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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열의 하프타임] 토트넘의 LEE, SON을 기억하는 101살 할머니

조회수 2016. 4. 6. 16: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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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살 할머니의 특별한 사랑

'90년 동안 한 팀을 사랑한 열정의 팬'

지난 3월 20일 토트넘과 본머스의 리그 경기가 있던 화이트 하트레인에서는 하프타임때 특별한 행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현존하는 토트넘의 가장 오래된 팬이자 토트넘 역사의 산 증인인 아이린 맥브라이드 할머니의 101세(영국나이)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였습니다. 손주와 함께 그라운드로 내려와 자신의 이름과 101세의 나이가 박힌 셔츠를 받는 모습을 직접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101세에 축구경기 직관이라니……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어요.

후반전을 보면서도 근처에서 경기를 보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경기가 끝나자마자 아이린 할머니를 만나서 인터뷰를 하였는데 연로하시기 때문에 함께 온 손자 줄리안씨가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인터뷰 시간이 아주 짧았기에 대화를 마친 후 아쉬움과 여운이 남았어요. 그래서 기회를 만들어 아이린 할머니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 아이린 할머니는 자신이 좋아하는 해리케인과 사진도 찍으셨어요. 기념사진을 찍은 후에 해리케인은 “ 아이린 놀라운 분이다. 그 나이에 아직도 우리를 서포터 해준다니 정말 대단하다. 내가 그녀를 만난것은 환상적인 일이다.”며 감격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트레이닝 센터에서 만난 토트넘 미디어 직원인 조니와 크레이그도 “아이린은 정말 대단한 분이다. 우리팀 서포터즈 중에 그런 분이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며 자부심을 보였습니다.

아이린 할머니와 조금 더 깊은 내용의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저의 바램은 10일 간의 노력 끝에 마침내 이루어졌습니다. 4월 1일 아이린 할머니 댁에서 할머니와 80세 사위인 버니 할아버지와 딸인 다이안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세 분다 정정하셨어요. 모두 토트넘 팬이시구요. 아이린 할머니는 토트넘 머플러를 하신 채 쇼파에 정정한 모습으로 앉아 계셨고, 반갑게 우리를 맞아주셨어요. 대부분 버니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해주셨고, 놀라운 사실과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들과 감동을 제대로 글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언제부터 토트넘 팬이 되었냐고 묻자 “정확한 날짜는 기억 못하지만 1927년 토트넘과 셰필드 웬즈데이와의 경기가 첫 직관 경기였을거야. 그렇죠 아이린?” 하자 “1927년, 1927년, 1927년”이라며 또렷하게 대답하셨습니다. “그 때가 12살이었는데 큰 오빠와 함께 경기장을 갔고 그 때부터 지금까지 팬이고 매년 경기를 직관하고 있어. 90년 동안이나 경기장을 찾고 있는 거야. 지난 시즌에는 원정 경기와 A매치 포함해서 50경기정도를 직관하였고, 난 70년 동안 팬이고.” 라며 지난 번에 받은 기념셔츠를 보여주셨습니다. 90년 동안 살기도 힘든데 그 긴시간 동안 한팀을 응원한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토트넘은 나에게 유일한 팀이야. 팀이 잘할 때, 못할 때, 좋을 때도 어려울 때도 내가 사랑하고 응원하는 팀이야. 내 가족처럼……우리 가족은 8명 모두가 시즌권 멤버야. 팀을 응원하기 위해 매년 갱신하고 있어. 예전에는 시즌권이 쿠폰처럼 되어서 한장씩 가지고 갔었는데”라고 하시며 시즌카드를 보여주셨어요. 늘 가족같이 어떤 상황에서도 응원하고 함께 한다는 사실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1960년대 초반에 우리팀이 우승을 많이했어. 리그도 FA컵도 UEFA컵도… 그 때 생각하면 너무 행복해. 반면에 2차 세계대전 중에 경기를 볼 수 없을 때가 슬펐어. 요즘에는 날씨가 너무 안 좋아서 경기보러 가기 힘들때가 슬프고…”라며 아이린할머니가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축구 경기를 볼 수 없을 때가 가장 슬펐다고 하시는 이야기를 들으며 진정 축구를 사랑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린은 지미 그리브스를 가장 좋아해. 지미 그리브스는 전에 함께 다큐를 제작했어. 최고의 선수였지. 지금 뛰는 선수 중에는 해리케인을 가장 좋아하고. 두 선수의 스타일이 닮아서 그럴거야. 그런데 난 델레알리가 좋아. 또한 에릭센이 없었다면 우리팀은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지는 못할거라고 생각해.”라며 좋아하는 선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참고로 에릭센도 아이린할머니를 ‘Amazing’이라며 존경한다고 하였어요. 그러면서 “너랑 같은 나라 선수인  SON(손흥민)이 와서 좋아. 그는 젠틀하고 밝아 보여. 그 전에 영리하게 플레이하던 한국선수가 있었는데….. 그 친구도 매너있는 선수였어.”라며 한국선수인 손흥민 선수와 더불어 이영표 선수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영상에 목소리를 남겨 주셨습니다. 코리아라는 이름과 한국선수 이야기를 들으니까 반가웠어요.


또한 버니 할아버지가 들려준 아이린 할머니만큼 축구와 토트넘을 사랑한 다른 분의 이야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유년시절 우리집은 아스널 경기장 바로 뒤에 있었어. 그래서인지 우리 집안은 아이린 집안과는 다르게 모두가 아스널팬이야. 형제들을 비롯해 삼촌과 사촌들 모두 다. 그런데 나와 아버지만 토트넘팬이야. 아버지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하셨었어. 1945년 9월 전쟁이 끝나고 생존자 명단이 있었는데 우리 아버지 이름은 없는거야. 그래서 모두 돌아가셨다고 생각하고 잊고 살았는데 몇 개월이 지나서 집으로 돌아오셨어. 모두 놀랐지. 오셔서 하신 일이 내 손을 잡고 토트넘 경기를 보러 간거였어. 아버지를 따라 1946년도에 토트넘 첫 경기를 보았고 그 후로 나도 토트넘 팬이 되었어.우리 아버지도 아이린 만큼이나 토트넘을 사랑하셨어.” 라며 자신이 토트넘 팬이 된 이유와 더불어 토트넘을 사랑하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죽음에서 살아 돌아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축구경기를 그것도 자신이 사랑하는 팀의 경기를 보는 일이었다는 사실에 축구는 감동이라는 생각을 하였어요.

지난 번 웸블리에서 경기전에 벨기에 테러를 추모하는 의식 가운데 “축구는 우리를 연합하게 한다.”는 멘트를 들으며 느꼈던 감동처럼 오늘 이야기도 축구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2시간 동안 영국 축구에 대해 토트넘에 대해 그리고 그 분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분이 경험한 삶의 이야기 자체가 토트넘의 역사이자 영국 축구의 역사였습니다. 그런 분이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는 것은 자랑스럽고 감사한 일이 아닐까 싶네요.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Football is love.”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토록 많이 들었던 그 한 문장이 다른 때와는 다르게 얼마나 가슴에 와 닿았는지 모릅니다. 돌아오는 내내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축구는 사랑이다’는 말을 되새기며 축구를 향한 내 열정과 마음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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