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예의 MLB현장] ML 데뷔전 치른 오승환, "강정호 있었으면 진짜 긴장했을 것 같다."

조회수 2016. 4. 4. 15: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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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취재 뒷이야기

“강정호 선수가 있었더라면 상대할뻔했네요. 휴~ 다행이다. 강정호 선수가 없어서 (저한테는) 다행이에요.”

한국 시간으로 4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 파크에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른 오승환은 강정호와의 만남이 불발되어 아쉽지 않으냐는 말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만나지 못한 아쉬움보다 다행이다는 말을 먼저 건넨 이유는 강정호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만나지 못해 아쉽기는 하지만, 정호가 타석에 있었더라면 진짜 긴장했을 것 같아요. 정호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인정해주는 선수잖아요. (웃음)”

강정호를 만났더라면 긴장했을 것 같다고 말한 오승환은 팀이 0-3으로 뒤지던 7회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2볼넷 무실점을 기록했습니다. 투구 수는 27개.

두 선수는 같은 지구 라이벌팀인 세인트루이스와 피츠버그 소속. 게다가 타자와 투수. 이 둘은 올 시즌 자주 상대할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대로 강정호가 4월 중에 복귀를 한다면 5월초 세인트루이스 홈구장에서 만나게 됩니다. 어쩌면 강정호의 복귀전 상대가 오승환이 될 수도 있습니다. 

플로리다에서 재활에 몰두하고 있는 강정호 오승환과의 맞대결이 흥미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오)승환이 형이 경기 후반부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타이트하게 진행될 때 나올 테니 재미있는 대결을 펼칠 수 있을 것 같다.”

경기 전, 오승환은 굉장히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도 사람이었습니다. 돌부처는 그저 별명이었을 뿐. 

오승환은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긴장을 했던 것 같다. 불안한 모습을 없앴으면 좋겠다.”며 긴장했음을 알렸습니다. 

불펜에서 워밍업을 두 번이나 한 오승환은 “날씨가 너무 추웠다”며 추운 날씨가 반갑지 않았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날 피츠버그는 눈이 내리는 겨울 날씨를 자랑했습니다. 

워밍업을 마친 오승환은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마운드로 향합니다. 

불펜에서 마운드로 오르는 순간 오승환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맡은 이닝은 최선을 다해 막자.”

그는 “모든 것이 처음이고, 다르다. 내가 이곳에 맞춰야 한다. 삼성에서 보낸 첫해에 중간 불펜으로 투입됐었다. 거의 10년 만에 불펜 등판인데,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과정을 겪어가면서 결과를 내야 하는 것이 내 임무다.”라며 마음을 다졌음을 알렸습니다. 

드디어 마운드에 올라 메이저리그 공인구를 집어 들었습니다. 

포수 몰리나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투구할 준비 자세를 취합니다. 

이날 오승환은 자신의 투구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직구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더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다. 팀의 클린업 트리오를 상대했는데, 결과가 2개의 탈삼진이라서 좋은 게 아니라, 직구나 슬라이더에서 헛스윙을 유도했다는 게 오늘의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첫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한 것에 대해서는 많이 아쉬워하고,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선두 타자를 상대하는 게 바보 같았다. 생각이 없었다. 정신 차려야 할 것 같다.”면서 말이죠. 

그렇습니다. 선두 타석에 오른 맷 조이스에게 연달아 세 개의 볼을 던지고,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결국은 볼넷 허용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승환은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비록 첫 타자를 볼넷으로 출루시켰지만, 범타와 삼진으로 타자를 잡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두 번째로 상대한 존 제이소는 2루 땅볼로 유도. 

그러자, 포수 몰리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다음 타자는 다름 아닌 매커친. 피츠버그의 간판타자입니다. 

매커친이 타석에 오르자 오승환에게 다가간 몰리나는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오! 1루 베이스가 비어 있으니, 상대하지 않아도 돼. 마음 편히 해”

오승환은 포수 몰리나에 대해 “워낙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마음 놓고 던질 수 있다. 포수로서 갖춘 능력은 최고다. 정말 멋지다.”라고 말하며 치켜세웠습니다.

시범경기에선 쉽게 나오지 않았던 탈삼진이 이날은 두 타자나 삼진으로 돌려세웠습니다. 1사 1, 2루에서 데이빗 프리즈를 상대한 오승환은 메이저리그에서의 첫 탈삼진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런데 더그아웃에 들어오니 그 공을 몰리나가 건넵니다. 오승환은 “몰리나가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처음으로 잡은 삼진 공이라며 건넸다. 생각하지 못했는데, 고마웠다.”며 몰리나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트레이너가 예쁘게 꾸며서(기록, 기념 문구 등을 넣어) 돌려준다고 했다.”며 방긋 웃었습니다.

불안하게 시작했던 오승환은 마지막 타자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으며,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매서니 감독은 한국말로 “좋아. 좋아”를 외치며, 격려했고, 투수 코치는 어깨를 두드리는 것으로 오승환의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첫 무대를 축하했습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는 메이저리그 첫 무대를 통해 얻은 게 있습니다. 

'과연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고 있었던 오승환. “불안함도 있었고, 긴장도 됐지만, 마운드를 내려오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스스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아직 그의 포지션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오승환도 “스프링캠프와는 다르게 내가 메이저리그에 적응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은 감독도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 해 볼 만하다고 느꼈다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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