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륭의 원사이드 컷] PSG는 '흐림', 맨체스터시티는 '맑음'

조회수 2016. 4. 7. 10: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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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6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PSG vs 맨체스터시티 「매치 리뷰」

지난 2014년 UEFA 챔피언스리그 해설을 시작하면서 언젠가 토너먼트 단계에서 파리생제르망(PSG)과 맨체스터시티가 맞대결을 펼친다면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강한 자금력이 뒷받침 될 때 과연 유럽 무대에서 누가 먼저 확실한 경쟁력을 발휘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PSG는 2011년 카타르 투자청의 자본이 들어오며 빠르게 발전했고 맨체스터시티는 그보다 앞선 2008년 아부다비 왕가의 셰이크 만수르가 팀을 인수하며 EPL 빅클럽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두 클럽은 든든한 자금력을 앞세워 자국 리그의 타이틀을 따냈지만 유럽 무대에서는 해 마다 한계를 경험했다. 하지만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준 두 팀의 행보는 과거와 사뭇 달랐다.

양 팀의 선발 명단 및 선수 기용표

PSG는 안정된 전력을 바탕으로 4시즌 연속 8강에 진출했고 맨체스터시티 역시 강해진 뒷심을 바탕으로 첫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양 팀 선수단은 나란히 ‘한 세대의 완성 단계’였기에 UEFA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의 맞대결은 분명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현지 시간 4월 6일 파리에서 열린 양 팀의 1차전은 2-2 무승부로 마무리 되었다. 맨시티가 데 전반전 데 브루잉의 골로 앞서갔지만 이브라히모비치와 라비오의 연속골이 터지며 PSG가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전 페르난지뉴의 골로 경기는 승자를 가리지 못한 채 2차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원정에서 2골을 기록한 맨시티는 2차전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1골 1도움, 평점 8.2점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페르난지뉴


# 중원 영향력, 맨체스터시티 > PSG

PSG 64%, 맨시티 36%. 오늘 경기의 공 점유율이다. PSG의 공 점유율이 높다 보니 총 패스 횟수 또한 PSG 619개, 맨시티 262개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해설하면서 느낀 영향력은 데이터와 조금은 달랐다. 페르난지뉴와 페르난두 두 명의 미드필더는 활발했고 부지런했으며 경기의 모든 상황에 관여했다. 맨시티 중원의 페-페 콤비는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데 브루잉을 확실하게 지원하며 데 브루잉의 2선 움직임을 보다 자유롭게 했다. 

반면 PSG의 중원은 90분간 인상적인 영향력을 뿜어내지 못했다. PSG 전력의 50%인 베라티의 부상이 장기화 되는 상황에서 블랑 감독의 선택은 라비오였다. 라비오는 2월 말 베라티의 부상 이후 비교적 꾸준히 출전하고 있고 첼시를 상대한 지난 16강 2차전에서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튀이디-모따-라비오로 이루어진 PSG의 중원 조합은 공수 양면에서 만족스럽지 않았다. 

양 팀의 오늘 경기 패스 관련 데이터 (앞: PSG , 뒤: 맨시티) 출처: UEFA 홈페이지


# 축구에서 가장 어려운 것. 그것은 바로 “조합 맞추기”

수학에서 1 + 1 = 2 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1 + 1 이 3 또는 4 가 될수도 있고 반대로 1 혹은 0 이 될 수도 있다. 개인 능력이 우수한 선수로 팀이 구성 되더라도 조합이 맞지 않으면 개인 능력에 비해 한참 부족한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 조합 맞추기는 경기 중 공을 직접적으로 주고 받는 선수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그것이 기초가 되어 포지션별로 연결되고 11명 전체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서로의 경기 스타일, 습관, 선호하는 움직임 등 경기장에서발생하는 요소를 당연히 고려해야 하지만 경기장 밖, 즉 생활에서 발생하는 인간적인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동료끼리 경기장 안팎에서 생각을 공유하면 조합을 이뤘을 때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 경기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바르셀로나가 조직력이 좋은 이유는 어릴 때부터 축구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경기 중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법에 대한 우선 순위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순간에도 그 장면에 관여된 선수들이 같은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자연스레 훌륭하고 조직적인 플레이로 연결된다. 플레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게 한다는 것 이야말로 유스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다. 

다시 경기로 돌아와서 맨시티의 페르난지뉴-페르난두 그 위에 데 브루잉으로 이루어진 중원 조합은 훌륭했다. 한 유닛의 단점을 다른 유닛의 장점으로 극복했고 90분간 서로를 위해 희생했다. 반면 마튀이디-모따-라비오 조합은 불안요소가 많았다. 올 시즌 PSG의 미드필드가 강했던 이유는 미튀이디-모따-베라티 세 선수의 개인능력과 조합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모따의 신체적 능력은 강하지 않지만 안정된 공 관리와 배급을 통해 경기의 속도를 잘 조절했고 활동량이 많고 공수 능력 모두 뛰어난 마튀이디와 베라티가 그 위에서 역할을 해냈었다. 하지만 부상 당한 베라티의 대체자인 라비오는 폭발력이 부족하고 부지런한 성향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마튀이디의 최근 컨디션도 잔부상 때문에 좋지 않다. 

PSG의 3선과 2선은 90분간 단절된 느낌이였다.

중앙에 세 명의 미드필더를 배치 할 때는 세 선수간의 거리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서로의 거리가 너무 멀거나 가까우면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거리가 멀면 패스 각도가 안나오고 거리가 가까우면 상대 한 명의 수비에게 두 명이 관여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데 브루잉의 첫 골이 터질 때 이 문제가 발생했다.

오늘 경기에서는 모따가 유난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모따의 개인적인 실수도 있었지만 주위 동료들의 움직임이 부족했다. 모따의 위치에서는 수비로부터 공을 건내 받은 후 전방 45도 각도로 간결하게 공을 전개 시키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마튀이디나 라비오가 그 범위 안에 있는 횟수가 평소보다 적었다. 자연스레 모따의 공 터치 횟수는 증가했고 이는 3선의 지원을 받은 맨시티 2선 자원들에게 적합한 공략 포인트가 되었다.


# ‘오일 더비’의 진정한 윤활류는 ‘KDB’

맨체스터시티의 선발 명단을 확인하며 느껴진 불안요소는 사냐와 나바스로 구성된 오른쪽 라인이였다. 두 선수 모두 직선적인 전개를 선호하기에 과거 두 선수가 우측에서 함께 뛸 때 동선이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두 선수는 서로 패스를 주고 받기에 애매한 거리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았고 또 다른 옵션인 사발레타 처럼 중앙으로 주고 들어가는 패턴도 적었기에 PSG의 왼쪽 풀백인 막스웰이 혼자서 두 명을 체크 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데 브루잉이 그 고민을 해결했다. 사냐가 공을 갖고 전진 할 때 데 브루잉은 중앙에서 좋은 좋은 서포트 타이밍을 잡았고 패스를 받아 나바스나 실바, 아구에로에게 연결했다. 덕분에 맨시티의 오른쪽 측면은 단조롭지 않았다. 데 브루잉이 공격 상황에서 보여준 영리한 서포트 플레이는 오늘 맨시티의 확실한 윤활류였다.

맨체스터시티의 숨은 MVP = KDB


# 전술, 전략은 결국 결과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게 PSG의 가장 큰 고민은 이브라히모비치와 카바니의 공존 여부였다. 자국리그나 챔스 조별리그에서 상대적으로 약팀을 상대 할 때 두 선수의 선발 투입은 위협적이였다. 하지만 수비 전환 시 속도와 타이밍의 문제, 그리고 공격 전개 시 동선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며 결국 지난 시즌 블랑 감독은 해답을 찾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올 시즌 강팀을 상대 할 때 조금씩 그 답을 찾는 듯 했다. 지난 16강 첼시와의 1차전처럼 이브라히모비치가 선발로 나서고 카바니가 후반에 교체 투입되어 지쳐있는 상대 수비블록을 파괴하며 효과를 봤다. 특히 첼시를 상대한 16강에서 보여준 블랑 감독의 합리적인 전략과 벤치 운영은 프랑스 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이브라히모비치와 카바니 간의 콤비네이션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브라히모비치는 페널티 킥에서 득점하지 못했고 두 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무산시켰다. 카바니 역시 그나마 열심히 뛰어다닌 것이 전부였다.오늘 블랑 감독은 이전과 다른 선택을 했고 결과적으로 PSG는 홈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PSG 미드필드의 영향력이 신통치 않았기에 전반 내내 카바니 대신 루카스가 계속 생각났다. 중원이 부진하다면 조금 더 직선적인 전개를 통해 돌파와 연계 능력이 있는 루카스와 디마리아에게 보다 과감한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을 것 같다. 78분에 루카스가 투입되었지만 분위기를 바꾸기에 시간은 부족했다.

뿐만 아니라 오른쪽 풀백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인 마르퀴뇨스 대신 인터넷 방송 사건 때문에 지난 두달간 자체 징계를 받은 세르쥬 오리에를 과감하게 선발 출전시켰지만 오히려 후반 27분 터진 페르난지뉴의 동점골에 기점이 되고 말았다.

블랑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맨시티의 스쿼드가 오히려 PSG보다 우수하다며 상대를 치켜세웠지만 선발 명단 구성과 전반전 경기력을 통해 해설을 하면서 받은 느낌은 ‘맨시티를 얕보고 있구나’ 였다. 

올 시즌 재계약에 성공한 로랑 블랑 감독. 하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다면?


# 역전 허용 후에 오히려 냉정해진 맨체스터시티

PSG 라비오의 역전골이 터진 시간은 후반 14분. 그리고 맨시티 페르난지뉴의 동점골은 13분 후인 후반 27분에 터졌다. 후반 초반 분위기는 맨시티가 우세했다. PSG는 3선에서 2선으로 공을 전개 할 때 어려움을 느꼈고 쉬운 상황에서 패스 미스가 반복되며 스스로 리듬을 끊었다. 하지만 코너킥 상황에서 역전에 성공했고 라비오의 골 이후 10 분간 PSG는 오늘 경기에서 최고의 리듬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블랑 감독은 결단을 내리는데 주저했고 선수들은 마무리에 실패했다. 덕분에 맨시티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 할 수 있었다. 역전을 허용했지만 수비가 시작되는 지점을 잘 설정하여 라인의 간격을 잘 유지했고 그렇게 되찾은 공을 안전하게 관리했다. 맨시티의 모습에서 역전을 허용한 팀의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페르난지뉴의 동점골 이후에는 남은 15분의 경기 리듬을 통제하며 경기를 마쳤다.


맨시티는 역전을 허용했지만 빠르게 팀을 정비하며 리듬을 되찾았다.

양 팀은 다음주 12일(현지시간) 맨체스터에서 2차전을 치른다. 원정에서 소중한 승점을 따낸 맨시티는 좋은 리듬으로 홈 경기를 준비하겠지만 PSG는 다비드 루이스와 마튀이디가 경고 누적으로 2차전에 결장한다. 공통점이 있는 PSG와 맨체스터시티 모두에게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은 커다란 업적이다.

그리고 2차전을 앞둔 상황에서 반발 앞서간 팀은 맨체스터 시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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