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기자 코리언리포트]역시 만만치 않은 빅리그 도전

조회수 2016. 4. 12. 13:50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막 시작된 MLB 2016 시즌의 첫 주가 끝난 가운데 시즌 초반 가장 빠른 평균 구속을 기록한 투수는 뉴욕 메츠의 노아 신더가드입니다. 신더가드는 선발 투수임에도 무려 158.7km의 평균 구속을 기록했는데, 더 놀라운 것은 포심 패스트볼이 아닌 싱커의 평균구속이 다른 투수들의 포심보다 빨랐습니다. 오클랜드의 리암 헨드릭스는 평균 구속 50위에 올랐는데 152.5km를 기록했습니다. 

MLB 투수들의 강속구 평균 구속은 최근 몇 년 들어 계속 빨라졌습니다. 지난 2004년 선발 투수들의 평균 구속은 144km였고 구원 투수들은 146.5km이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에는 구원 투수들의 평균 구속이 149km, 선발 투수들은 146.5km를 찍었습니다. MLB 투수들의 속구 평균 구속은 148km에 육박합니다.

타자들의 파워와 배팅 스피드도 대단합니다. 

올 시즌 타구 최고 속도를 기록한 것은 역시 마이애미의 지안칼로 스탠튼으로 무려 193km를 기록했고, 휴스턴의 카를로스 코레아가 190km를 기록했습니다. 홈런 거리로 보면 콜로라도 놀란 아레나도가 140.9미터짜리 홈런을 날렸고, 코레아가 140.7미터 홈런을 기록했습니다. 박병호가 날린 132.1미터 짜리는 시즌 첫 주 홈런 비거리 13위에 올랐습니다. 

이렇듯 엄청난 파워와 스피드의 생존 경쟁 속에 뛰어든 코리언 빅리거의 시즌 초반도 그렇게 녹록치는 않습니다. 타자들은 KBO리그보다 평균 구속이 6-7km 빠른 투수들에 적응하느라 힘겨운 초반을 보내고 있습니다. 반면 세인트루이의 카디널스의 오승환은 기대 이상의 빅리그 첫 주를 보냈습니다. 코리언 빅리거들의 첫 주를 정리해봅니다.


4경기 연속 무실점에 승리 투수가 된 오승환의 연착륙이 가장 돋보입니다. ⓒ카디널스 SNS

★ MVP 오승환

오승환은 첫 주의 코리언 빅리거 중에 최고의 활약을 펼쳤습니다. 

마이크 매시니 감독은 4일(이하 한국시간) 개막전부터 주저 없이 오승환을 올렸습니다. 낮 경기였지만 영상 2도 정도의 쌀쌀한 날씨 속에 0-3으로 뒤진 위기에서 피츠버그전 7회 말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 첫 타자 조이스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고전했지만 주자 두 명을 내보낸 가운데 프리스와 마르테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데뷔전을 장식했습니다. 대단히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상대 중심 타선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뚝심을 과시했습니다. 

이틀 후 다시 등판한 피츠버그전은 압권. K-K-K의 압도적인 모습을 과시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무릎 높이로 꽂히는 최고 151.3km의 강속구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9일 애틀랜타 원정은 볼넷 두 개가 나오면 조금 힘겨운 ⅔이닝 무실점이었지만 11일 다시 마운드에 오른 오승환은 삼진 2개를 곁들이며 다시 1이닝 완벽투를 뽐냈습니다. 5-6으로 뒤진 7회 말 더 이상 밀릴 수 없는 중요한 시점에 마운드에 올랐고, 호투 후 팀이 곧바로 다음 이닝 2점을 뽑아 역전하며 결국 오승환은 데뷔 4경기만에 승리 투수의 기쁨을 맛봤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오승환에 대해서 기대 반 우려 반이었습니다.

힘대 힘으로 맞붙는 스타일의 피칭이 과연 MLB에서도 통할 것인지? 작년 일본에서 보여준 구속 저하와 피안타율 상승이 과연 혹사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지, 아니면 30대 중반으로 가는 나이에 따른 자연스런 하락세의 시작인지? 그리고 시범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이기는 했지만 23개의 아웃 카운트를 잡으면서 삼진이 3개뿐이었다는 점도 조금 우려됐습니다.

그러나 정규 시즌이 열리면서 오승환은 이런 의문 부호를 모두 느낌표로 바꿔 놓았습니다. 조금 힘든 스타트였지만 예리한 제구력도 돌아왔고, 과거보다 훨씬 많은 33.8%나 구사한 슬라이더도 대단히 효과적임을 입증했습니다. 독특한 투구 동작도 도움이 되고 있고, 현지에서는 오승환이 공을 숨기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매시니 감독은 오승환을 이틀 연속 등판시키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절실하면 이틀 연투는 가끔 볼테고, 3일 연투는 아주 아주 가끔이나 나올 것입니다. 1이닝 이상 투구도 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중부조 라이벌들을 제외하면 타자들이 오승환과 1년에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것 역시 유리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매시니 감독이 오승환을 승리에 필요한 중요한 시점에 계속 올린다는 것입니다. 이미 굳게 신임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오승환에 대한 기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막전 안타에 이어 첫 홈런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스타트를 했지만 변화구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병호 ⓒ트윈스 SNS

★ 엇갈린 결과 박병호 

박병호는 개막전부터 안타를 치며 기세를 올렸습니다. 

공교롭게도 김현수가 벤치에서 지켜본 볼티모어 원정 두 번째 타석에서 타일러 윌슨의 143km 속구를 때려 중전 안타를 뽑았습니다. 데뷔전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진루하고 득점도 하는 등 분전했지만 팀의 끝내기 역전패로 기쁨을 만끽할 수는 없었습니다. 

둘째 날 3타수 무안타 삼진 3개에 볼넷 하나를 고르고 나서 하루를 쉰 박병호는 시즌 4차전 8회 초 2-2의 균형을 깨는 큼직한 홈런으로 거포임을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3구째 요아킴 소리아의 127km 슬라이더가 엉거주춤 높게 들어오자 곧바로 방망이가 반응했고, 캔자스시티의 올스타 좌익수 알렉스 고든은 몇 걸음 떼는 척 하다가 멈췄습니다. 132.1미터짜리 홈런은 첫 주 MLB에서 나온 홈런 중 비거리 13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이날도 팀이 역전패, 개막 후 4연패에 빠지면서 맘 놓고 기뻐하지도 못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 후 3경기에서 박병호는 침묵했습니다.

도무지 팀 타선이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박병호는 5번 타자 1루수로도 기용되는 등 타순에서 비중이 높아졌지만 타점 없이 12타수 1안타에 그쳤고, 볼넷 없이 삼진을 7번 당했습니다. 총 24타석에서 3안타와 사사구 3개를 얻었고 12개의 삼진을 당하며 타율이 1할4푼3리까지 떨어졌습니다. 잔루도 14개나 됩니다. 

12일 경기에서는 9회 말 박병호 마지막 타석에서 누네스가 대타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누네스도 결과는 삼진이었지만 1-4로 뒤져 개막 후 6연패의 위기에 몰린 몰리터 감독은 타격감이 떨어진 박병호 대신에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정황상 신뢰가 떨어지거나 이런 점을 논할 시점은 아닙니다만 출루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박병호의 5경기 출루율은 2할5푼입니다. 

고무적인 점도 있습니다. 

박병호는 타석당 평균 4.52개의 공을 보며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박병호의 평균 타구 속도는 153.2km로 145.4km인 MLB 평균보다 월등히 앞섭니다. 뜬공 비거리도 96.7미터를 기록, 66.8미터의 리그 평균보다 압도적으로 멀리 갑니다. 결국은 어떻게 정타를 만드느냐의 숙제가 남았습니다. 

박병호는 그동안 KBO에서 접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추면서 스윙 포인트가 앞으로 가다보니 변화구, 특히 속구와 유사해 보이는 체인지업에 속수무책 당하는 모습이 종종 나옵니다. 결국은 직접 맞상대를 해보면서 경험을 쌓아가는 것 외에는 특별한 묘수는 없습니다. 워낙 노력하고 공부하는 타자이기 때문에, 그리고 MLB에서도 상위권인 파워와 공을 띄우는 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참을성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고 도전하면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이 기대됩니다. 그런데 팀 분위기가 워낙 떨어져 있어서 박병호도 속히 회복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호는 빅리그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기회를 잡진 못했지만 린드의 부진과 맞물려 기회입니다. ⓒ시애틀 SNS

★이대호, 김현수, 추신수, 최지만 

박병호가 캔자스시티에서 홈런을 치고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이대호도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에서 홈런을 쳤습니다. 첫 두 경기에서 안타가 없던 이대호는 세 번째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본 후 9일 오클랜드 전에 선발 1루수로 출전했습니다. 0-2로 쫓기던 5회말 선두 타자로 나온 이대호는 좌완 에릭 서캠프를 맞아 2구째 142km 속구를 받아쳤습니다. 제대로 걸린 공은 운동장을 절반으로 가르며 깊은 중앙 펜스를 넘어 124.7미터를 비행, 외야 중앙에 모인 시애틀 팬들을 열광시켰습니다. 이 홈런을 시작으로 반격해 동점을 만들었지만 시애틀은 아쉽게 1점차 패전.

다음날도 선발 출전한 이대호는 첫 타석에서 몸맞는 공으로 출루했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직선타구로 아웃된 후 다음 타석에서 애덤 린드와 교체됐습니다. 11일에는 10회말 2사 주자 2루에서 대타로 나섰지만 삼진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현재까지 이대호는 8타수 1안타로 이렇다 할 기회도 없었고, 크게 보여주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첫 홈런은 인상적이었지만 꾸준한 기회가 없이 가끔씩 타석에 서는 아주 생소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표본이 적지만) 이대호의 타구 속도는 154.3km로 박병호를 앞설 정도입니다. 게다가 주전 1루수인 애덤 린드는 11일까지 경기에서 15타수 1안타로 1할도 못 치며 슬럼프에 빠져 있습니다. 조금씩 기회가 더 주어질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찾아올 기회에서 조바심 없이 편안한 자신의 스윙으로 자신 있게 나서야 합니다. 조금만 분전하면 주전 1루수 자리가 보이지 않을까요.


가장 불운하고 우울한 봄을 보낸 김현수는 11일 마침내 MLB 경기에 첫 출전했습니다. 

그리고 내야 안타 2개를 쳤습니다. 득점도 했습니다. 운이 따른 안타들이었지만 야구는 ‘운칠기삼’이라 하고, 삼진 없이 공을 때려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재 기록에는 6할6푼7리로 남아있습니다. 이미 상대팀에서는 김현수 타석에서 수비 시프트를 걸고 있습니다. 아직 김현수가 두려운 존재여서 시프트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의 존재와 능력을 상당히 파악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쉽지는 않습니다. 중견수 애덤 존스가 부상으로 DL 얘기도 나왔지만 12일 경기 후반에 다시 중견수로 나왔습니다. 조이 리카드는 첫 6경기에서 4할 넘게 치고 있습니다. 팀은 13일 크리스 데이비스가 보스턴 마무리 킴브렐에게 9회 역전 3점포를 치며 사상 최고인 개막 후 6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쇼월터 감독이 무리하게 김현수를 기용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되고 있어야 함은 필수입니다. 위축되지 말고 자신의 루틴을 지켜가며 꾸준히 몸을 만들고 감각을 유지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과정을 겪어내야 합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정말 힘든 빅리그 스타트를 하고 있는 김현수입니다.


그리고 안타까운 소식은 추신수의 부상입니다.

11일 경기를 앞두고 돌연 오른 종아리 부상이 왔고 검진 결과 염좌가 발견됐습니다. 전날 맞은 사구가 빌미가 된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15일 DL에 올라 25명 엔트리에서 빠졌습니다. 초반 5경기에서 타율은 1할8푼8리로 아직 감이 올라오진 않았지만 출루율 4할9리에 도루까지 기록하며 충분히 상승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4-6주 진단이 나오면서 당분간 추신수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아쉬움이 큽니다.


룰5 드래프트로 어렵게 LA 에인절스 개막전 엔트리에 진입, 빅리그의 꿈을 이룬 최지만은 아직은 별다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경기에 선발로 나섰고 총 5번 타석에 나서 1볼넷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백업 1루수로 시작했지만 소시아 감독이 아끼는 선수라서 기회는 조금 더 올 것입니다. 


류현진은 타자 상대 라이브 피칭을 순조롭게 마친 후 어깨 상태가 아주 좋다는 소식을 전하며 복귀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첫 라이브 피칭은 20구였지만 다음 번에는 투구수를 늘인 후, 마이너 재활 경기도 두어 번 등판하면 다저스타디움이 눈 앞에 보입니다. 빠르면 5월 하순도 가능해 보입니다.


강정호는 재활 마지막 단계인 전속력 주루 플레이를 남기고 있습니다. 타격에 이어 수비까지 시험을 통과했습니다. 닐 헌팅턴 단장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4월말 복귀를 이야기했습니다. 

4월말이면 지난 시즌 선풍적인 활약을 펼친 강정호가 복귀하고 다음 달에는 첫 두 시즌에 28승을 거둔 류현진이 가세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때까지 앞서 시즌을 시작한 새내기 코리언 빅리거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속단이 어렵습니다. 모두 충분한 가능성과 기대 속에 한 명 한 명이 전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4월이 남은 시즌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어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날들입니다. 쉽지 않은 상황들이지만 빅리그의 경쟁이 워낙 그렇게 치열합니다. 흔들리지 말고 자신을 지켜나가면 차근차근 좋은 소식들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금은 모두에게 참을성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팀도, 선수도, 그리고 팬도.



이 기사는 minkiza.com, ESPN.com, MLB.com, baseballreference.com, fangraphs baseball, Wikipedia 등을 참조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