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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륭의 원사이드컷] 안필드에는 특별한 에너지가 있다.

조회수 2016. 4. 15. 14: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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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 UEFA 유로파리그 8강 2차전 리버풀 vs 도르트문트 「매치 리뷰」

축구에서 ‘한 발의 차이’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선수들의 한발 움직임에 따라 패스, 슈팅, 돌파 등 여러 요소들의 성공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15일 오전(한국 시간) 잉글랜드 안필드에서 펼쳐진 15/16 UEFA 유로파리그 8강 2차전 ‘클롭 더비’에서 리버풀은 추가 시간 터진 로브렌의 역전골로 대역전승을 기록했다. 리버풀은 지난주 1차전 1-1 무승부에 이어 합계 스코어 5-4로 도르트문트를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리버풀 vs 도르트문트 선수 라인업


# 선발 라인업

리버풀은 지난 1차전과 비교했을때 한 자리에 변화가 있었다. 피르미누가 2선 자원으로 선발 출전하여 쿠티뉴, 랄라나와 함께 했고 무릎 부상을 당한 핸더슨의 자리는 밀너가 중앙으로 이동하여 엠레 찬과 조합을 맞췄다. 최전방에는 1차전 골의 주인공 디복 오리기가 이번에도 클롭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도르트문트는 두 자리에 변화를 주었다. 부상에서 폼을 회복 중인 소크라티스가 최근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훔멜스와 중앙수비에 포진했고 에릭 두름 대신 카가와 신지가 2선 공격 자원에 배치되었다. 투헬 감독은 바이글과 카스트로를 통해 중원의 견고함을 꾀했다.

'클롭 더비'의 주인공, 위르겐 클롭 감독


# 리버풀의 불안요소

리버풀의 선발 라인업은 공격적이였다. 2선에 쿠티뉴, 랄라나, 피르미누를 함께 배치한 것은 공격력을 배가 시킬 수 있지만 수비로 전환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조합이였다. 예상되는 수비적 불안요소는 두 가지였다.

1. 공격 과정에서 공을 잃었을 경우 그 지점에서 적극적이고 빠른 수비 전환이 가능한가?

2. 3선에서 2선으로 전진 패스가 투입 되었을 때 안정적인 공 관리(키핑)가 가능한가?

리버풀이 도르트문트 진영에서 공을 잃은 후 그 지점에서 곧바로 적극적인 수비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간결하고 빠르게 풀어나올수 있는 도르트문트에게 반가운 상황이였다. 


전반 5분만에 터진 음키타리안의 골은 도르트문트가 가장 잘하는 패턴 중 하나였다. 왼쪽 측면에서 모레노와 쿠티뉴 사이에서 패스 미스가 발생했고 음키타리안에서 시작된 전개는 4번의 터치만에 다시 음키타리안에 의해 마무리 되었다. 음키타리안이 공을 뺏어낸 순간 이미 반대편에는 3명의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질주를 시작했고 카스트로에게 연결되었을 때 이미 리버풀의 수비 블록은 파괴되었다. 


곧바로 전반 9분에 터진 오바메양의 골도 비슷했다. 밀너와 피르미누의 관계에서 피르미누가 공을 잃었다. 밀너는 다시 공을 받기 위한 각도를 내었지만 피르미누의 판단은 좋지 못했다. 빼낸 공을 로이스가 오바메양에게 연결하여 득점이 이루어졌는데, 리버풀 입장에서는 로이스가 치고 들어갈 때 한발의 차이로 흐름을 끊을수 있는 상황이 세 차례 있었기에 예방할수 있었던 아쉬운 실점이였다. 전반 9분만에 리버풀은 갖고 있던 수비적인 불안요소에서 두 골을 실점했다.


# 15분 간격으로 주고 받는 리듬

그동안 유럽 대항전 토너먼트 단계의 경기를 해설하며 느낀 것 중 하나는 경기의 리듬을 상대에게 내주는 시간이 최대 15분 이라는 것이다. 토너먼트 단계에서는 전력의 차이가 있어도 어느정도 상대를 곤란하게 하는 카드를 갖고 있기에 90분 내내 밀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밀리더라도 보통 15분을 버티면 어떤 계기를 통해 다시 리듬을 찾게 되고 이후에는 일정한 경기의 페이스를 찾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도 킥오프 후 15분은 도르트문트, 15분부터 30분은 리버풀, 다시 30분부터 40분은 도르트문트, 그리고 전반 마지막 5분은 리버풀이 분위기를 리드했다. 

리버풀은 전반 15분 이후 2선 자원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랄라나가 도르트문트의 수비와 미드필드 사이에서 공을 받아 오리기에게 패스를 시도하는 숫자가 늘어났고 피르미누도 공을 받기 위한 움직임의 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다만 전반전에는 쿠티뉴의 위협적인 패턴인 왼쪽 측면에서 안으로 갖고 들어오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리버풀의 전반 중반 리듬을 잘 버틴 도르트문트가 카스트로의 영향력으로 다시 분위기를 돌렸다. 바이글은 후방 빌드업 타워의 역할을 잘 수행했고 카스트로는 전반전 도르트문트의 숨어있는 영웅이였다.


# 꿀벌군단 도르트문트의 위력

도르트문트는 간결한 연결과 효율적인 질주로 완성도 높은 카운터를 여러 차례 선보였다. 그 중심에는 후방에서 연결되는 질 좋은 패스도 있었지만 공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선수들의 지능적이고 한발 앞선 ‘스타팅 포인트’가 있었다. 전반 27분, 리버풀의 엠레 찬(23번)의 경합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는 순간, 오른쪽 측면에 있던 음키타리안(10번)은 이미 질주를 시작했다. 전방에 대한 시야가 확보된 상태로 스타팅 포인트까지 빠르다면 공격수는 상대 수비의 형태까지 확인하면서 채널 사이로 침투 할 수 있다. 공간으로 침투하는 선수의 움직임이 확실하면 패스를 시도하는 선수 역시 확신을 갖고 공을 연결 할 수 있다.

도르트문트 카운터의 핵심 '스타팅 포인트'

도르트문트에는 카운터만 있던 것이 아니였다. 투헬 체제의 도르트문트는 과거 많은 활동량과 높은 지점에서 시도되는 전방 압박에 ‘점유율’이라는 옷을 추가로 입혔다. 지공 상황에서도 좌우로 이루어지는 빠른 스윙을 통해 측면에서 완성도 높은 조합 플레이를 시도했다. 기본에 충실하며 공을 주고 움직이는 것만으로 패스가 가능하도록 다양하게 선택지를 만들어냈다. 특히 도르트문트는 측면에서 대각선으로 공을 받기 위해 침투하는 움직임이 많았다. 대각선 침투는 공을 앞뒤로 소유 할 수 있는 사전 작업이 되었으며 앞뒤로 공을 소유하는 장면이 많아질수록 도르트문트는 여유가 생겼다.


도르트문트의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조합 플레이

지난 주말 리그 경기에서 리버풀은 스토크시티에게 승리한 반면, 도르트문트는 샬케와의 레비어 더비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전급 선수들에게 보다 확실한 휴식을 제공한 쪽은 도르트문트였다. 그래서인지 전반전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개인 컨디션은 리버풀보다 나아보였다. 팀 완성도 또한 도르트문트가 한발 앞선 상황에서 전반전 2골의 차이는 합당했다. 리버풀은 최소 한 골을 넣을 수 있었지만 도르트문트 또한 두 차례 득점 그 이상의 기회가 있었다.


# 오바메양의 능력

오바메양은 올 시즌 리그에서 23골, 유로파리그에서 8골을 기록 중이다. 오바메양의 장점은 역시 주력인데 오늘 경기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오바메양의 오프더볼 움직임이 위협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공을 받기 전 2동작, 3동작이 우수하다.

2. 속도 변화, 즉 액션 스피드가 뛰어나다.

사실 수비수 입장에서 단순히 빠른 공격수는 생각보다 방어하기 쉽다. 하지만 공을 받기 전 오바메양처럼 속도 기어를 변속하는 선수들은 막기 까다롭다. 100%의 속도로 계속 움직이는 것 보다 50%로 갔다가 갑자기 90%로, 또다시 70% 갔다가 다시 100%로 속도를 올리는 선수들이 더 까다롭다. 이러한 동작이 이루어질 때 필요한 스피드를 액션 스피드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오바메양은 공을 받기 전 변칙적이고 짧은 움직임을 통해 상대 수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왼쪽으로 가는 척 하다가 오른쪽으로, 앞으로 나가는 척 하다가 돌아서 뒷 공간으로 가는 등 2동작, 3동작을 하는 능력이 우수하다. 이런 좋은 습관 덕분에 오바메양은 많은 찬스를 창출한다. 하지만 70분 이후에는 퍼포먼스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종종 70분 이후에도 골을 기록했지만 앞서 언급한 퍼포먼스는 70분대 이후 잘 나타나지 않는다. 후반전 라모스가 교체 투입되어 함께 전방에 배치되었지만 영향력은 끝내 살아나지 않았다.

모든 전술적 선택은 결국 결과론이다. 투헬 감독은 2골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 도르트문트의 불안요소, 플랜B에 대한 반응 속도, 그리고 특별한 안필드

리버풀은 후반 2분만에 오리기의 골로 추격에 나섰지만 후반 11분 로이스의 골이 터지며 도르트문트가 다시 3-1, 두 골을 리드했다. 훔멜스의 첫 번째 수비자였던 오리기의 적극성도 부족했고 두 번째 수비자인 밀너의 위치와 커버 또한 좋지 못했다. 여기에 전반전 몇차례 수비라인 컨트롤에 어려움을 겪은 사코가 이번에도 라인을 리드하지 못했다. 사실 오늘 같은 경기 리듬에서 3-1 이면 확률상 역전은 매우 어렵다. 특히 리버풀은 추격골 이후 분위기가 올라오던 시점에 곧바로 세 번째 골을 허용했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클롭 감독은 스터리지와 앨런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밀너가 측면으로 활동폭을 넓히며 영향력을 뿜어냈고 앨런 또한 부지런했다. 리버풀은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결국 쿠티뉴, 사코의 연속골로 후반 33분 3-3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여전히 도르트문트가 앞서는 상황이었다. 

투헬 감독은 긴터와 귄도간을 투입하며 플랜B,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전방에서 15분 넘게 리듬을 잃자 후방에 안정감 만들어 경기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이였다. 하지만 올 시즌 도르트문트의 불안요소인 플랜B에 대한 반응이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추가 시간 로브렌이 극적인 헤더를 성공시키며 유로파 리그 준결승 티켓은 리버풀의 것이 되었다. 


# '안필드' 45,362명 + 리버풀 11명 vs '도르트문트' 3,000명 + 11명

오늘 경기가 열린 안필드는 특별했다. 킥오프 전, 1989년 96명의 축구팬이 사망한 힐스보로 참사 27주기 추모행사가 진행되었고 안필드의 에너지는 중계 화면 밖으로 그대로 전달될 정도였다. 리버풀과 도르트문트 양 팀 모두 깊은 클럽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홈에서 특별한 힘을 갖고 있다. 오늘 안필드에는 3,000여명의 도르트문트 원정 팬이 함께 했지만 안필드의 ‘특별한 에너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리버풀 선수들의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도르트문트는 이미 완성된 팀이고 리버풀은 시즌 도중 새로운 감독이 부임한 이유가 크기에 1,2차전 모두 도르트문트의 경기력이 리버풀보다 조금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축구는 절대 필드 위 11명과 11명의 싸움이 아님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클롭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리버풀도, 도르트문트도 아닌 모든 축구팬들을 위한 경기였다. 축구는 좋은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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