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마니아썰]박성현에겐 야생마의 피가 흐른다

김세영 기자 2016. 3. 3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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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현은 거친 야생마를 닮았다. 이번 미국 원정길 이후 그의 질주본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편집=박태성 기자

박성현은 홀연히 나타난 스타다. 그가 골프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게 불과 일 년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요즘 가장 핫한 스타플레이어다. 미국에서도 특유의 시원시원한 플레이를 앞세워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

박성현은 올 시즌을 미국에서부터 시작했다. JTBC 파운더스컵을 시작으로 기아 클래식, 그리고 이번 주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까지 마친 뒤 국내 무대에 복귀할 예정이다. 미국에서도 박성현은 벌써 화제가 되고 있다.

2주 전 JTBC 파운더스컵 당시 미국 현지에서 박성현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대회 관계자와 자원봉사자, 그리고 갤러리들 모두 박성현의 남다른 장타 능력과 거침없는 플레이에 혀를 내둘렀다. 그의 스윙을 보면 꼭 남자들의 호쾌한 샷을 보는 것 같다. 티샷 뿐 아니라 100야드 이내의 어프로치 샷에서도 다른 여자 선수와 더욱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박성현의 올해 일정은 지난해 전인지의 일정과 똑같다. 전인지 역시 JTBC 파운더스컵부터 ANA 인스퍼레이션까지 3개 대회를 치른 뒤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전인지는 당시 미국 3연전에서 주목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이어 일본 메이저 대회도 정복했고, 국내 무대를 휩쓸며 아기 코끼리 덤보가 그랬듯 하늘을 훨훨 날았다.

전인지를 지도하고 있는 박원 코치는 전인지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미국에서의 실패를 꼽는다. 박원 코치에 따르면 전인지는 3개 대회를 마친 뒤 퍼팅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약점이었지만 쉽게 고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 최고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절박함을 깨닫고, 눈물까지 흘렸다. 그런 뒤 좀체 고쳐지지 않던 퍼팅 때의 나쁜 습관을 독한 마음을 먹고 고쳤다.

박성현은 1년 전 전인지에 비해 훨씬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파운더스컵에서 공동 13위에 올랐고, 지난주 기아 클래식에서는 공동 4위에 입상했다. 특히 기아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는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와 챔피언 조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박성현은 비록 리디아 고에게 패했지만 미국 현지 언론도 앞으로 박성현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주목을 하기 시작했다. 박성현은 리디아 고와의 맞대결에서 패한 후 "샷은 크게 뒤지지 않지만 코스 매니지먼트를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PGA 클래스A 멤버인 장재식 프로는 박성현을 '여자 타이거 우즈'라고 표현했다. 그는 "박성현의 거침없는 스윙을 보면 전성기 시절 타이거 우즈가 떠오른다"며 "박성현은 백스윙 톱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되는 순간 하체를 이용해 상체와 하체의 꼬임을 최대로 만든다. 이게 바로 박성현이 가진 장타 능력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장 프로는 이어 "과거 LPGA 투어 홍보 문구 중에 '외모는 소녀지만 플레이는 남자처럼'(looks like a girl, play like a man)이라는 게 있었다. 박성현이 바로 여기에 꼭 들어맞는 선수다"며 "가끔 티샷이 말썽을 일으키긴 하지만 박성현 만큼 발전 가능성이 큰 선수도 없다"고 했다.

박성현의 클럽을 후원하고 있는 핑 골프의 우원희 팀장은 "박성현은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한 선수다"며 "코스 밖에서는 조용조용하고 여리지만 코스 안에서는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지른다"고 평가했다.

박성현은 한 때 머리를 노랗게 염색하고 다녔다. 대충 누런색이 아니라 샛노랬다.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2부 투어인 드림 투어를 뛸 때다. 노란색은 이중적인 색이다. 개나리처럼 샛노란 유치원생 옷은 귀여움을 상징한다.

반면 자연에서 노란색은 '난 독이 있으니 함부로 덤비지 마'라는 경고의 의미를 함께 품고 있다. 노랑머리는 사춘기 시절 아웃사이더의 상징이기도 하다. 개성의 표시고, 반항의 색이다. 지금 박성현의 머리는 원래의 검은색으로 돌아갔지만 표정은 언제나 "그래서 뭐?"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가 올 시즌 의상 컬러로 옐로를 선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박성현을 알면 알수록 그가 야생마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친 초원을 달리는 야생마는 길들여지길 거부하지만 일단 길만 들이면 훌륭한 경주마가 된다. LPGA 투어는 그의 야생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가다듬을 수 있는 훌륭한 무대다. 지난해 전인지는 미국 3연전을 통해서 자신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걸 고친 후 대스타로 떠올랐다. 이번 미국 원정을 마친 후 박성현의 질주본능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세영 마니아리포트 국장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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