3:0, 결국 1,2차전 합계 3:2로 레알마드리드가 역전에 성공시키며 4강에 올라갔습니다. 호날두의 세번째 득점이자 팀을 4강에 올려 놓는 귀중한 득점이었던 프리킥 골이 터지자 경기장은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다만 한쪽 구석에 있던 볼프스부르크 팬들은 망연자실한 모습이었구요..

(비록 먼 거리에서 촬영했지만, TV중계와 다른 현장감을 전달해주는 영상이라 생각합니다.)

분위기도 내용도 결과도 기대 이상으로 만족할 만한 경기였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경기 후에 감독 기자 회견과 선수들을 인터뷰 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너무 많은 기자와 언론 관계자들이 왔기에 믹스트존이 좁은 관계로 현지 방송과 언론 위주로만 들어갈 수 있었어요. 한참을 기다리며 요청을 했지만 지단 감독도 호날두도 볼 수 없었고 어떤 이야기도 직접 들을 수가 없었어요. 스페인어로 질문도 준비해 왔는데……

아쉬움은 뒤로 한 채 자신의 팀을 위해 모든 열정을 쏟아 놓고 자신의 터전으로 다시금 돌아가는 수 많은 팬들의 뒷모습을 보았어요. 승리팀 팬들은 노래를 하며 고함을 치며 승리를 만끽하였고, 패배팀은 조용히 아쉬운 마음으로 버스로 향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축구는 사람을 미치게 하는 힘이 있고,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전해주며, 희로애락을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라는……'

모든 사람이 떠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온하고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지난 오랜 세월동안 그리고 앞으로 긴긴 시간동안 이 곳이 많은 이들에게 희로애락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소망하며 축구로 인해 뜨겁고 아름다웠던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내일 비센테 칼데론에서도 오늘 느꼈던 행복감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기대하면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밤

- 다음편에서는 다음 날 마드리드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챔피언스리그 8강 관전기를 전해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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