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경의 포토카툰] 지더라도 이렇게, '강한 승부욕' 몸소 보여준 조성환 감독

조회수 2016. 4. 5. 12: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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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원정 첫 경기였다. 선수들 마음 속에 원정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원정이든 홈이든 강한 승부욕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의욕이 마음 속에만 있고 경기장 위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부분은 나부터 반성하고 선수들이 함께 더 좋아져야 될 부분이다. 이기고자 하는 강한 의욕이 운동장에서 나타나야 한다"

지난 3월19일 광주와의 경기 종료 후(1-0, 광주승) 제주 조성환 감독은 선수들의 부족한 승부욕에 대해 따가운 일침을 가했다. 선수 교체에 대한 질문에도 "측면에서 다소 무기력한 플레이를 보였다. 그래서 이른 시간에 교체하게 됐다"며 몇몇 선수의 부족한 프로정신을 지적했다. 이기고자 하는 열정을 마음 속이 아닌 경기장 위에서 보여줘야한다며 선수들을 채찍질 했던 조성환 감독은 다음 라운드에서 자신이 말한 '경기장 위의 승부욕'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다.

경기 전 악수를 나누는 제주 조성환 감독과 전북 최강희 감독

원정길에 오른지 2주째, 육지로 건너와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전주성이다. 상대가 막강한 우승후보 전북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부담이 가는 원정이었으나 조성환 감독은 자신들이 준비한 공격적 전술을 당당하게 펼쳤다. 전반 14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고, 10분 뒤 추가골까지 내줬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조성환 감독은 '앞으로'를 외쳤다.


전반 14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레오나르도
전반 24분 추가골 성공시킨 이동국
추가 실점 8분 만에 한 골을 만회한 제주 

일찌감치 전북이라는 팀에게 원정에서 두 골을 내줬으니 의욕이 떨어질 법도 했지만 제주는 달랐다. 외려 더 힘을 냈다. 그런 투지 속에서 두 번째 실점 이후 8분 만에 한 골을 만회했고, 후반전에는 보다 의욕적으로 달려들어 상대를 괴롭혔다. 

그 배후에는 벤치에서 목이 터져라 소리친 조성환 감독의 노력이 있었다.

조성환 감독이 경기중 가장 많이 외쳤던 말은 "오케이, 좋아좋아!" 였다.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칭찬과 질책을 적절히 섞어 선수들을 독려했고, 걱정스런 모습은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돌아서면서 한숨을 쉬는 조성환 감독

전반에만 두 골을 먹었으니 당연히 답답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수들 앞에서 만큼은 내색하지 않았다. 속이 탈 때면 그저 벤치로 돌아와 물을 한 번 들이키는 것으로 답답함을 삼켰고,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그라운드로 나섰다. 

전북은 제주에게도, 조성환 감독 개인에게도 애증의 팀이다. 2014, 2015 두 시즌동안 전북은 제주의 홈인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을 확정 지으며 세리머니를 펼쳤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제주 입장에서는 여간 불편하고 불쾌한 상황이 아니었다. 조성환 감독 개인적으로도 쓰라인 인연이다. 현역 시절 마지막을 전북에서 뛰었고 이후 코치로도 함께 했으나 결국은 떠밀려 나오게 된 팀이다. 의도된 상황은 아니나 어쨌든 두 번이나 버림을 받았으니 개인적으로도 꼭 이기고 싶었던 제주 조성환 감독이다.

그런 배경 속에서 투지를 먼저 발휘했던 조성환 감독의 열정은 선수들에게 전달, 고스란히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벤치로 돌아와 물을 마시는 조성환 감독


열정이 결과까지 이어지면 좋았겠지만 제주는 동점골에 실패했고, 경기는 2-1 전북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조성환 감독은 만족스러웠다.

경기 종료와 함께 크게 박수를 치는 조성환 감독
경기종료 순간 전북벤치

경기가 종료되는 순간 조성환 감독은 크게 박수를 친 반면 오히려 승리한 전북 최강희 감독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으니 후반 제주의 경기력이 어땠는지 짐작이 가는 장면이다.

비록 이기지는 못했지만 강력한 우승후보 전북을 상대로 위협적인 경기를 펼친 것은 제주에게 상당히 좋은 경험이었다. 전북이라는 예방주사를 일찌감치 맞았으니 앞으로는 누구를 만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조 감독이 솔선수범해서 보여준 '이기고자 하는 강한 승부욕'은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큰 공부였다. 때로는 말보다 행동이 더 큰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이날 경기가 그랬다. 

만개하지 못한 조성환 감독의 세리머니, 다음 원정경기 때는 충분히 기대해 봄직하다. 


글 사진=구윤경 기자 (스포츠공감/kooyoonk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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