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미세먼지 뚫고 온 보람 있지 말입니다"

조회수 2016. 4. 12. 12: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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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무죽죽 한 하늘에 희뿌연 시야, 쾌쾌한 공기. 건강한 사람도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미세먼지 '나쁨' 단계 수준을 기록한 지난 토요일(9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K리그 클래식 4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2승1무로 너무 잘나가는 1위 성남과 3연패 중인 꼴찌 인천의 만남에는 썩 많다고 볼 수 없는 2850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런데 그들이 승자였다. 현장을 찾은 팬들은 후회없을 '직관'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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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가 풍성했던, 1위와 꼴찌의 만남을 돌아본다.


#김학범-김도훈, 스승과 제자의 팽팽했던 기싸움

양 팀의 피말리는 다툼 이면에는 스승과 제자의 팽팽했던 기싸움이 숨어있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꽤 깊다. 김학범 감독이 성남 일화(현 성남FC) 코치와 감독을 맡을 동안 김도훈은 '현역 폭격기'로 활약했다. 지도자 김도훈의 출발도 김학범 감독 밑에서였다. 2006년 코치로 김학범 감독과 함께 했다. 또, 2013년 강원 FC에서도 감독과 코치로 다시 호흡을 맞췄다. 

그래서 이들의 경기는 더욱 흥미로웠다. 

친정팀, 선후배, 스승과 제자.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연이 깊을수록 승부욕은 더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이날 경기 또한 그랬다.

치열했던 그라운드만큼 벤치도 바빴다. 

몸짓부터 강한 승부욕까지 어딘가 닮은 구석이 많았던 스승과 제자의 기싸움은 스승 김학범의 승리로 끝이났다. 비록 승부는 갈렸지만 끝까지 열정적인 경기를 펼친 점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박수받아 마땅했다.

경기 종료 후 악수를 나누는 김도훈 감독과 김학범 감독

경기가 종료된 후 두 사람의 냉랭한 모습에서 다음 만남이 벌써 기대된다.




#1위와 12위, 열정의 크기는 같았다

결과적으로 예상했던 그림(성남 승)이 나왔지만 그들이 그린 1분, 1분은 결코 뻔하지 않았다.

전반 5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황의조
전반 21분 추가골 성공시킨 황의조

성남이 일찌감치 두 골을 몰아넣으며 자칫 싱겁게 끝날 뻔했던 경기는 인천 선수들의 열정으로 다시 살아났다. 인천은 전반 종료 3분을 앞두고 페널티킥을 얻으며 한 점을 따라잡았고, 후반에는 극적인 동점골까지 뽑아냈다.

'제발...제발.........제발................'
후반 20분 극적인 동점골에 성공한 케빈

안타깝게도 동점골을 넣고 2분 만에 또 한 점을 내주고 말았지만 인천 선수들의 끈질긴 추격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계속됐다. 비록 순위 차이는 있을지라도 열정의 차이는 없었던 경기였다.

양 팀 모두 멋진 경기를 펼쳤다



#승자와 패자, 팬 서비스도 같았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열정처럼 팬 서비스의 질도 양 팀 모두 같았다. 승자와 패자 각각 자신만의 방식으로 팬들에 대한 사랑을 베풀었다. 

결승골을 터트린 후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성남 선수들    

성남은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만 기대할 수 있는 짜릿한 장면을 연출하며 팬 서비스를 제대로 했다. 후반 22분 결승골을 터트린 티아고는 지체없이 팬들에게 달려갔고, 팬들과 함께 얼싸 안고 기쁨을 나눴다. 

경기가 종료된 후에는 팬들과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패자의 팬 서비스는 더욱 감동적이었다.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인천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관중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팬들과 악수를 하고 사인을 해주는 선수들    

아쉬운 패배로 몸과 마음이 녹초가 됐지만 그들이 선택한 것은 뜨끈한 샤워장이 아닌 관중석이었다. 기다리던 팬들 한 명, 한 명 악수를 하고, 사인에, 심지어 셀카까지 찍어주었다. 

그들의 팬 서비스는 오히려 선수들보다 지켜보던 팬이 먼저 자리를 뜰 정도로 오랫동안 이어졌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든 지든 팬들의 마음이 한결같은 것처럼, 승패와 상관없이 한결같은 팬 서비스를 선보인 인천이다. 리그 순위를 경기 결과가 아닌 팬 서비스로 점수 매긴다면 인천은 단연 최상위권일 것이다. 

어느 팀이든 우승을 하고 싶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팀이 다 우승할 수는 없다. 다 똑같이 목표를 우승으로 잡을 수도 없고, 그것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유일한 길도 아니다. 그저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뛰고 언제나 진심으로 팬들을 대한다면, 팬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나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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